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화음악과 관련된 큰 행사를 언급할 때 1순위로 손꼽히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우, 오래전부터 주제가를 'Best Song'이라는 독립된 카테고리로 분류해 왔다. 사실 이러한 분류는 가장 큰 대중음악 마켓을 보유한 미국이라는 환경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영화 속에서 주제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삽입되는, 혹은 작업되는 주제가가 반드시 '해당 영화의 주제의식을 상징한다'거나 '영화를 함축한다'는 등의 거창하고 엄숙(?)한 역할을 떠맡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제가의 역할은 영화 속에 존재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시작과 끝이 정해진다. 조금 과장하자면 영화라는 매체와 결합되는 순간부터 존재감이 확보되는 상황이 공식처럼 펼쳐지는 것인데, '거대한 스크린에 펼쳐지는 2시간짜리 영상 컨텐츠'라는 장점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 역할의 의미나 한계를 논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고 영화라는 매체와의 결합 자체가 이미 그 노래가 가질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주제가가 단순히 삽입됨으로서 얻게 되는 특혜를 넘어 영화 전체를 장악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긍정적인 사례도 무수히 존재한다.
1997년 영화계를 평정했던 [타이타닉]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대중적인 지지도와 가공할 흥행성적으로 인해 의외로 소홀히 취급되는 사실 하나는 그해 아카데미에서 Best Original Score와 Best Song 부문을 동시에 수상했다는 이력이다. (음악과 관련된 상 모두를 수상한 셈인데 이것은 아카데미 역사를 통틀어도 매우 드문 경우다.)
셀린 디온이 부른 'My Heart Will Go On'의 빼어난 가창력 뒤에는 본인 스스로 뛰어난 대중음악 작곡가임을 증명하고, 또한 이곡의 훌륭한 변주에 의한 오리지널스코어를 선보인 당대의 영화음악가로서의 존재감을 알린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의 역할이 있었다.
영화의 전반을 아우르는 오리지널스코어를 관장하는 작곡가만큼 영화의 맥락을 음악적으로 잘 이해하는 인물은 없다. 이 역할을 맡은 작곡가에 의해 창작된 주제가가 더 뛰어난 완성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비록 드문 일이긴 하지만 당연한 결과이며 [타이타닉]은 그것을 증명한 좋은 사례이다. 자신의 영화에서만큼은 주제가의 사용을 극도로 혐오했던 제임스카메론마저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강력한 힘, 이 수상의 결과는 감독 제임스카메론과 작곡가 제임스 호너의 합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최근의 영화 주제가는 조금 더 입체적인 관점에서 조명된다.
2014년 올 한해를 장악한(적어도 현재까지는) 영화주제가 1순위로 꼽을만한 [겨울왕국]의 삽입곡 'Let It Go'는 그 명료한 멜로디의 중독성과 역할도 흥미롭지만 그것이 단순한 영화 주제가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화 된 IT 기술, 음악과 영상이 유통되는 변화된 플랫폼과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선 미디어(YouTube와 iTunes, 그리고 SNS)에 힘입어 자발적으로 배급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요소보다 강력한 영화 컨텐츠의 첨병 역할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