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이 덜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세월호 참사로 인해 4~5월에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여러 차례 나눠 소개하면서 페스티벌을 홍보하기 어려웠고, 선거와 월드컵이 연달아 열리는 일정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회 분위기도 분위기이지만 페스티벌 라인업이 관심을 덜 끄는 것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매년 연초면 대중음악 매니아들은 올해 페스티벌에 누가 오는지를 점쳐보고, 주최측의 발표에 일희일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에는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한 뮤지션들의 새로운 내한이 거의 없다. 1차 라인업을 발표한 펜타포트의 경우에는 카사비안(Kasabian)과 트래비스(Travis)만이 눈에 띄는 상황이고, 슈퍼소닉은 퀸(Queen)과 피닉스(Phoenix)로 잠시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그쳤다. 시티 브레이크는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리치 샘보라(Richie Sambora), 마룬 파이브(Maroon5), 싸이의 이름만이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라인업은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빅뱅, 싸이, 투애니원 등 와이지 패밀리가 출연하는 나우 페스티벌 정도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나름대로 지명도 있는 뮤지션들이 적지 않게 포진하고 있지만 관심이 덜한 것은 라인업의 지명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내한공연과 페스티벌 등을 통해 한국에 왔던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라인업의 경우에는 페스티벌 간의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은 여름 대중음악 페스티벌 때마다 보기 힘들었던 뮤지션을 보면서 열광했던 음악 팬들을 맥빠지게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실 라인업에 열광하는 열혈 음악팬들이 그다지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라디오헤드가 내한했던 2012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경우, 많은 음악팬들이 집결했지만 실제 페스티벌의 손익을 따져본 결과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음악팬들이야 오매불망 기다리던 라디오헤드를 봐서 좋았겠지만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팬들 좋으라고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속 초대형 록스타, 팝스타를 부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당대 최고의 록 밴드인 라디오 헤드를 불렀는데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웠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공연시장 규모가 작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의 공연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추세임에도 아직은 이 정도 규모인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순혈주의를 고집하면서 록 페스티벌에 콜드플레이(Coldplay)가 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고, 왜 아이돌이 오느냐고 한탄할 일이 아니다. 시장의 규모와 팬들의 성향을 감안해서 다른 컨셉트의 페스티벌을 만들어내고, 대중적인 측면과 차별적인 측면을 잘 조화시킨 페스티벌을 통해 페스티벌을 연착륙시키는 것이야말로 지금 한국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해야 할 일이다. 조금은 다른 예지만 서울재즈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축제에 왜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가 오는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데미안 라이스를 통해 흥행을 책임지면서 닐스 페터 몰배르(Nils Petter Molvaer)와 잭 디조넷 트리오(Jack Dejohnette Trio)를 부르는 전략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전략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 여름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어쩌면 그간의 거품이 빠지고 비로소 한국 시장의 규모에 맞는 페스티벌로 정상화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시장 규모가 10배나 큰 일본만 부러워 할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들이 기꺼이 페스티벌을 찾아 음악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페스티벌의 팬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