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조금 늦은 20대 중반에 가수의 꿈을 이룬 김승범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대학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한 김승범은 성을 유로 바꾸고 곧바로 드라마 < 질투 >의 주제곡을 불러 벼락스타가 됐기 때문이다. 포옹하고 있는 최수종과 최진실을 가운데 놓고 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며 두 주인공을 잡아낸 장면에 흐르며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서 짙은 발자취를 남긴 주제곡은 드라마 음악의 폭발이었으며 < 질투 >는 텔레비전의 주 시청 층을 10대와 20대로 낮추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일본 그룹 하운드 도그의 'Fly'를 참고(?)한 성인 취향의 팝록 트랙 '질투'는 서태지와 아이들, 현진영의 등장으로 한국 힙합이 본격적으로 발아하던 1992년 여름과 가을을 완벽하게 통치했다. 신세대 감각에 맞춘 드라마의 형식뿐만 아니라 귀에 잘 잡히는 편한 멜로디의 주제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 애즈원의 'For awhile', 이상우의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작곡하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꿈'의 노랫말을 쓴 김지환이 작곡한 '질투'는 그렇게 거대한 인기로 표절 시비를 덮었다.
원히트원더 가수의 운명을 피하고 싶었던 유승범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자 음반사에 취직해 앨범을 기획했고,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과 최성빈의 '사랑하는 어머니께' 등을 작곡하며 음악활동을 지속했다. 하지만 최성빈은 노래를 만들어준 유승범과 함께 반짝 가수가 되는 운명에 말려들었고, 유승범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1초 오심'으로 석패한 펜싱 선수 신아람 선수에게 바치는 'U're the champion'을 불러 잠시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