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을 거쳐 다시 밤하늘에 뜬 두 번째 달. 각자의 사연만큼이나 다양했을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약간 긴장되고 떨리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설레임과 반가움이 먼저 앞서네요. 긴 시간의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어 바로 지금,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컴백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두 번째 달을 만나봅니다.
10년 만의 컴백, 10년 만의 인터뷰입니다. 앨범 제목처럼 < 그동안 뭐하고 > 지내셨나요?
조윤정 : 우선 아이리쉬 음악에 집중한 바드(Bard)와 앨리스 인 네버랜드, 두 프로젝트 밴드 활동이 있었고, 이외에도 각자 서로 다른 밴드에서 연주하며 지냈어요. 팀의 리더인 (김)현보 오빠도 역시 뮤지컬 감독, 드라마 음악 감득 등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셨고요. 그러던 중 앨리스 인 네버랜드 활동 말기에 오빠께서 새로운 두 번째 달의 앨범을 만들어보자고 하셨어요.
오랜 시간이라면 오랜 시간일 수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조윤정 : 방송에서 꾸준히 저희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드라마 < 궁 >도 있었고요. 공백기에도 꾸준히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다시 모여서 재미있게 음악 해보면 어떻겠나, 해서 모이게 되었죠.
어제부터 (3월 12일) 컴백 기념 공연 중인데 모든 공연이 매진되었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텐데, 혹시 이 정도까지 예상하셨는지?
최진경 : 사실 매진이 큰 의미는 아니지만 저희끼리 공연 끝나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우리를 기다려온 사람들이 있었구나…'
조윤정 : 어제 끝나고 싸인회를 했는데, 어제로 정확히 결혼 10주년이 된 커플이 찾아온 거에요. 그러니까 10년 전 첫 번째 앨범 발매 기념 공연 때도 오셨던 분들이신 거죠. 이벤트가 없었는데 남편 분께서 공연해주셔서 고맙다고 (웃음).
최진경 : 첫 앨범 때 초등학생이었다가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친구도 있었죠. 역사를 함께해 온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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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보 : 의도보다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죠. 첫 앨범은 멋모르고 시작하기도 했었고, 멤버들도 사실 음악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대중과의 공감지점을 파악하면서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겼어요. 작업 과정에 있어 멤버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도 늘었고, 축적된 정보를 활용하면서 더욱 수월하게 앨범을 만들 수 있었죠. 이번 2집뿐만 아니라 3집 제작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조윤정 : 멤버들끼리 소통하는 데 있어서 훨씬 공감대 형성이 쉬워졌다는 느낌이 있어요.
박진우 :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사람이 달라지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변화가 생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별한 의도대라기보단 자연스러운 결과죠.
두번째 달의 음악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사실 드라마 < 궁 >의 OST를 맡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제안으로 만들게 되셨는지, 그리고 의도한 결과물대로 잘 나온 것인지, 실제로 인지도의 상승이 있었는지 궁금해지네요.
김현보 : < 궁 >의 연출을 맡았던 황인뢰 PD님께서 공연을 찾아오셨어요. 드라마 음악을 만들 밴드를 찾는 중이셨는데, 공연을 보고 저희에게 제안을 주셨죠. 저희가 만든 음악이지만 실제로 드라마 인기도 많았고, 음악도 평이 괜찮았어요. 퓨전 사극의 효시가 된 사운드트랙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이후에도 저희를 좀 써주셨으면 했는데… 오리지널의 비애가 있더라고요(웃음).
시간이 조금 흐르긴 했지만 2010년 바드의 정규 1집도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는 정작 바드를 결성한 김현보씨의 이름은 없었는데요.
김현보 : 아이리쉬 음악을 즐기는 것과 앨범을 내고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 자체로 한계가 느껴졌던 거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던 거죠.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한 앨리스 인 네버랜드도 동화 같은 사운드로 인상깊었습니다. 혹시 차기작 계획이 있나요?
최진경 : 저희끼리는 있는데…(웃음) 멤버들 간의 상황도 있고 정확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에요.
김현보 : 그래서 프로젝트 밴드를 할 바에야는 그냥, 두 번째 달 앨범 하자! 그랬죠.
본격적으로 <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 앨범 이야기를 해보죠. 2014년 4월에 상상마당에서 < 웬즈데이 프로젝트 > 공연을 펼치셨는데, 혹시 이것이 새 앨범의 예고편 같은 성격이었나요?
최진경 : 그 전부터 준비는 했는데 (웃음). 세종 M 씨어터에서 공연했던 2012년부터였어요.
김현보 : 사실 10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숫자잖아요. 저희끼리는 10주년이 되기 전에 두 번째 앨범을 내고, 2015년에는 다른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 있었어요. 늦어지다 보니까 결국 올해 나오긴 했지만요.
첫 트랙부터 굉장히 놀랍습니다. 시끌벅적한 '구슬은 이미 던져졌다'. 두 번째 달 노래 중 이런 류의 노래는 거의 처음 같은데요.
김현보 : 거친 맛은 처음이죠. 하고자 하는 의지는 1집 때부터 있었지만, 구현해낸 건 처음이에요. 원래 동유럽 발칸 집시 스타일로 라이브 때부터 계속 연주를 해오던 곡이었는데, 이번 앨범에 수록하게 되면서 맨 처음으로 넣게 되었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의 기술'이 마음속의 1번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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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보 : 2007년 아일랜드 여행에서 처음 구입한 악기에요. 그런데 그곳과 한국의 기후 차이로 리드가 찌그러지는 바람에 소리가 제대로 나는 데까지 무려 3년이나 걸렸어요. 2010년에 또 여행 가서 수리를 받으면서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었죠. 새로운 기술을 터득했으니 도입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타키타타키타다디게나도'의 남인도 구음 장단 '콘나쿨'은 굉장히 낯선 시도입니다. 자세한 정의도 찾기 어려운 장르인데, 도입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현보 : 대표적으로는 저명한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의 프로젝트 샥티(Shakti)에서 남인도 음악과 북인도 음악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어요.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고, 이 콘셉트를 진경이가 쓴 곡에 접목해서 만들게 되었죠.
