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뱀파이어 위켄드에게는 세대를 따르기보다 특유의 취향을 고집하는 소위 힙스터적인 성격이 있었다. 명문 콜롬비아 대학교의 재학생들이 결성한 밴드라는 이름표부터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이들의 뚜껑을 열어보면 화려한 팝 넘버에 아프로 리듬이 가미된 음악을 맞닥뜨린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수식과 빠르고 경쾌한 아프로 음악의 묘한 부조화가 듣는 이들을 새로운 영역으로 던져 넣은 것이다.
첫 앨범 < Vampire Weekend >는 본인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감과 패기가 담긴 수작이었다. 이들은 출신 대학을 빌미로 어설픈 엘리트주의를 내세우지 않았다. 현학적인 수사를 담은 가사로 곡을 무겁게 만드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뱀파이어 위켄드의 첫 데뷔작은 발랄하고 경쾌한 멜로디 위에 일상을 소재로 한 가사를 얹은 팝 록에 더 가까웠다. 'Cope cod kawassa kawassa'나 'Oxford comma'에서 선보이는 수준급의 멜로디는 월드 뮤직의 리듬 터치와 만나 이들의 등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2009년 발표된 차기작 < Contra >에서는 절정에 달한 뱀파이어 위켄드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이들이 주된 무기로 내세우던 리듬터치와 발랄한 선율은 여전히 주효했다. 이러한 특장점에 속도감 있는 전개를 엮어낸 'Cousins'는 일취월장한 이들의 감각을 증명하는 싱글이었다. 'Diplomat's son'에서는 6분이라는 긴 호흡을 침착한 구성으로 펼쳐내며 인상적인 순간을 창출했다. < Contra >는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한 몸에 받아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영리하게 돌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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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로서의 미덕이 폭발하는 시점이 바로 이곳이다. 뱀파이어 위켄드는 자신들의 세 번째 앨범을 평범한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 앨범들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던 인디 음악스러운 분위기를 소거하고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은 근본 없는 변칙이나 요행이 아니라 차분하고도 진지한 태도를 띈 변화였기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와중에서도 'Hannah hunt'처럼 폭발적인 한 방을 터뜨리는 노련함이나 'Diane young'처럼 보컬에 이펙트를 걸어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재기 역시 발휘한다. 변화를 택했지만 이 모든 결정은 본인들의 실력과 자신감을 근거로 하여 발아한 것이다.
순간적인 패기와 아이디어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 어떤 밴드보다도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출사표를 던져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들이 일시적인 독특함으로만 일관했다면 그 지지가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뱀파이어 위켄드는 힙스터로 대표되는 자신들의 커다란 페르소나를 던져버리고 보다 친숙한 사운드의 세계로 진입했다. 이러한 시도는 자칫 허세와 가식으로 보일 수도 있던 첫 인상과 선입관 역시 타파한다. 이들은 가장 영리한 방법으로 본인들의 영향력을 확장시켜낸 밴드다. 뱀파이어 위켄드 음악의 정수를 빚어낸 이들만의 영리함은 지금 어떤 또래 음악가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패기와 영향력을 발산하며 명료하게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