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비중 있게 주목해야할 또 하나의 요소는 앤디 서머스의 역할 전환이다. 주도해서 사운드를 이끌었던 초기와 달리 이번 작품에서 보이는 이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건반 악기와 혼 섹션을 뒷받침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신스 팝 성향의 곡들에서는 돋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사운드를 노출하는 절제미를 선사하며, 펑크(funk) 넘버들에서는 탁월하게 리듬 파트를 쌓아올리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앤디 서머스의 진가는 거의 모든 곡에서 드러난다. 개별 곡 단위에서의 연관 설명은 사족에 가깝다. 한편으로 스팅의 송라이팅과 스튜어트 코플랜드가 이끄는 리듬 연주는 전환기 속에서도 제 색깔을 잊지 않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그 기운이 상당수 옅어졌음에도 전반기에 보여준 레게 록의 형상은 곳곳에서 살아있다. 전자 음악을 향해 발을 뻗어가는 'Spirits in the material world'와 'Every little thing she does is magic'은 골자의 일부를 자신들의 초기 모델에 두고 있다. 훌륭한 혼합이다.
허나, 할 말은 역시 'Invisible'이나 'Secret journey'와 같은 곡에서 더 많아진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키보드 라인과 곳곳에 삽입된 신디사이저 사운드야 말로 실험 그 자체다. 폴리스의 새로운 장이 확실히 열린다. 'Spirits in the material world'의 인트로를 장식하는 전자음 역시 마찬가지다. 공격성 짙은 신스 팝 'Omegaman'과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Darkness'도 동일한 맥락 위에 있다. 동시에, 혼 섹션이 결합한 펑크(funk) 사운드에서도 밴드는 상당한 소구를 자랑한다. 리듬감으로 흡인력을 뽑아내는 'Hungry for you'를 시작으로 저편에서 앤디 서머스의 기타가 끊임없이 울리는 'Demolition man', 색소폰에 시선을 집중시킨 'Too much information'이 연달아 재미를 끌어올린다. 레게 리듬을 더한 'Rehumanize yourself'와 'One world' 또한 같은 연장선상의 결과물로 봐야겠다. 음반을 가로지르는 신스 팝과 펑크(funk), 이 두 사운드는 폴리스의 경계선을 크게 넓힌다.
앨범은 1980년대의 뉴웨이브 사운드를 그대로 담고 있다. 혹여 지금 1980년대의 팝 음악을 갈무리하고 있다면 이 작품을 반드시 대열에 합류시키시라. 당시를 깔끔히 정의할 음반 중 하나이니 말이다. 그만큼 < Ghost In The Machine >에는 당대의 흐름이 잘 녹아 있다. 앨범이 가진 의미다. 조금만 더 생각을 이어나가보자. 시대의 시금석처럼 작품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밴드가 그 시대에 얼마나 발을 잘 맞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 Ghost In The Machine >는 1980년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이다. 새로운 방식에 대한 수용 범위도 늘였고 실험 강도도 높였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훌륭히 담아냈다. 이것이 앨범이 가진 그 다음의 의미다.
-수록곡-
1. Spirits in the material world

2. Every little thing she does is magic

3. Invisible sun

4. Hungry for you (J'aurais toujors faim de toi)

5. Demolition man

6. Too much information

7. Rehumanize yourself
8. One world (Not there)
9. Omegaman
10. Secret journey

11. Dark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