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제가 시체가 아니라 네 친구 사이의 우정이었으니, 이보다 안성맞춤인 제목이 있을 리 만무했다. 라이너는 제목뿐만 아니라 벤 E. 킹(Ben E. King)의 노래를 아예 영화의 주제곡으로 결정했다. 콜롬비아 픽처스도 대환영한 이 결정은 영화의 운명에 길한 기운을 불어 넣었다. 겨우 8백만 달러로 제작된 < Stand By Me >(1986년)는 개봉 후 5천2백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고, 이듬 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과 감독상을 석권했다.
영화의 성공은 관속에 들어있던 이 명곡을 다시 세상에 나오게 만들었다. 지난 1961년 첫 발표 때 영국차트 27위(미국 4위)를 기록했던 이 곡은 재발매 후 차트 정상(미국 9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흘러간 옛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재발매된 'Stand by me'가 당시 젊은이들에게 전혀 낡은 음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Stand by me'의 오리지널이 녹음된 1960년, 벤 이 킹은 계약문제로 중창그룹 드리프터스(Drifters)의 매니저 조지 트리드웰(George Treadwell)과 마찰을 빚은 끝에 솔로활동을 선언했다. 미래가 전혀 보장되지 않은 그에게 손을 내민 건 프로듀서 제리 리버(Jerry Leiber)와 마이크 스톨러(Mike Stoller)였다. 'Stand by me'는 'Spanish harlem'에 이은 이 세 사람의 두 번째 합작품이었다.
킹은 원래 이 곡을 드리프터스의 곡으로 작곡했으나, 매니저에게 거절당했다고 한다. 'Spanish harlem' 녹음이 끝난 후 새 노래를 찾는 리버와 스톨러 콤비에게 자신이 피아노로 멜로디를 들려줬고, 이에 만족한 둘이 스튜디오 뮤지션들을 불러 모아 함께 완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톨러의 주장은 다르다. “어느 날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벤이 제리와 함께 새 노랫말을 만들고 있었다. 벤이 노래 앞부분을 아카펠라로 들려줬고, 내가 피아노에 앉아 하모니와 베이스파트를 완성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벤과 제리가 나머지 가사를 완성했다.”(I remember arriving at our office as Jerry and Ben were working on lyrics for a new song. King had the beginnings of a melody that he was singing a cappella. I went to the piano and worked up the harmonies, developing a bass pattern. Ben and Jerry quickly finished the lyrics.)
이 곡의 베이스파트는 지금도 이 곡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음악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우아하며 장중한 기품을 자랑하는 이 곡은 어쿠스틱하게 출발, 갑자기 멋진 오케스트라로 분위기를 급전환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교묘하게 키 체인지(key change)를 집어넣고 있다.
하지만 사운드보다 더 멋지게 듣는 이를 움직이는 건 노랫말의 힘이다. 마치 러브 송처럼 달콤한 듯하지만, 실제 이 곡은 남녀 간의 사랑이나 우정을 넘어선 더 큰 개념의 감성을 말하고 있다. 바로 신의 은총 말이다. 실제 이 곡은 흑인영가인 'Lord, stand by me'(혹은 Oh Lord, stand by me)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킹의 오리지널만큼이나 유명한 리메이크로는 존 레넌(John Lennon)의 버전을 들 수 있다. 그가 1975년 발표한 'Stand by me'는 빌보드 팝 싱글차트 20위까지 올랐다.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로 개명하기 전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Clay)도 앨범 < I Am The Greatest! >(1963년)의 수록곡으로 'Stand by me'를 발표했다. 하지만 빌보드 팝 싱글차트 100위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오리지널 리코딩 때 3인조 중창단 가스펠레어스(Gospelaires)의 멤버로 백 보컬을 담당했던 디온 워윅은(Dionne Warwick)은 곧이어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솔로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And the land is dark And the moon is the only light we'll see No I won't be afraid No I won't be afraid Just as long as you stand, stand by me 밤이 다가와 대지가 어두울 때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은 달빛뿐 그래도 난 두려워하지 