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음악을 결산할때 정말 많이 언급이 됐다. 요즘 공연도 많이 하고 반응이 크게 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나?
해원: 연말에 정말 공연을 많이 했어요. 사실 곡수가 많지 않은 EP라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크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 원래는 따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사월: 처음엔 서로가 많이 안 친했어요. 그런데 2013년 10월에 “안녕하세요. 저 해원입니다. 피쳐링을 부탁드립니다” 하고 정중하게 문자가 온 거에요. 그동안 해원오빠가 공연하는 걸 보며 느낌이 좋았으니까 승낙을 했어요. 처음에는 나한테 어떤 걸 기대하는지도 모르겠고 의문이 많았죠. 그런데 해원씨가 제 보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셨는지 서로의 목소리가 의외로 잘 어울렸어요.
해원: 저는 '사막 part2'란 노래를 만들고 누군가와 같이 노래를 하고 싶은데 그걸 누가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공연에서 자주 뵙는 김사월씨가 그런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사월씨 노래 중에 '접속'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어느 날 그 곡을 듣다 보니까 머릿속으로 악기 같은 게 막 지나가는 거예요. 전 장기적인 목표로 음악 프로듀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능력이 된다면 김사월 앨범을 프로듀싱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사막 part2' 녹음한 뒤 제가 김사월씨한테 조심스럽게 이런 얘기들을 꺼내면서 같이 활동을 하게 됐어요.
사월: 처음 이렇게 이름을 쓰게 된 건 저의 공연 때 해원씨가 중요한 세션으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그 공연 때문에 이름에 대해 상의를 하기 시작했고 그 때는 여러 가지 안이 나왔어요. 가운데 'With'를 한다거나 '+'를 붙인다거나 그러다가 요즘 'x'를 쓰는 팀이 많으니까 이렇게 정했죠. 그 때는 좀 단순하게 팀명을 정했던 것 같아요.
해원: 저는 왠지 앞으로 둘이 뭔가를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연주자 보다는 가수기 때문에 둘이 동등한 명칭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결과적으로는 팀명이 우리가 음악을 만들고 활동하는데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만약 아예 다른 이름을 만들어서 활동했다면 뭔가 부담도 커지고 또 뭔가 다른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요.
음악 속에 화자, 캐릭터가 분명하다. 이 캐릭터의 성격이나 색깔은 처음부터 설정한 것인가? 아니면 두 사람이 만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건가?
사월: 처음 '사막 part2' 작업을 할 때는 팀을 만들 거라는 생각을 안 해서 해원씨 EP에 피쳐링을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사막 part2'는 여자 목소리의 캐릭터가 분명히 정해져 있었어요. 성우들이 책을 읽어주는 '라디오 문학관' 같은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해원씨가 그걸 먼저 들려주면서 여성 캐릭터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캐릭터가 EP < 비밀 >전반까지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해원: 그 라디오 프로그램 내용이 나쓰메 소세키의 < 몽십야(夢十夜) >라는 소설이었어요. 그 소설이 꿈을 쭉 풀어놓고 묘사해놓은 소설인데 묘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요. 그 파트 하나에서 나오는 대화를 들려줬어요. 남자의 꿈속 이야기니까 여자의 목소리는 울리고 이세상의 목소리가 아닌 듯 생경한 느낌을 줬죠. '사막 part2'외엔 일부러 역할을 정하거나 캐릭터를 만들지 않았는데 이 노래 작업을 하고 나니까 좀 뭔가 풀렸다고 할까요. '사막 part2'가 EP 전체 톤을 잡아준 것 같아요.
앨범에 '퇴폐', '관능'이란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이런 아찔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기획, 연출한 것인가?
해원: '퇴폐'나 '관능'이라는 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속성들이잖아요. 그런 걸 해보고 싶었어요. 둘이 같이 노래를 부르고 역할과 캐릭터가 생기니까 그게 가능해졌어요. 만나서 녹음을 해보고 만들면서 뭔가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우연처럼 만들어진 두 사람의 EP가 운명처럼 시너지가 난 것 같다. 앞으로도 두 사람의 이런 작업은 계속 되는 건가?
