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조 암스트롱, < 롤링 스톤 >지 인터뷰에서
믿기지가 않는군. 흙덩이가 날아다니던 우드스톡에서 기타를 갈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로큰롤 명예의 전당 후보라니 말이야. 황송할 따름이지. 다들 집에 CD 한 장씩은 갖고 있지? 뭐? < American Idiot >? 에이, 그거보다 더 대박난 게 있잖아. 요즘 애들은 잘 모르나? < Dookie > 얘기하는 거야, < Dookie >!
지금 생각해도 그건 대박이었어. 펑크 록 앨범이 천만장이나 팔려 나간다니! 게다가 그래미까지? 섹스 피스톨스, 클래시같은 선배님들 시절엔 생각도 못할 일이었지. 그것도 너바나랑 시애틀 그런지 친구들이 록 씬을 완전 평정해버린 1990년대였어. 어딜 가나 'Smells like teen spirit'과 그런 부류의 노래들이 대유행이었지. 펑크 록은 쏙 빼고! 무정부주의 펑크 록이 설 자리는 1970년대 대처의 영국이 끝이었다고 모두 믿던 시절에, 우리가 펑크 록을 들고 나온 거야.
그러니까 커트(커트 코베인)가 '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음악을 박살낼 때부터 알아차렸어야지. 얼터너티브 그런지라는 그럴싸한 옷을 입었지만 사실 걔네가 한 건 펑크였어. 제목도 < Nevermind >잖아! (섹스 피스톨스의 데뷔 앨범 < Nevermind The Bolloks Here's The Sex Pistols >에서 따왔다.) 너바나가 없었다면 펑크 록도 좀 더 숨을 죽였을 거야. 형님들이 펑크 록을 '만들었다면', 십 몇 년이나 지나서야 너바나가 펑크 록을 주류 시장으로 '끌고 들어온 거지'. 그리고 그린 데이는 그 펑크 록을 제대로 '터트렸어.', 펑!
대신 그린 데이는 절규보단 파티를 원했지. 우리 음악은 간단했어. 쓰리 코드 펑크 록을 -> 누구보다도 빠르고 신나게 연주하면서 -> 멜로디만 더하면 난리가 났으니까. '3분 안에 조지자!'는 결심으로 빠르게 연주했고, 따라 부르기 좋은 가사랑 멜로디를 넣었지. 무기력한 내용은 상관도 없었어. 이렇게 쉬운 건데 왜 다들 안했는지 몰라. 때문에 우리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엥? 모른다고? 'Basket case' 한 번도 안 들어봤어?
시작부터 화끈하게 달려주는 'Burnout'부터 뛰어 놀 준비는 끝난 거야. 'Having a blast'와 'Chump'까지 쭉 달리고 나면 마이크(마이크 던트)의 기가 막힌 베이스 리프가 들리지. 바로 첫 싱글 'Long view'야. 인디 시절에 불렀던 'Welcome to paradise'도 대박이었고, 'She'랑 'Coming clean'도 화끈했지. 우리보다 강력하고 센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많았어도, 우리처럼 에너지 넘치는 록 트랙을 뽑아내진 못했을걸. 그 중에서도 'When I come around'는 그냥, 최고야.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리프를 썼는지 모르겠어. 'Woodstock 1994 When I come around'를 검색해봐. 그린 데이가 월드 록 스타로 태어나는 순간이니까.
이렇게 잘나가던 시절이었지만 안티들도 만만찮게 바글댔어. 특히 언더그라운드 펑크 밴드들에게 우린 공공의 적이 됐지. 독립 레이블 룩아웃(Lookout!)에서 워너 리프라이스(Reprise)로 옮겼을 때부터 우린 돈벌레가 됐어. 부르기 쉬운 멜로디에 사회 비판이 없는 가사까지 더해지니 완전히 이단이 따로 없었지. 제도권에 붙어먹는 펑크 밴드라나 뭐라나… 걔네에겐 펑크는 엉망으로 연주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정부주의와 타도, 혁명을 부르짖어야한다는 숙명 같은 거였지.
그럼 펑크 록이 아닌 거 아니냐고? 아직도 이런 소릴 하는 친구들이 있다니까. 이봐. 우린 조니 로튼(펑크 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 리더), 조 스트러머(펑크 록 밴드 클래시 리더) 형님들 다 좋아해. 라몬스 음악도 죽여주지. < Dookie >의 음악 자체가 사실 선배님들 펑크 록에서 다 가져온 것들이야. 대신 우린 시대가 변했다고 생각했어. 아무리 정신이 훌륭하다고 해도 들리지 않고, 즐기지 못하는 음악으론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지.
게다가 우리가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돈만 벌려한 것도 아냐.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우린 그 때의 우리 세대를 충실히 대변했어. 사실 시애틀 친구들과 우리 음악이 다르긴 했지만 기본적 감정이나 방향은 똑같았거든. 1990년대에는 다들 그 모양이었어. 소련이 무너지면 다 좋을 것만 같더니 웬걸, 더 세상은 더 어지러워지던걸. 아들 부시도 개판이었지만 그 아버지라고 다를 건 없었고, 우린 무기력했어.
지루하고 끔찍한 권태에 사로잡힌 'Long view'의 가사를 한번 보라고. 그렇게 신나는 'Burnout'도 '난 성장하는 게 아냐, 그냥 불타 없어질 뿐'이라 노래하고, 'Sassafras Roots'는 그냥 시간 낭비하는 내용이 다야. 'Welcome to paradise'의 천국은 사실 위험한 슬럼가의 쓰레기통일 뿐이지. 우리에게 세상은 그런 거였어. 우리의 반항은 세상을 욕하고 혁명을 꿈꾸는 방식이 아니었어. 그저 있는 그대로, 비참한 현실을 건방지게 비웃으며 즐길 뿐이었지. < Dookie >의 마지막 노래 제목만 봐도 알잖아. 'Fuck Off and Die!'
< 빌보드 >가 그러더라고. '오리지널 펑크 록이 그린 데이를 버렸지만, 모든 미국인들이 그린 데이를 사랑했다…' 멋진 말이야. 우린 새 시대의 펑크족이었어. 반항적이었고 건방졌지. < Dookie >는 그 새로운 네오 펑크(Neo Punk)의 출발이었어. 오프스프링의 슈퍼 히트작 < Smash >도, 내가 잠시 기타를 쳤던 랜시드도, 썸41도, 나중의 폴 아웃 보이 같은 친구들도 우리가 없었다면 못 나왔을 거야.
20년 동안 즐거운 순간이 많았지. 그렇게 즐겁게 노래하다 < American Idiot >쯤 진지하게 아들 부시 놈에게 한 방 통쾌하게 먹여줬고, < 21 Century Breakdown >으로 온통 세상을 비판했고... 공연에서 난리도 많이 쳤고, 3부작 앨범 발매하기도 했고. 그리고 이렇게 로큰롤 홀 오브 페임이라니! 미안해 친구들, 5년 정도 놀고 싶었는데 50년은 더 놀아야겠어.
- 수록곡 -
1. Burnout

2. Having a blast
3. Chump

4. Long view

5. Welcome to paradise

6. Pulling teeth

7. Basket case

8. She

9. Sassafras roots
10. When I come around

11. Coming clean
12. Emenius sleepus
13. In the end

14. F.O.D

※ 본 리뷰는 빌리 조 암스트롱의 회상을 가정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