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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시간의 잔향으로 남은 들국화와 그 노래들
      • DATE : 2014/02   |   HIT : 7301
      • by 정덕현
      • - 들국화에 대한 지극히 사적이고 공적인 추억들

        1.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중년이라면 누구나 국어책에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을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지긋지긋한 고등학교 입시 지옥 속에서 무감하게 읽었던 이 시가 훗날 들국화라는 밴드의 이름 석 자에서 그토록 절절하게 떠오를 줄 누가 알았으랴. 80년대 중반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라디오에서 '그것만이 내 세상'이 울려 퍼지고 있을 때만 해도 그로부터 28년여가 훌쩍 지난 지금 들국화의 새 노래를 들으며 이 시를 다시 떠올릴 줄은 진정 몰랐을 것이다.

        그들도 나이 먹었고 들국화도 늙었다. 하지만 여전히 쨍쨍하고, 갈수록 깊이가 더해지는 들국화를 들으며 새삼 삶이 통찰되는 느낌을 받는다. 대기만성. 거친 야생마 같던 날카로움이 시간이 덧대지면서 한없이 곰 삯아 마치 실크 같은 부드러움과 깊이로 변해가는 것. 우리네 삶의 한 과정을 들국화는 보여주고 있다.

        2.
        2012년 9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유재석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게스트로 출연한 들국화의 전인권은 '제발'을 특유의 절규하는 목소리로 불러 제꼈다. “난 니가 바라듯 완전하진 못해. 한낮 외로운 사람일 뿐야. 제발 숨~막혀. 인형이 되긴 제발~ 목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줘~” 그 긴 세월 동안 방송 출연이 고작 5회. 예능 출연 자체가 처음인 들국화였으니 그들이 살아낸 세상의 무게가 노래를 타고 유재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을 게다. 그리고 그것은 들국화와 함께 나이 먹어온 중년들의 마음 그대로였다.

        '제발'의 가사가 말해주듯, 들국화가 꿈꾸었던 건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장발 단속으로 길거리에서 무단으로 연행(?)되어 바리깡으로 머리가 밀리던 시절, 치렁치렁한 머리를 자유의 상징처럼 흔들며 살았던 청춘이었다. <놀러와>에서 들국화가 술회했던 것처럼 당시 방송은 어딘지 억압적인 분위기였다. '기나긴 하루 지나고-'로 시작하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가 “왜 하루가 기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던 시절, 방송은 가사에서부터 외모까지 들국화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다섯 번 나온 방송들을 보면, 긴 머리 치렁대는 전인권의 열창하는 모습은 클로즈 샷으로 찍히는 법이 없었다. 방송에서조차 들국화는 얼굴도 잘 식별되지 않는 먼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그래서였을 게다. 방송에서 좀체 보이지 않았던 그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불렀던 영국그룹 할리스(Hollies)의 'He ain't heavy, he's my brother'에 깜짝 놀란 가수들과 음반제작자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가요사의 전설처럼 흘러내려오고 있는 것은.

        다섯 번의 구속. 대마초 혐의로 거의 막장까지 다다랐던 전인권은 점점 폐인처럼 세상에서 멀어져버렸다. 그렇게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일어났다. 가족과 팬들의 힘 덕분이었다. 요양원에서 1년 넘게 버텨내며 술까지 끊어버린 그는 그의 말대로 “다시 태어난 게 아니라 그냥 태어났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폐인처럼 쓰러져가던 친구를 걱정해오던 최성원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떡하니 나타나 “지금까지 들은 목소리 중 최고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는 전인권에 뭉클해진 건 최성원만이 아니었다.

        ▶MBC '놀러와' 장면
        <놀러와>에 앉아있던 유재석을 포함한 MC들과 방청객들, 그리고 그걸 보는 시청자들 마음 또한 짠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너무 바디가 강해서 30여년을 묵혀야 비로소 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귀하디 귀한 대기만성 와인 같다고 할까. 강하고 거칠던 한 인간이 지난한 세월을 겪으면서 한없이 모든 걸 껴안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진 그런 모습, 그런 목소리였다. 젊은 날 세상을 향해 절규하던 목소리는 그렇게 소리치지 않아도 묵직해진 깊은 울림을 담아내고 있었다.

        “세 분의 예전 모습과 겹치면서 눈물이 솟구쳤다.” 이렇게 말한 유재석은 아마도 거친 인생과 예술에 녹아든 깊은 페이소스 같은 걸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들국화와 함께 나이 들어버린 중년들의 마음과도 같았다. 여전히 야성의 젊음을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고 있지만, 이제는 생활 속에서 그걸 긍정함으로써 어떤 깊은 향을 내고 있는 중년들.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마치 들에 핀 국화 같은.

