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대중음악상을 만들었을 때의 문제의식을 얼마나 잘 지키면서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시상식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는 늘 고민이다. 이제는 어지간한 뮤지션이나 음악팬들은 한국대중음악상의 존재를 알 정도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한국대중음악상이 편중되고 다소 획일화된 한국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과 균형을 확보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자신하기 어렵다. 대개 인기나 판매량, 방송횟수만을 놓고 일부 장르의 음악들만을 시상하는 다른 시상식에 비해 한국대중음악상은 거의 모든 장르를 포괄하고 있고, 작품의 음악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평가함으로써 음악의 본연적 가치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지만 시상식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악을 듣기는 훨씬 쉬워졌지만 좋은 음악을 찾아서 듣는 이들은 여전히 적다. 많은 이들은 TV나 매체에서 소개되는 음악,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 기존의 취향을 깨트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들을 뿐이다. 좋은 음악, 자신의 취향을 확장해나가는 음악을 찾아가며 듣는 이들은 여전히 적고 갈수록 적어진다. 사는 게 피곤하고 힘들어서 음악까지 찾아가며 듣고, 음악을 들으면서 고민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대중음악상 역시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시상식 하나가 뭘 얼마나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도 시상식을 하는 것이 해오던 일이니까 하는 것이거나, 한국대중음악상을 지지해주는 소수의 대중들과의 자족을 위한 일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볼 때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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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대중음악상 스스로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상식이 열한번째가 되었지만 매번 시상식 개최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만들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그동안 문화일보, 한겨레신문, 이데일리 등이 후원을 해주었지만 후원사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후원여부가 엇갈리면서 매년 새로운 후원사를 찾아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이 중단된 이후부터 이러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었다. 무엇보다 시상식의 규모가 작고, 방송의 중계를 통한 홍보 효과가 없으며, 별도의 상금도 없다보니 한국대중음악상을 알리는데 엄연한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시상식의 효과 자체가 확장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국대중음악상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뮤지션들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대중음악상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쏟아졌다. 장르 부문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고, 상의 객관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으며, 비평적 치열함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 가운데 대중음악상이 객관적이지 못하다거나 비평가들만의 시상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인기, 판매량, 방송횟수 같은 객관적인 지표만으로 시상하는 시상식에 문제를 느껴서 시작한 시상식이고, 예술성과 완성도를 객관화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그들만의 시상식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인지 반문하고 싶다. 또한 뮤지션과 제작자를 제외한 기자, 평론가, PD,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가 모인 유일한 시상식에 어떠한 조합을 더 보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비판 역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현재 한국대중음악상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비켜나가는 비판은 솔직히 맥이 빠진다.
지금 한국대중음악상이 고민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앞서 언급한 영향력과 지속성이다. 그리고 일부에서 제기했듯 실제로 출시되는 음반이 적은 장르의 음악들을 별도의 부문으로 독립시키지 못하거나 선정위원들이 그만큼 주의 깊게 음악을 듣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정확함과 정교함의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선정위원들이 많아지면서 비평적 치열함이 올곧게 유지되지 못하고 인기투표의 혐의를 의심하게 되는 선정결과가 일부 나오는 것도 개선해야 할 지점이다. 이러한 문제야말로 한국대중음악상의 영향력과 지속성, 신뢰를 위해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절감하고 있는 문제이다. 물론 이밖에도 더 많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가급적이면 오해나 냉소, 비난보다는 보다 본질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을 기대해본다.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 bandobyu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