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과 기타를 맡은 막스 카발레라, 드러머 이고르 카발레라 형제를 주축으로 한 세풀투라는 본래 1980년대 유럽의 데스 메탈 밴드들과 미국의 스래쉬 메탈 밴드, 특히 메가데스나 슬레이어와 같은 빠르고 공격적인 스타일을 따른 밴드였다. 날카로운 기타 리프와 거친 보컬, 둔탁한 리듬이 만들어내는 파괴적인 스타일은 초기 대표작인 < Arise >에 잘 집약되어있다. 하지만 그 다음 작품 < Chaos A.D >부터 밴드는 단순한 영미권의 스래쉬 메탈뿐만 아니라 펑크와 인더스트리얼적인 요소를 가미하며 실험에 들어간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는 브라질 토속 음악에 대한 탐구였다. 질주하는 속도감을 줄이는 대신 민속 타악기의 독특한 리듬으로 새로운 형태의 그루브를 만들어냈다.
일련의 실험들이 모두 결합된 '혼종' 음악은 < Roots >를 통한 전대미문의 메탈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음침한 기타 리프와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로 시작을 알리는 'Roots bloody roots'는 자연에서 '채취'한 가장 날것의 사운드를 담은 앨범임을 강조한다. 이는 실제 아마존의 사반테스 부족과 함께 녹음한 'Itsári'를 통해 더욱 극명해진다. 민속의 어쿠스틱 기타 리프로 출발해 미디엄 템포로 천천히 듣는 귀를 압살하는 'Attitude'와 'Breed apart'는 앨범의 주된 지향점을 계속하여 각인시킨다. 그 중에서도 브라질 로컬 아티스트 카를링요 브라운과 콘의 드러머 다비드 실베이라가 퍼커션 주자로 참여한 'Ratamahatta'는 진정한 앨범의 하이라이트 지점이다. 퍼커션 사운드가 만들어낸 숨쉴 틈 없는 리듬감과 일련의 단어들을 내지르는 거친 보컬, 여기에 카를링요 브라운의 주술적인 외침까지 곁들여지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의 황홀경을 선사한다.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그루브와 샤우팅, 스크리밍 창법은 일반적인 스래쉬 메탈의 문법을 벗어난 실험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훗날 밀레니엄 시대를 지배하는 뉴 메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자유로운 템포 변화의 'Spit'과 'Dusted', 화끈한 질주를 통한 'Dictatorshit' 등은 림프 비즈킷, 시스템 오브 어 다운, 콘과 같은 뉴 메탈 밴드들이 갖춘 필수적인 덕목의 뿌리를 제공했다. 실제 'Lookaway'에는 콘의 보컬 조나단 데이비스와 림프 비즈킷의 DJ 리설이 참여하여 미리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원시성의 발굴이 곧 진보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후 프론트맨 막스 카발레라가 팀을 떠나며 밴드는 더 이상의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브라질이 낳은 최고의 메탈 밴드라는 칭호는 지워지지 않는다. 대부분이 화려했던 메탈 전성기를 동경하며 맹목적으로 쫓아가기에 바빴던 반면, 세풀투라는 새 시대의 음악으로의 변화를 추구했고 게다가 그 실마리를 다른 곳이 아닌 본토의 민속 음악에서 찾았다. 메탈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역설적이게도 원시 속에 해답을 품고 있었다.
제 3세계 출신 밴드가 한 장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교를 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 Roots >가 명반이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 수록곡 -
1. Roots bloody roots

2. Attitude

3. Cut-throat
4. Ratamahatta

5. Breed apart

6. Straighthate
7. Spit

8. Lookaway
9. Duste
10. Born stubborn

11. Jasco
12. Itsári

13. Ambush
14, Endangered species

15. Dictatorsh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