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을 끌기에는 이미 충분했지만 '선택과 집중'은 외양이 아닌 음악이었다. 동명의 데뷔작 < System Of A Down >으로 밴드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로큰롤, 블루스, 재즈, 하드 코어 등의 각종 음악적 재료들을 신비로운 중동의 음계로 버무려낸 맛깔 나는 음악과, 세상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시선은 증오와 폭력으로만 일관했던 뉴 메탈의 장르적 한계를 혁파하고도 남았다.
여느 밴드들과 같이 헤비했지만 이들에게는 진지함을 희화화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대부분 기타리스트 다론 말라키안의 손에서 탄생한 곡들은 통통 튀는 반동 폭탄처럼 장난스러우면서도 강력했다. 장난스러운 기타 인트로가 개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Suite-pee'를 시작으로 갑자기 소리를 줄여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Know'와 'P.L.U.C.K', 급격한 리듬으로 긴박함을 더하는 'Ddevil' 등 한 치의 예측도 허용하지 않으며 달려 나간다. 앨범은 불안하다가도 안정적이고, 피식 웃음을 짓다가도 음산함에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괴상한 음악에 한 방 맞았다면 숨겨진 메시지에 한 번 더 얼얼해질 준비를 해야 한다. 보컬 세르이 탄키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의미 없어 보이는 말들은 실제 굉장히 비판적이며 공격적이고, 또 직설적이다.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 대량 학살에 대해 외치는 'P.L.U.C.K', 생각 없는 사회를 '저주받은 지구'라며 한탄하는 'Know', 미디어에 지배당하는 현대사회 대중의 모습을 은유한 'Sugar' 등 곳곳에서 번득이는 시선이 형형히 빛난다.
이후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은 차기작 < Toxicity>이 대성공을 거두며 명실상부 뉴 메탈 씬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모든 영민함은 < System Of A Down >에 이미 모두 농축되어있었다.
- 수록곡 -
1. Suite-pee

2. Know

3. Sugar

4. Suggestions
5. Spiders
6. Ddevil

7. Soil
8. War?
9. Mind
10. Peephole
11. CUBErt
12. Darts
13. P.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