이번 앨범을 판단함에 있어서 승리가 빅뱅이나 와이지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사실 사족이다. 그만큼 솔로 앨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개성과 능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듣는 사람에게 위의 질문을 계속 되묻게 만든다.
가장 큰 패착은 기시감이다. 승리 스스로도 곡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대중적인 소스들을 능숙하게 운용해냈음에도 앨범에서 익숙한 잔상들을 모두 지우기란 쉽지 않다. 단적으로 '할말 있어요(Gotta talk to u)'나 'GG be(지지베)'와 같은 곡들은 같은 소속사 가수들의 모범적 사례를 적절히 재조립해서 만든 듯하다. 더 나아가 앨범 곳곳에서 다른 대중음악들이 색다르게 변용된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익숙함 속에서 가장 큰 미덕은 곡들이 모두 부담 없이 만들어졌다는 점에 있다. 항상 의욕이 과잉되어 보였던 이전의 그와는 달리 이번엔 힘을 살짝 뺀 듯 가벼운 결과물이 나왔다. 약간의 기시감을 감안하면 타이틀 곡 '할말 있어요(Gotta talk to u)'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적어도 예전의 그와 비교해보면 그렇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연상시키는 첫 곡 'Let's talk about love'를 들어보면 승리의 지향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 방향에 맞추어 일관성은 유지했지만 많은 참조점들을 걷어내고 나면 승리만의 강점은 무엇인지 와이지에서 승리만이 가진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오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아이돌답게 승리 역시 매번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그 성취가 무미 무취한 범작의 사례를 벗어나야 한다. 아직까지는 그러지 못했다.
-수록곡-
1. Let`s talk about love (Feat. G-Dragon, 태양 of Bigbang)
2. 할말 있어요 (Gotta talk to u)

3. GG be (지지베) (Feat. Jennie Kim of YG new artist)

4. 그딴 거 없어 (Come to my)
5. You Hoooo!!!
6. Love 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