        3.
        2013년 4월 들국화는 <다시 행진>이라는 콘서트를 가졌고 다시 출발점에 자신들을 세웠다. 가사의 진정성이란 가수의 삶이 거기에 그대로 겹쳐질 때 담겨지는 법. '나의 과거는 어두웠지만-' 콘서트의 첫 곡 '행진'은, 그들이 살아낸 삶을 미리 예시한 곡처럼 그 가사가 새록새록 피어났다. 아마도 1985년 발표됐던 젊은 시절 들국화의 이 노래에 발을 동동 굴리며 그 행진의 설렘을 느꼈던 팬들이라면 그 가사가 들국화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여겼을 것이다. 30여 년의 세월을 단숨에 꿰뚫는 힘. 그것이 바로 노래의 힘이 아니던가. '헤어진 후에', '제발', '사랑일 뿐이야', '그것만이 내 세상' 같은 명곡들은 단박에 그 세월의 벽을 허물어뜨렸다.

        20대 청춘들에게나 이제는 머리가 희끗해진 중장년들에게나 들국화의 노래는 여전히 청춘의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꿈이 있으면 나이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전인권은 여전히 꿈꾸는 소년이었다. 전인권의 목소리는 여전히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읊조리는 듯한 저음에서 쇳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고음까지 단번에 치솟아 오르는 쾌감을 선사했고, 최성원의 부드러움은 여전히 속삭이듯 관객의 귀를 간지럽혔으며, 주찬권의 드럼은 여전히 마치 장작을 쪼개듯 강렬하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여전히' 속에는 원숙미가 더해졌다. 공연 중간 중간 툭툭 던지는 농담 속에마저 인생의 깊이가 묻어나듯.

        “예전에 다투고 헤어졌던 거 후회하지 않으세요?” 한 관객의 질문에 주찬권은 “헤어진 후에, 이별이란 없는 거야.”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한 젊은 관객이 “젊었을 때 꼭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게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전인권이 “고생하세요”라고 던진 답변이 관객들을 공감시킨 것은 거기에 자신들의 삶을 통과한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찌 말 뿐이랴. 들국화의 곡들은 마치 부흥회의 연설처럼 강렬하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담겨있었다. 27년만의 신곡 '노래여 잠에서 깨라'는 그래서 우리네 가요계에 던지는 도발이면서도 그 안에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꿈과 희망이 들어있었다. 들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기다려온 국화꽃이 피었다. 그 향기는 더 진해졌다.

        4.
        들국화의 신보에 들어 있는 '걷고 걷고'를 들으며 그 가사들을 곱씹는다. 과거 교과서에 실렸던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읽으며 그 시구(詩句) 아래 밑줄 그으며 메모했던 것처럼.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새벽 그대 떠난 길 지나
        아침은 다시 밝아오겠지
        푸르른 새벽 길


        '새벽 그대 떠난 길 지나'의 '그대'에서 서둘러 떠나버린 주찬권의 그 사람 좋은 특유의 미소가 떠오른다.

        꽃이 피고 또 지고
        산 위로 돌멩이 길 지나
        아픔은 다시 잊혀지겠지
        끝없는 생각들


        '꽃'에서 다시 그가 떠오르고 '아픔'에서는 그의 떠남이 남긴 빈자리의 허전함이 느껴진다. 그래도 '걷고 걷고 또 걷는' 그 행진은 그래서 시간이 만들어내는 삶의 폐허 위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네 삶이라는 걸 공감하게 만든다.

        그의 신보에 수록된 곡 '들국화로 必來'는 그래서 먼저 간 친구들에 대한 전인권의 위로이자 격려이며 그의 출사표이기도 하다. 절망도 하고 포기하고 싶었고 길조차 보이지 않을 때에도 저 멀리 기적은 우리를 기다라고 있다는 것. '또 다시 들국화로 필래(必來)'는 떠났던 친구들이 반드시 들국화로 돌아온다는 강한 긍정을 담아낸다. 그리고 '세상에 모든 어린 들국화를 위해' 그는 들국화로 피어나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어느덧 누군가의 결혼식보다는 누군가의 부음을 듣는 일이 잦아지는 나이, 그의 노래로 인해 이제 우리들은 모두 저마다의 들국화가 되었다. 설혹 하나 둘 친구가 먼저 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제 진한 국화 향기 앞에서 그들이 한때는 모두 들국화였다는 것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먼저 간 친구를 품고 들국화로 피겠다고 외치며 남은 길을 향해 성큼 성큼 걷고 또 걷는 전인권처럼. 들국화는 그렇게 깊은 잔향의 노래로 우리의 시대를 축원하고 있다.
      • 2014/02 정덕현(thekian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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