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쿠퍼(Alice Cooper)
더욱 사악하고 자극적으로! 하드록, 헤비메탈 계열의 형님들 가운데 하나만 뽑으라면 이들의 원조 격인 앨리스 쿠퍼를 꼽겠다. 우선 캐릭터부터 제 정신이 아니다. 16세기 영국 마녀 '앨리스 쿠퍼'가 자신을 통해 환생되었다고 주장하는 영적인 행동 때문에 콘서트가 취소되는 것은 기본. 극단적인 가사로 그의 곡 중 가장 조용한 록발라드 'You and me'를 제외하고 아티스트 자체가 금지되었을 정도다. 음악 속에 담긴 억 소리 나는 무자비함은 뛰어난 보컬 없이도 공포를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무대 액션. 아슬아슬한 불 쇼에 5m의 뱀을 목에 감고 나오는 건 애교다. 하드록 마니아를 흥분케 하는 그의 광기는 단두대, 전기의자, 살아있는 닭을 죽이는 퍼포먼스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키스, 마릴린 맨슨 등이 공통적으로 쓰고 있는 파격적인 기법들이 모두 앨리스 쿠퍼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대로 엽기적인 쇼크 록의 향연.
2014/08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이 리스트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밴드 중 하나다. 박쥐와 비둘기 대가리를 입으로 뜯는 검은 눈 화장, 오지 오스본을 필두로 블랙 사바스는 '악마' 콘셉트를 내세웠다. 팀명도 공포 영화에서 따왔으며, 데뷔 앨범 < Black Sabbath > 역시 13일의 금요일에 발표했다.(최근, 20'13'년인 것을 놓치지 않고 < 13 >이라는 앨범을 발매했다.)
흑마술과 오컬티즘으로 새로운 장르, 블랙 메탈을 탄생시켰다. 음악적으로도 토니 아이오미의 다운 튜닝된 기타와 오지 오스본의 처절한 보컬이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동시에 비장하고 신나는 것이 오묘하다. 이 음침한 흐름은 후에 데스, 둠, 고딕 등으로 이어진다.
2014/08 전민석(lego93@naver.com)
키스(KISS)
비주얼 쇼크. 앨리스 쿠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 네 명은 앨리스 쿠퍼보다 더 화려하고 기이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등장했다. 가부키 화장을 연상시키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칠한 얼굴과 번쩍이는 장신구를 옷에 단 이들의 비주얼은 흡사 만화책에서 갓 나온 인간형 악마나 우주인을 연상케 했다. '뭐 그리 낯설 거 없는데?' 싶으신 분들은 시점을 40년 전으로 되감아 보시라. 1970년대에 이 형상을 하고 거리에, 무대에, 음반 가게에 나타났다면 그 반응이 어땠을까. 1976년의 정규 음반 < Destroyer >를 두고 데프 레파드의 조 엘리엇은 '순전히 커버 디자인 때문에 구매한 앨범'이라 술회한 적 있다. 그 정도로 이들이 가져온 이미지는 충격적이고 또 신선했다(?). 당시 음악계의 중심에 있던 헤비메탈의 강세에 힘입어 키스의 유명세 널리 퍼졌다. 가장 성공한 메탈 밴드의 지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글램과 같은 시각 요소와 강렬한 퍼포먼스, 쇼크 록과 같은 음악을 후대 아티스트들에게 전수했다. 충격과 공포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팀. 이들은 맥스 팩터와 메이블린 화장품을 즐겨 썼다고 한다.
2014/08 이수호(howard19@naver.com)
미스핏츠(Misfits)
1980년대는 록 밴드에게 있어서 '이미지 메이킹'이 상당히 중요한 시절이었다. 글렌 댄직(Glenn Danzig)에 의해서 결성된 미국의 호러 펑크 밴드 미스피츠(Misfits)는 1946년 시리얼 영화 < The Crimson Ghost >의 악당인 크림슨 고스트(The Crimson Ghost)의 흉측한 모습을 그대로 밴드에 투영했다. 밴드의 이름처럼 사회 부적응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1986년 안타깝게 타계한 메탈리카의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Cliff Burton)은 크림슨 고스트를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문신으로 새길 정도로 미스피츠의 열광적인 팬이었다. 실제로 메탈리카의 초기 라이브 셋에는 미스피츠의 명곡 'Die, die die my darling'가 단골 레퍼토리였을 정도였다. 그 덕일지는 몰라도 이 해골캐릭터는 전 세계적으로 상품화 되어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밴드보다 마스코트가 더 유명세를 떨쳤다. 그들의 음악보다는 그들의 악마적인 '이미지'가 팔려나간 셈이다.