않을 거예요 두려워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내 곁에, 내 곁에 있다면 And darling, darling, stand by me Oh now stand by me Stand by me, stand by me 달링, 달링, 내 곁에 있어줘요 오, 내 곁에 있어줘요 내 곁에, 내 곁에 있어줘요 If the sky that we look upon Should tumble and fall And the mountains should crumble to the sea I won't cry, I won't cry No I won't shed a tear Just as long as you stand, stand by me 우리가 올려다보는 하늘이 흔들리고 무너진다 해도 산들이 부서져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해도 난 울지 않을 거예요, 울지 않을 거예요 눈물 흘리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내 곁에, 내 곁에 있다면 And darling, darling, stand by me Oh stand by me stand by me Stand by me, stand by me, yeah! 달링, 달링, 내 곁에 있어줘요 오, 내 곁에, 내 곁에 있어줘요 내 곁에, 내 곁에 있어줘요, 예에! Whenever you're in trouble Won't you stand by me? Oh now stand by me Oh stand by me, stand by me, stand by me 어려움에 빠지면 언제든지 내 곁에 있어주지 않을래요? 오, 내 곁에 있어줘요 오, 내 곁에, 내 곁에, 내 곁에 있어줘요 Darling, darling, stand by me, stand by me Oh stand by me, stand by me, stand by me 달링, 달링, 내 곁에 내 곁에 있어줘요 오 내 곁에, 내 곁에 내 곁에 있어줘요 |
앞에서 거론한 것처럼 'Lord Stand By Me'는 지금까지 수많은 가스펠 아티스트나 중창그룹에 의해 불려온 노래다. 가사를 보면 킹이 이 곡을 충분히 참조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Oh Lord, stand by me
While I walk this lonesome road
Oh Lord, stand by me
Help me bear this heavy load
If I stumble, Lord
Pick me up, Lord
Help me drink this bitter cup
Oh Lord, oh lord, stand by me
주여, 내 곁에 있어주세요
제가 이 외로운 길을 걸을 때
주님, 내 곁에 있어주세요
이 무거운 짐을 이겨 내도록
주여, 제가 무너질 때
주여, 일으켜주소서
이 쓴 잔을 마시게 도와주소서
주여, 주여, 내 곁에 있어주세요
그런데 잘 살펴보면 'Lord stand by me'나 'Stand by me'의 노랫말이 모두 같은 성경구절을 인용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바로 시편(Psalms) 2편 2-3절이다.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 빠지든지 바닷물이 솟아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흔들릴지라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Therefore we will not fear, though the earth give way and the mountains fall into the heart of the sea, though its waters roar and foam and the mountains quake with their surging.)
가사 중 “If the sky that we look upon should tumble and fall and the mountains should crumble to the sea.”(우리가 올려다보는 하늘이 흔들리며 무너지고 산들이 부서져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해도.) 부분이 바로 킹이 인용한 성경구절이다.
“If the sky that we look upon”에서 'look upon'은 '바라보다', '지켜보다', '고려하다' 등의 의미를 갖는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The champion stared at his opponent as if a venomous snake might look upon a mouse. (챔피언은 마치 독사가 쥐를 바라보듯 상대선수를 노려봤다.)
2. My son looks upon me as a hero. (내 아들은 나를 영웅으로 여긴다.)
3. We all should look upon laziness as a sin. (우리 모두 나태함을 죄악으로 여겨야 한다.)
'Tumble'과 'fall', 'crumble'은 세밀하면 보면 차이가 있지만, 셋 다 모두 '쓰러지다', '무너지다', '넘어지다' 등의 흡사한 의미를 갖고 있다. “Whenever you're in trouble, won't you stand by me?”는 아무리 봐도 "Whenever I'm in trouble, won't you stand by me?"를 잘못 적은 듯하다. 원 가사가 맞는다면 “당신이 어려움에 빠지면 언제든지 당신 곁에 있어주지 않을래요?”가 된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