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결과는 현재 홍대 신을 중심으로 한 뮤지션과 제작자들의 연대가 일정한 궤도에 올라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디 신을 비롯한 비주류 뮤지션들과 제작자들의 연대가 드물었음을 비추어보면 놀라운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주류 음악인들의 연대는 한국민족음악인협회처럼 민족음악 담론을 중심으로 한 음악운동 단체가 존재했을 뿐, 보다 광범위한 연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대중음악 산업이 성장하고, 홍대를 중심으로 한 인디 신 역시 성장하면서 증가한 뮤지션들과 레이블들은 차츰 자신의 목소리를 결집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SM, YG, JYP를 비롯한 대형연예기획사에 밀리지 않고 사회적으로 열세에 있는 자신들의 처지를 옹호하며 인디 음악 제작과 유통을 비롯한 대중음악 환경 개선과 정책 수립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쳐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게 된 것이다. 기존의 (사)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 단체에 소속된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사실 같은 지역에서 음악을 하고 있지만 장르와 성향에 따라 개별적인 활동을 하고 있던 제작자들과 뮤지션이 함께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홍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비주류라는 공감대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이들을 결국 만나게 했고 서교자치회와 같은 제작자들의 연대 모임이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이제는 인디 신의 입장을 대변해서 공동의 목소리와 행동을 내야 할 때는 위 단체들이 즉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서로의 입장이 조금씩은 다르고 정부의 대중음악 관련 정책과 지원을 전적으로 좌지우지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이 단체들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정책을 집행하기는 어려워졌다. 또한 뮤지션 유니온과 자립음악생산조합은 뮤지션의 생존과 처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협력하며 별도의 공간과 유통을 통해 음악을 펼침으로써 인디 신의 다양한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대중음악 환경과 제작을 비롯한 산업, 지리,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장하고 있으며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단체의 역사와 시스템, 지향은 모두 다르지만 해를 더해가며 시스템을 공고히 해가는 노력은 인디 신의 모습이 예전과는 다를 것을 예감하게 한다. 실제로 뮤콘을 비롯한 해외 교류에서도 이 단체들의 움직임은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인디 음악의 지형과 역량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음악에만 귀 기울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이다.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 bandobyu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