2014/08 신현태(rockershin@gmail.com)
케이트 부시(Kate Bush)
디스코 열풍이 몰아치던 1978년의 영국, 부스스한 머리에 한껏 눈을 치켜뜬 한 소녀의 데뷔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의 후원에 힘입어 프로그레시브 록을 표방하던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도 귀를 끌어당긴 건 그의 목소리였다. 날카로운 소프라노 음색은 낡은 집에 들이치는 폭풍과 같이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다. '히스클리프, 나야 캐시. 내가 집에 왔어.' 동명의 소설 <폭풍의 언덕>을 소재로 한 가사 또한 원작의 광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무용을 공부한 덕에 온몸으로 음악을 전해내던 그녀의 무대는 기이한 감동을 전했다. 열아홉 살 케이트 부시는 거짓말처럼 사람들을 홀렸고, 데뷔 싱글 'Wuthering Heights'는 9주간 영국 싱글차트 정상자리를 지켰다. 수많은 여성 후배들에게 롤모델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이다.
2014/08 성민주(sencibility@gmail.com)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기괴하도록 왜곡된 보컬과 불안 심리를 고조하는 헤비한 기타. 절규와 함께 울려퍼지는 몽환적인 신디사이저음. 나인 인치 네일스는 인더스트리얼(Industirial) 음악을 록에 이식하여 인더스트리얼 록이라는 큰 줄기를 형성한 밴드다. 밴드를 이끄는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의 목소리에는 불안과 혼돈, 아픔의 정서가 기분 나쁘고 시끄럽게 배어있다. 1989년 기념비적인 데뷔 앨범 < Pretty Hate Machine >으로 얼터너티브 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고통의 정서를 선사한 그는 다음 앨범 < The Downward Spiral >으로 인더스트리얼 록의 정의를 내리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살인마 찰스 맨슨의 범죄 현장에서 앨범을 녹음하고, 라이브 공연마다 음침한 조명과 의상으로 악기를 부수는 등 감히 상상치 못한, 새로운 형태의 시대 저항에 대중이 반응한 것이다. 이지 리스닝 음악을 하는 팀은 아니지만, 한번 중독되면 이 날선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늘 하루 새로운 형태의 공포에 한번 빠져보시길.
< Pretty Hate Machine >, < The Downward Spiral > Closer Hurt
2014/08 김도헌(zener1218@gmail.com)
버줌(Burzum)
음악만 들어도 무섭다. 그러나 뮤지션의 일화를 알고 나면 배로 무서워진다. 잠시 버줌의 멤버인 카운트 그리쉬나크(본명 바르그 비케르네스)의 캐릭터를 열거해보자. 극우주의자, 인종주의자, 반기독교주의자, 네오나치주의자, 방화범, 그리고 살인자. 그는 밴드 메이헴의 기타리스트 유로니무스를 칼로 스물세 번 찔러 살해한 혐의로 노르웨이의 법정최고형량인 21년형을 선고받았다. 수감생활을 끝낸 이후인 2013년에는 테러 용의자로 다시 한 번 체포되기도. '악한 인간은 교정될 수 있는가?' - 영화 < 시계태엽오렌지 >에서도 다뤘던 주제이지만, 영화의 경우든, 버줌의 경우든 답은 '아니오'에 가까운 것 같다.
2014/08 여인협(lunarianih@naver.com)
로디(Lordi)
핀란드의 하드록 밴드 로디는 마릴린 맨스이나 화이트 좀비처럼 자신들의 얼굴과 몸뚱이를 극악무도하게 디자인하며 팝 역사상 가장 역겹고 지저분한 외모로 대중들과 조우한다.
사실 로디의 모습을 보면 무섭다기보다 웃음이 난다. 대표곡 'Hard rock Hallelujah'를 듣거나 노래 제목만 봐도 '에이, 이거 뭐야. 싱겁잖아'라며 실망할 것이다. B급 호러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잔인한 몽타주와 튀 피는 공연 퍼포먼스는 익스트림 메탈의 강국 핀란드의 잔여물이다.
“그룹 키스가 없었다면 우린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쇼크 록의 후계자임을 자처한 로디는 대중음악의 모든 흐름을 역행하며 성공적인 경력을 작성했다. 얼터너티브 록의 부상으로 헤비메탈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1992년에 팀을 꾸렸고, 음악도 당시에 세계를 빨아들이던 그런지나 모던 록이 아닌 1980년대의 하드록과 헤비메탈이었다. 누가 봐도 로디의 앞날은 가시밭길이었지만 꾸준한 활동으로 인기를 누적한 로디는 2006년, 그리스에서 열린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Hard rock Hallelujah'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곤 아바와 같은 우승자 리스트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렸다.
