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라는 것이 늘 멤버의 변화가 심하기 마련이듯 돈 펠더도, 그에게 협주를 제안했던 친구 버니 리든(Bernie Leadon)도 종내에는 이글스를 떠나지만 당시 이들이 고무적인 결과물을 냈던 것은 사실이다. 데뷔 싱글 'Take it easy'시절의 컨트리 장르에서 머무르기를 스스로 거부하면서까지 새로운 시도에 목말라 있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 On The Border >는 밴드의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피어올랐던 순간의 산물인 셈이다.
앨범의 백미는 프로듀서 교체와 새로운 멤버의 영입을 강행하면서 잉태해낸 하드록 사운드에 있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On the border'가 초반부 내걸은 기타 리프부터 이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앞서 작은 일화를 통해 소개한 'Good day in hell'은 물론이고 'James Dean'에서도 비슷한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장르를 취하면서도 기존의 밴드 색과 조화를 이루어 낸 것 역시 또 다른 강점이 되겠다. 밴조 연주 소리 컨트리 기반의 기타 사운드 그리고 이글스 특유의 보컬 하모니가 앨범 곳곳에 숨어있는 덕분이다. 'Already gone'이나 'Ol' '55', 혹은 이글스에게 첫 빌보드 싱글 1위라는 영광을 가져다 준 'Best of my love'의 후렴구가 빛나는 것도 돈 헨리(Don Henley)를 필두로 한 각 멤버들이 빚어낸 화음에서 기인한다.
메시지를 시대상황과 더불어 곱씹어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1970년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개인 사찰사건을 비꼬며 만든 'On the border'는 당시 미국 사회상과 이글스의 변화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표이다. 그만큼 이글스도 미국도 'Take it easy'라는 가벼운 마음가짐에서 점점 무거운 무게를 짊어져가고 있던 것이다. 탐 웨이츠(Tom Waits)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Ol' '55' 또한 마찬가지다.(이 노래의 재해석을 통해 탐 웨이츠도 재조명 받는 기회를 얻었다.) 비록 본인들의 가사는 아닐지언정 노래가 묘사하는 미국의 풍경이나 명암의 반복은 과거 1970년대의 대중에게는 적확한 상황묘사였고 현재의 대중에게는 소중한 낭만의 사료로 기능하고 있다.
앨범이 성공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담아내면서 이글스의 전반기는 막을 내린다. 이후 < One Of These Nights >에서 이들의 솜씨와 의욕이 만개하고 구성원 사이의 갈등과 화해가 빈번하면서 이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 On The Border >는 정확히 그 전단계의 마지막에 위치한 작품으로서 하나의 밴드가 가지는 새로움과 기존 노선에 대한 고민이 어떤 역학관계를 이루고 그 결과가 음악에 어떻게 투영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수록곡-
1. Already gone

2. You never cry like a lover
3. Midnight flyer
4. My man
5. On the border

6. James Dean

7. Ol' '55

8. Is it true?
9. Good day in hell

10. The best of my 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