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황금 날개를 등에 달고 백댄서들의 어깨 위에서 관객을 내려다보며 등장한 레이디 가가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압도적인 광경으로 모두를 압도하는 그녀는 어느새 'ARTPOP'과 'G.U.Y' 등 최근작의 수록곡으로 분위기를 띄워가며 열광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윽고 '가가 신화'의 서막을 알린 'Just dance'가 울려 퍼지며 'Poker face', 'Telephone', 'Paparazzi', 'Do what U want'로 이어지는 히트곡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가가의 목소리와 팬의 목소리가 하나 되며, 페스티벌의 밤은 어느새 레이디 가가만의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허나 이 날 공연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격렬한 무대 속에서 홀연히 피아노 앞에 앉은 그녀가 애절한 'I need you more than dope'를 내뱉으며 눈물을 쏟았다. 이날 공연에도 함께한, 죽마고우 보경에 대한 감사와 그를 낳아준 한국에 감사를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며 모두를 감동으로 녹였다. 이윽고 '모든 성적 소수자들과 차별받는 이들을 위한' 'Born this way'가 울려 퍼지는 순간은 가히 그 날 모인 팬들에게도 가가 자신에게도 극도의 해방과 감동을 안겨준, 최고의 순간이라 확신한다.
짧은 브레이크 타임 후는 감동을 열광으로 잇는 무대의 연속이었다. 무대 이쪽저쪽을 종횡무진하며, 과감한 의상과 과감한 퍼포먼스를 과시하고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터트리는 레이디 가가의 모습은 진정한 아티스트의 모습 그 자체였다. 무대 중간 나체가 되어 의상을 갈아입고, 한껏 교태를 부리며 팬들을 유혹했으며, 'Alejandro'와 'Bad romance'에서의 열정적인 모습 등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앵콜곡 'Gypsy'를 위해 새하얀 옷으로 분한 것을 끝으로 가가는 한국에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건넸다.
페스티벌 게스트로서의 공연에 2년 전 '본 디스 웨이 투어' 단독 공연과 비교하여 퀄리티가 혹여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으나 기우였다. 세 번째 정규 앨범 < ARTPOP >의 투어 '아트레이브 : 더 아트팝 볼'의 일환으로서의 공연이었기에 독자적인 세트와 무대로 꽉 찬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에서 첫 발을 떼었기에 무대 구성, 셋리스트 등 철저히 미궁 속에 가려져있던 지난 내한과 달리 상당수 정보가 알려져 있었음에도 전혀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엄청난 열정으로 무대를 장악해버린 레이디 가가에게 선 공개나 미리보기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했다.
< ARTPOP >의 저조한 성적으로 인해 다소 힘이 빠진 그녀의 모습을 상상했던 나를 훈계라도 하는 것 같은 공연이었다. 8월 16일 잠실 주 경기장에서 우리는 팝 컬쳐의 최전선에 선, 시대의 아티스트와 함께 호흡했다. 박수갈채를 위해 사는 (Live For The Appluase), 박수갈채가 아깝지 않은, 환희로 가득한 2014년의 여름밤이었다.
● 사진 출처 : AIA 리얼 라이프 나우 페스티벌 2014 공식 페이스북(● www.faceook.com/reallife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