2014/08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슬립낫(Slipknot)
'You can't see California without Marlon Brando's eyes' - 'Eyeless' 중
한 정신병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가사부터가 왠지 으스스하다. 기괴한 가면으로 자신들의 맨얼굴을 숨기고, 이름 대신 숫자를 매겨 서로를 부르던 9인조의 대규모 밴드. 이들은 그런 특이한 외양의 연장선상에서, 당시 누메탈 신에서도 초강경 노선으로 분류될 하드코어한 음악과 과격한 퍼포먼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체불명의 소음과 남자의 웅얼거림으로 시작하는 '742617000027'에 이어 '(SIC)'과 'Eyeless', 'Wait and bleed', 'Surfacing', 'Spit it out'까지. 'Tattered & torn'에서 잠시 쉬어가기까지 미친듯이 내달리는 데뷔앨범의 초반부는, 다른 밴드들을 가볍게 압도하며 무시무시한 공력을 내뿜었다.
자신들을 상징하는 별모양의 심볼과, 'If you're 555 then I'm 666'라는 'Heratic anthem'의 가사로 하여금 사탄 숭배 밴드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던 팀답게 그 콘셉트나 이미지가 많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5를 fine, 6를 sick으로 돌려표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지금은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당시와 달리 모두가 외부활동을 할때는 가면을 벗고 있으며, 특히 보컬 코리 테일러는 스톤 사워(Stone Sour)로 더욱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슬립낫 광팬인 필자에게 있어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라면, 바로 코리 테일러가 작년 < Ozzfest Japan > 홍보 영상에서 '놀러오세요~'라며 성격 좋은 아저씨 웃음을 지으며 그간의 카리스마를 와장창 깨뜨려 버린 그때가 아닐까 싶다. 전성기 때와 같은 진정한 공포가 지금 녹음 중이라던 5집에서 부활되기를 기원해본다. 기타리스트였던 폴 그레이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밴드는 영원히 죽지 않는 악령과 같은 존재임을 증명할 수 있기를.
2014/09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이들은 지금껏 주류 음악 시장에 나왔던 밴드 중에 가장 역겨운 팀입니다.”
- 미국 상원 의원 Joseph Lieberman
그는 연예면 보다 사회면에서 더 활약을 한 뮤지션 중 하나다. 그로데스크한 외모와 반종교적이고 반사회적인 가사, 외설적인 퍼포먼스는 그를 '사탄의 아들'로 낙인 찍어 버렸다. 특히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학생들이 그의 음악을 들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학부모협회와 기독교 단체, 보수주의 시민단체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결국 미국 의회에서는 잔인한 가사가 젊은이에게 끼치는 영향을 규명하려는 청문회까지 열었다.
그의 사상을 표현하는 두 가지 단어는 '양면성'과 '쇼크'이다. “마릴린 먼로는 어두운 면이 있었어요. 찰스 맨슨이 선하고 영리한 면이 있었듯이” 그는 이름까지 섹스 심볼인 마릴린 먼로와 연쇄 살인마 찰리 맨슨을 동시에 사용하며 세상과 인간의 양면성에 천착했다.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그의 노래는 사람들의 고막과 두뇌를 마구 난도질한다. 그리고 그 선혈 속에서 마침내 속을 드러낸 양면,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2014/9 김반야 (10_ban@naver.com)
레이니 썬(Rainy Sun)
'귀곡 메탈'. 레이니 썬만이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음악의 이름이다. 이들은 가녀린 가성과 절규하는 샤우팅을 음울하게 드리워진 기타 사운드에 입히며 새로운 형태의 공포를 제시했다. 얼터너티브의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메탈의 툴(Tool)을 합쳐놓은듯한 거친 우울은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 색채를 빛냈다. 메탈, 모던 록, 트립 합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가장 기괴하고 공포스럽게, 음울하게 들려주는 재주는 감히 아무나 할 수 없는, 비범한 신내림과도 같았다. 정차식과 김태진의 솔로 활동으로 더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이름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 Origin >, < Rainy Sun >, 유감, Palobina, origin
2014/08 김도헌(zener1218@gmail.com)
할로우 잰(Hollow Jan)
끊임없이 청각을 난타하는 드럼과 기타의 디스토션 그 위를 절규하듯이 내뿜는 보컬 임환택의 가창은 밴드 할로우 잰의 음악을 가장 적절히 설명한다. 현실이란 지옥에서 울부짖거나 혹은 그 지옥사이로 새어나오는 한 가닥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 역시 이들의 특징에 살을 더한다.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에너지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할로우 잰의 라이브는 마치 신들린 춤사위나 살풀이를 보듯이 숙연하면서도 소름이 엄습한다. 평균적으로 6분을 넘어가는 이 요지경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충격이나 두려움을 넘어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2014/08 이기선(tomatoapp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