사월: 작업하면서 그런 얘길 했죠. 각자의 솔로가 나온 뒤 '김사월 x 김해원'으로 활동하면서 솔로와는 조금 변형된 분위기가 나오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솔로보다 듀엣이 먼저 나오게 됐어요. 처음엔 단기 프로젝트였는데 지금은 저에게 굉장히 중요해졌죠.
해원: 사실 최근에 공연이 많아 아직 곡을 쓰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정규앨범도 준비하려고 해요. 저한테도 듀엣은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에요. 이게 재밌는 이유는 저희가 기존에 있던 음악을 섞는다거나 하던 걸 했다는 느낌이 안 들고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영역은 좀 따로 있다는 거죠. 그래서 재밌는 것 같아요.
해원: 여러 방식을 같이 가지고 갈 겁니다. 각자가 곡을 쓰고 스케치를 하면서 이건 둘이 부르면 좋겠다 하고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요. 처음부터 둘이 부르는 걸 감안하고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도 '비밀'을 예를 들자면 사월이가 예전에 만든 노래였어요.
사월: '비밀'은 작년 여름에 스케치를 한 묵혀둔 곡이었어요. 원래 가사를 둘이 부르는 걸 염두하고 쓴 게 아닌데 무의식중으로 같이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해원씨가 들어오면서 노래가 많이 바뀌었죠. 등장인물이 생기면서 가사는 똑같은데 그 의미가 달라지고 중의적으로 변하면서 곡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해원: 저는 곡을 만드는 속도가 아주 느린 편이고 사월이 같은 경우는 저보다는 좀 빠른 부분이 있어요. 좋은 점은 각자가 집에서 녹음을 따로따로 할 수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각자 만든 걸 같이 듣다보면 '이건 혼자 불러야 하는 노래다', '이건 같이 부르면 좋겠는데' 하는 느낌이 와요. 두 사람 모두 큰 틀에서 보자면 사랑이라는 주제로 노래를 하고 있는데요. 사랑이라는 것 안에는 항상 관계가 들어 있잖아요. 그래서 너무 개인적인 시각의 노래가 아닌 이상은 같이 부를 수 있는 여지가 생겨요.
앨범의 큰 틀이 '사랑'이라면 이번 EP에서 전달하고 싶은 사랑의 의미나 정서는 무엇이었나?
해원: 둘 다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관점과 태도가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그걸 말로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왜냐면 복합적인 감정을 한가지 단어로 확정지어 버릴 수도 있고 말로 얘기하는 순간 그 감정들이 한정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봤을 땐 '결핍'이나 '갈구'같은 감정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김해원씨는 영화 <셔틀콕> OST 작업도 하고 전공도 영화다. 두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는지도 궁금하다
해원: 음악을 원래 참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 밴드도 하고 그 후에도 계속 컴퓨터 미디로 음악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음악을 전공하기엔 실기 준비나 집안 여건이 안됐죠. 대학을 선택할 시기에 영화에 대한 관심도 컸기 때문에 영화연출전공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하면서 물론 열심히 했지만 제 개인적인 성향과 많이 부딪혔어요.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니까 제 안에서 음악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그러던 중 영화 음악 제의를 받으면서 영화음악 작업도 하게 됐고 졸업할 때까지 영화 음악과 영화를 병행했어요. 그리고 졸업할 때가 되니까 음악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음악을 안 해보고 다른 길을 가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내가 과연 음악을 할 수 있나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지금까지 온 거죠.
