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향 기술의 발전은 대한민국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가 바뀌기도 했다. 첫 번째는 한국에서도 싱글이 대중화됐다는 점. 미국과 영국의 특권처럼 보였던 싱글 발매가 디지털로 이뤄지면서 이제 한 가수가 한 장의 앨범으로 단기 활동만 했었던 아쉬움은 사라졌다. 두 번째는 음악 가격이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으니 정액제가 보편화된 한국 시장에서 음악가가 얻을 금전 권리는 심각할 만큼 축소됐다. 물론 이것은 현재 스트리밍이 점차 표준화되어가는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로도 올라온 상황이다.
오래전부터 스트리밍으로 인해 경제적 빈곤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 뮤지션들은 현재 이 문제를 가볍게 넘기고 있지 않다. 이것은 음악계를 넘어 정치판에서도 언급될 만큼 음악가들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 사안이다. 늘 아티스트의 창작력에 도움을 줬던 음향 기술이 IT 분야에 들어오면서부터 불편한 부분이 생기고 있다.
수 천 번 들어봤자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1,000원도 안 되기에, 몇 년째 고통을 겪은 뮤지션들은 어느 순간부터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종종 온라인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절하고 있다. 대표적 경우를 묶어 보자면 타이틀곡만 공개하고 수록곡은 모두 듣지 못하게 하여 CD 판매를 유도하거나, 전곡을 공개했지만 CD에만 넣을 특별 트랙을 따로 넣어 CD를 산 소비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부터 대중음악가와 대중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 방식이 얼마나 큰 불편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지 못 한 채, 뮤지션들은 활발히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대중은 이런 방식을 사용한 음악에 대해 무관심으로 응대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온라인에 트랙을 감추거나 공개하지 않는 CD Only 방식은 창작자가 대중과 헤어지는 상황을 만들어낼 지름길 중 하나라는 것이다.
MP3 혹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매우 편리한 방법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왜 음악가는 CD 판매를 고집하려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음질 문제를 거론할 수 있지만, 이 부분은 현재 마스터 CD와 동급인 MQS나 FLAC 파일을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가 생겨남으로써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렵다. 즉, CD 혹은 LP가 귀로만 접할 수 있는 음악을 유일하게 만지고 가질 수 있는 물체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를 제외하곤, 음원을 거부하면서까지 CD 판매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 중, 본인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음악을 유통하는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대중음악 시장은 뮤지션도 본인의 음악이 어떻게 유통되는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처지다. 이런 부분에서 CD만 판매하려는 뮤지션이 고려하지 못한 상황은 단 하나다. '대중은 이 CD를 재생할 장치가 있을까?'
음악 하는 이들과 음악에 조예가 깊은 애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서 언급한 얘기를 꺼낸다면 비현실적인 얘기일 수 있다. 그들 주변에 CD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CD를 사서 컴퓨터로 립핑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CD플레이어를 소지한 대중이 매우 적어지는 추세다. 대중은 자리만 차지하고 느려터진 CD플레이어보다 빠르고 간편한 USB와 클라우드 시스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제 오디오 플레이어의 위치는 음악 애호가, 음악 관련 종사자들에게만 집중된 구역이다. 음반을 만들어서 음악 마니아들만의 축제로 끝내고 싶다면 CD를 내놓아도 상관없겠지만, 그게 정말 '대중음악'을 지향하는 올바른 자세인지는 한 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쯤 되면 금전 권리를 착취당한 음악가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럼 우린 어쩌란 말이냐.”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간편한 방도는 본인이 직접 가격을 매겨 음원을 팔면 된다. 유통이 어렵다면 홈페이지를 꾸려도 되고, 대행업체를 찾는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아이튠즈에서 MP3 앨범을 살 경우 CD만큼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만큼 디지털 부클릿과 특별 보너스 트랙을 포함시켜주는 등 음악을 물체로써 갖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보상을 제공 중이다. 한국에서 그러한 가격으로 파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지만, CD 가격에 절반이라도 도전해본 아티스트는 찾기 어렵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CD Only 일까? 정당한 저작료를 챙길 수 있는 뮤지션을 위한 CD Only일까? 아니면 CD를 사서 이걸 언제 또 립핑 할지, CD롬은 어디서 구해 와야 할지, 앨범 태그는 어떻게 맵핑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할 팬들일까? 21세기 디지털 기술 추세에 맞춰 듣는 이를 편하게 해줄 음악 유통 방식은 의외로 많다. 비록 3,500만 스마트폰 사용자 중 음원 사이트 가입자는 500만밖에 안 되고, 공유의 개념으로 출발한 MP3라는 존재가 아직도 가벼운 이미지로 비치지만, 언제까지 변화된 음악 저장 방식에 대해 거부만 할 순 없다. 만약 아직도 CD 판매만 고집하겠다면, 그게 정말 듣는 이를 배려하는 행동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왜 소비자가 립핑에 대한 고통까지 감수하며 CD를 사야 한단 말인가. 한동안 LP를 잊어버렸듯, 이제 CD도 추억의 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