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크레딧의 '음악: XXX'라는 언급은 영화를 위해 작곡행위를 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며 대중들이 흔히 영화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범주도 이와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곡된 영화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고유한 오리지널리티와 기능성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영화음악이라는 개념을 관통하는 수많은 정의와 명제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손꼽을 만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영화음악은 작가의 온전한 창작물이자 독립된 영역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적인 음악, 영화에 밀착되어 공생하는 음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늘 한 단계 낮은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만한 신뢰성 있는 이론적 토대가 재정립되고 대중적인 인지도의 상승, 지명도 있는 작곡가의 출현이라는 전환점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작품의 수준 자체가 크게 높아지면서 현대음악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고유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영역도 오랜 기간 동안의 역사와 의미 있는 시도를 더해가면서 '필름뮤직(Film Music)'이라는 학술적인 지점을 지나 고도로 상업화 된 현재의 영화시장에서도 독창적인 분야로 완전히 정착되어 가고 있다.
영화음악은 영화매체가 영상의 언어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나 심리적인 관계를 음악의 역할로 충분하게 치환하고 더 높은 수준의 미학적인 완성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음악이 들려지는 방식도 다양해서 '어떤 장면에, 어떠한 식으로 들려지느냐'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은 캐릭터와 사건의 묘사, 심리적인 관계, 내러티브의 진행을 모두 음악으로 풀어가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직설적인 멜로디와 가사를 통하기 보다는 연주음악을 통해 보다 극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은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충분한 설명보다는 작곡가의 전지적 시점에서 창작된 음악의 추상적인 느낌에 따라 조율되는 측면이 강하며, 영상과 음악이 조합되는 과정도 최종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충분히 기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연주로만 구성된 오리지널스코어의 상업적인 측면이 다소 미약하게 취급받거나 어려운 음악처럼 인식되는 것도 바로 이런 특징들 때문인데, 역으로 본다면 이것은 '다양한 상상과 해석이 주는 즐거움'이라는 영화음악만이 가지는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축척되어 온 경험을 가진 외국과는 달리 한국의 영화음악, 특히 오리지널스코어의 역사는 매우 짧다. 한국영화의 중흥기라고 일컬어졌던 예전에도 음악에 대한 투자나 인식은 보잘 것 없는 것이었고(몇몇 전문 영화음악가라는 호칭을 부여받았던 이들이 한해에 몇 십 편을 만드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고민을 거친 작품활동이란 애초에 불가능했던 구조였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영화음악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과 창작자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마저도 부재했던 암울한 시대였다.
이 상황은 90년대, 소위 한국영화의 산업화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Original Soundtrack'라는 부제가 어울릴만한 작품성과 체계를 겸비한 흐름들이 미약하나마 갖추어지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