사월: 사실 이 인터뷰를 하면서 해원씨가 음악을 하게 된 계기를 처음 들어요. 그런데 들으면서 놀란 게 저도 정말 비슷한 상황이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중학교 때 오만 원짜리 기타를 사서 혼자 딩가딩가 쳐보기도 하고요. 저도 실용음악과에 갈 준비나 여건이 안됐어요. 그 당시에는 음악보단 미술을 더 잘한다고 생각해서 디자이너가 돼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공예과에 진학했는데 대학교를 다니면서 점점 더 나와 안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해원씨랑 정말 비슷하죠? 제가 내면적으로 할 말이 참 많은 사람인데 외적으로는 할 말을 많이 못하고 사는 타입이거든요. 그런 내면적인 부분을 미술로 표현을 해보니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미술을 하기가 점점 두려워지고 학교 분위기도 너무 경쟁적이어서 압박을 많이 느꼈어요.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방황을 했어요. 우연찮게 LP를 트는 가게에서 일을 했고 그 곳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해원: 제도권의 정규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 않으면 자신의 방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해요. 지금은 그런 부분이 오히려 저희한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앞으로도 많이 채워야 하지만요. 두 사람 다 그런 암울한 고민의 나날이 있었고, 그걸 어느 정도 극복을 하고 나니까 지금은 음악을 계속할 건데 그럼 뭐가 부족하지 그럼 이걸 어떻게 채워야지 하면서 쭉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에게 영향을 준 앨범은?
해원: 저희 아버지가 노래를 좋아하셨어요. 드라이브 하는 걸 좋아하셔서 차에서 음악을 많이 틀어주셨어요. 신중현 사단의 음악을 좋아하셨고 장현의 < 미련 >을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으셔서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이 들었어요. 어릴 때는 그 노래가 정서적인 부분에 영향을 많이 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적으로도 영향을 많이 줬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좋아했어요. 항상 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해서 배철수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아티스트와 노래 제목을 모두 한글로 적어서 쌓아놨어요. 그렇게 1990년대 영미권 록을 좋아하게 됐는데 어느 날 느낌표가 딱 왔던 게 라디오헤드의 < Kid A >였어요. 제가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고, 화두를 던져 준 앨범입니다..
그리고 제가 영화음악을 하고 사운드 디자인 할 때 영향을 준 앨범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Gustavo Santaolalla)가 만든 < 21g > OST입니다.
사월: 프랑수아즈 아르디(Francoise Hardy)의 < Gin Tonic > 앨범의 보컬을 참 좋아해요. 그리고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의 < Histoire De Melody Nelson >는 저희 그룹에 직접 영향을 준 앨범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세르쥬 갱스부르는 독보적인 사람이잖아요. 그와 제인 버킨 (Jane Birkin)의 관계가 그대로 저희한테 적용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곡 자체의 작곡도 창의적이고 악기, 현 들어오는 개연성도 좋고 트랙마다 순서도 잘 배치되어 있어서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많이 받았죠. 특히 세르쥬 갱스부르의 멜로디를 정말 좋아해요.
해원: 저도 < Histoire De Melody Nelson >을 좋아하는데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는 노래 속의 캐릭터가 뭔지 인지시켜주고 깨우쳐 준 음악가인 것 같아요. 전 프렌치팝을 편안하게 잘 듣진 못해요. 그런데 사월씨 같은 경우는 팬심으로 정말 즐겁게 잘 듣는 것 같아요.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유통이나 홍보를 맡고 있다. 활동하는데 있어 타 레이블이나 회사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해원: 처음엔 자립음악생산조합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왠지 벽같은 게 있다는 느낌을 가졌어요. 사월씨 같은 경우는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먼저 접촉을 했고 공연이나 기획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고요. 저는 '한잔의 룰루랄라'에서 열리는 조합 강의가 있었는데 그 곳을 통해 사람들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연도 하게 됐어요. 자립음악생산조합이 회사 같은 곳은 아니에요. 저희가 회비를 내면 장비를 싸게 빌릴 수도 있고 공연이 있으면 조합원은 싸게 볼 수도 있죠. 그렇게 서로 돕고 있는 거예요. 조합의 목표는 다른 자본이나 힘에 종속되지 않고 좋은 음악을 계속하는 거죠. 요즘엔 저희도 조합에서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인터뷰, 정리 : 김반야
사진 : 이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