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란 수상 경우, 일마즈 귀니의 <욜> 이후 터키 영화 사상 두 번째 영예
<우작>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로 2003년과 2011년에 심사위원대상 등을 안은 바 있는, 터기 영화계의 자랑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이 <윈터 슬립>으로 생애 최초의 칸 황금종려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경쟁 부문에 첫 입성한 모리타니아 출신 압델라만 시사코 감독이 혹 <팀북투>로 아프리카 영화에 칸 최고의 영예를 선사하는 파란을 불러일으킬까? 아니면 <비밀과 거짓말>로 1996년에 이미 칸을 정복했던 영국 마이크 리 감독이 <미스터 터너>로 두 번째 영예를 차지할까?
개막 5일째를 맞이하며, 총 18편의 경쟁 진출작 중 6편의 평점이 발표된 18일(현지 시각) 현재, 올 제67회 칸영화제를 달구고 있는 으뜸 궁금증이다. 칸을 17차례 찾은 그 간의 경험으로 판단컨대, 영화제 초반에 황금종려상의 향배를 놓고 이처럼 열띤 각축전을 벌이는 것은 처음이다. 수상 결과에 관계없이, 칸 경쟁작들에 대한 평가의 으뜸 척도로 작용하곤 하는 스크린 인터내셔널 10인 평단의 위 세 영화에 대한 평점(4점 만점)은, 3.6점과 2.6점, 3.6점이다.
한편 15인의 프랑스 평자들로만 구성되는 르 필름 프랑세의 평가에서는 2점 이상의 고른 지지를 받은 <팀북투>가 평균 평점 3.0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다른 두 영화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윈터 슬립>의 경우 평점을 준 14명 중 5명이 4점 만점, 5명이 3점, 1명이 2점, 2명이 1점, 1명이 0점을 부여했으며 <미스터 터너>에는 1명이 4점을, 3명이 3점을, 6명이 2점을, 3명이 1점을, 2명이 0점을 줬다. 두 매체의 종합 평가를 근거해 평하면, <윈터 슬립>이 황금종려상 최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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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슬립>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찬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번잡한 도시 생활을 뒤로 하고, 유산으로 받은 아나톨리아의 외진 호텔에 머물며 저서를 집필하려는 전직 연극배우와, 최근에 이혼한 시니컬한 그의 누나, 그리고 아버지 또래의 남편과 무심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선 문제를 두고 결정적으로 대립·충돌하는 미모의 처 세 중심인물들과, 그들 주변의 조연적 인물들을 에워싸고 펼쳐지는 관계의 휴먼 심리 드라마. 단적으로 스크린 코멘트 기자는, 세일란이 “기적에 가까운 성취를 일궈냈다”며 극찬을 쏟아 부었다. 뛰어난 리듬의 최상의 영화를 쓰고 연출했으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성격들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너무 흥미로워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캐릭터들로 영화를 가득 메웠다는 것. 전작들에서처럼, 아나톨리아 산악 지역의 광활함과 발전하는 캐릭터들의 내밀함 사이의 대조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이 영화 사실, 영화제가 아니면 쉽게 조우하기 힘든, 일반 관객들이라면 끝까지 지켜보기도 만만치 않은, 인내와 체험의 영화다. 3시간 16분의 긴 러닝 타임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다른 전작들도 그렇지만 특히 이 영화, <노스텔지아> 등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나 <영원과 하루> 등의 테오 앙겔로풀로스 영화 세계와 직결된다. 그 느린 극적 호흡과 미장센은 말할 것 없고 진지함을 넘어 철학적 향기 물씬 풍기는 심오한 대사 등이, 마치 스스로가 그 위대한 선배 감독들의 적자임을 선언하려고 작정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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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묻자. 과연 세일란은 칸의 위너가 될까? 올 경쟁 라인업에서 <윈터 슬립>에 대적할 상대를 발견할 수 없으리라는 데에 내기를 걸겠다, 는 위 스크린 코멘트의 기자의 단언처럼 말이다. 기자의 단언이 현실이 될 경우, 터키 영화가 칸 최고 영예를 차지하는 것은 1982년 일마즈 귀니 <욜> 이후 사상 두 번째다. (계속/칸=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