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과 차별화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앨범은 종현의 자작곡으로 채워졌고, 몽환적이며 펑키(funky)한 노래로 취향을 드러냈다. '데자-부'는 그런 신보의 성격을 가장 유쾌하고 대중적으로 녹여낸 곡이다. 핵심 후렴을 1. 어디서 본 것 같은데 2. 랄랄랄랄랄라 두 부분으로 나눠 반복해 중독성을 높인다. 분위기는 자이언티에게 더 밀착되어 있지만 종현 역시 날렵하고 화려하게 움직이며 존재감을 뺏기지 않는다.
장르가 레트로 펑크와 알앤비임에도 블랙뮤직을 제대로 가져왔다는 감상은 들지 않는다. 종현이 소울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 댄스 앨범이었던 태민과 차이를 벌리는 동시에 연결하기 위해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만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꽤 자신감 있게 리듬을 타는 그의 목소리다. 흐름에 맞춰 보컬을 사용할 줄 알아, 종횡무진 찢어놓기도 하다가 달달한 느낌도 살려낸다. 팀 내에서의 역할 때문에 고음만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데자-부'나 '시간이 늦었어'에서처럼 발음을 일부러 굴리거나 중음대로 부르니 음색의 독특함이 배가 된다.
노래를 직접 쓰며 외부작업에도 적극적이었던 그의 능동성이 음반에 짙게 묻어있다. SM 가수들 없이 피처링에 자이언티, 윤하, 아이언을, 작사에 휘성을 데려온 것도 스스로의 결정이다. 아이돌의 껍질을 깨고 제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원더걸스 예은의 행보와도 비슷하게 다가온다.
매력을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한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SM의 손길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직접 채웠기 때문에 알앤비나 아이돌 K팝, 어디에도 뚜렷이 속하지 않는 오묘한 트랙들이 들쑥날쑥하게 담겨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 과잉으로 이어진 곡들은 자작곡을 음반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생겨난 잡음이다.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날 익은 곡이 아니라 종현의 목소리이며, 따뜻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노래를 늘렸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장점을 각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재주를 가진 아이돌 멤버가 주체적으로 물감을 짜는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예은도 종현도 그 열정의 크기가 대중적인 매력으로 확대되지 못했다. 특히 종현은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겨냥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힘을 주고 있어 날카롭게 다가온다. 아이유와 함께한 '우울시계'에서 보여줬듯 그는 독특하면서 재밌게 소재를 풀어낼 수 있고, '너와 나의 거리', '스포일러'처럼 곡에 제목을 붙이는 재주도 가졌다. 그런 장점을 살려 의미 있는 발걸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영리함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수록곡-
1. 데자-부 (Feat. Zion.T)

2. Crazy (Feat. 아이언)
3. 할렐루야
4. Love belt
5. NEON
6. 일인극
7. 시간이 늦었어
8. 포춘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