'타키타'에서도 그렇지만 새로 가입한 기타리스트 이영훈 씨의 일렉트릭 기타 솔로가 또 다른 느낌을 많이 불어넣습니다.'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도 그렇고요. 영훈 씨의 의도에서였나요?
이영훈 : 일렉트릭 기타를 사용하자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두 번째 달과 일렉 기타의 케미스트리도 걱정이었고요. 어느 정도 잘 어울린다는 판단에서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아요.
김현보 : 두 번째 달이라는 밴드의 정체성 자체가 여러 음악을 하나로 모아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잘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악기들을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과제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말씀 나온 김에 이영훈씨께서 두 번째 달의 새 멤버로 함께하게 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이영훈 : 계기는 따로 없는데, 같이 한지 10년 정도 됐어요. 두 번째 달이 유닛으로 활동할 때 저는 해외에 있었고, 2010년부터 합류하게 되었죠.
최진경 : 현보 오빠가 다루는 악기가 많아서, 라이브 공연을 위해서라도 밴드에 또 다른 기타리스트는 꼭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많은 노래들이 혁신을 상징하지만, '사랑가'야 말로 정말 많은 분이 기다린 트랙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5년 이즘 인터뷰에서도 국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언급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현보 : 판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인 음악이에요. 서사적인 부분도 있고, 영화 음악처럼 하나의 이야기와 흐름을 갖추고 있어요. 서사적인 음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방법을 찾다 보니 판소리를 연구하게 되었죠. 작년 국악하는 팀들과 많은 콜라보레이션을 가졌는데, 그 과정에서 대략의 원칙을 세우게 되었죠. 두 번째 달의 스타일을 접목하되 국악이 변하면 안된다. 원형을 최대한 손상하지 말자.
소리꾼 이봉근씨가 열창한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 영상이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사랑가'를 채택한 이유는 이봉근씨의 아이디어였나요? 아니면 두 번째 달의 아이디어였나요?
김현보 : 2014년 12월 서울 정동극장에서 판소리 춘향가를 두 번째 달 스타일로 편곡해서 쭉 연주하는 공연을 했어요. '사랑가'는 그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트랙 중 하나고요. 아무래도 춘향가에서 '사랑가'가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가장 로맨틱한 내용이기도 하고요. 사실 원작 분위기가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이 노래를 아름다운 발라드로 바꿔놓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결과물도 잘 나온 것 같고요. 두 번째 달의 발명품이라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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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 우리 음악과는 별개로 국악과는 프로젝트성으로 계속 함께할 것 같아요. 일단 3월이나 4월 중에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이봉근 씨와 또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판소리 다섯 마당을 소재로 따로 작업해볼 계획도 있고요.
최진경 : 그런데 이봉근 씨와 함께하게 된 것도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는, 하다보니까 연결이 된 경우에요.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Paper boat'에서 보컬을 맡은 옛 멤버 린다 컬린도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Anti rain dance'와 비교하면 훨씬 밝아진 느낌입니다.
조윤정 : 린다 컬린은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튠즈에 검색해보면 앨범도 나오고, 연락도 꾸준히 주고받아왔어요. 그 중에서 저희가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어 몇몇 곡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Paper boat'를 들어보고 저희가 선택했어요.
김현보 : 'Anti rain dance' 말씀하셨는데, 사실 'Paper boat'도 그에 못지 않게 어두운 내용의 노래에요. 목소리와 템포는 다 같고, 아련한 분위기의 원곡이었는데 저희는 밝게 새로 편곡한 거죠. 브리티쉬 음악 같이 잘 나온 케이스에요.
최진경 : 린다 언니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 2nd Moon >과 비교해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최진경 :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많이 편안해졌어요. 그냥 우리가 편안하고 즐겁게 음악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김현보 : 그러다 하나씩 하나씩 걸리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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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열 : '타키타타키타다디게나도'. 연주하면서 재밌어요.
조윤정 : 저도 '타키타'요. 색다른 시도도 그렇고, 연주하면서도 즐겁고, 영훈 오빠 일렉 기타 소리도 좋아요.
이영훈 : '타키타'는 사실 서너 가지 다른 요소들이 뭉쳐져야 하는 곡인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연주하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죠. 자랑스러워요.
김현보 : 저는 '똑바로 걷기'가 얻어 걸린 노래 같아요. 처음에는 코드 진행밖에 없었고 급하게 진행하기도 했어요. 연주하기도 굉장히 어려운 트랙이고요. 초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박진우 : < 2nd Moon >을 만들 때는 사실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앨범에서 그런 점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많은 좋은 곡이 있지만… 직접 연주를 해보면 '두 개의 길'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연주하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예요.
최진경 : '두 개의 길'은 우리가 가장 잘 낼 수 있는 소리인 것 같아요. 아이리쉬 스타일이지만 아일랜드에는 없는 음악이고, 집시 사운드도 있고. 믹싱도 가장 잘 된 트랙이죠.
조윤정 : '가라앉는 섬'도 좋아요!
'에스닉 퓨전'이라는, 세계 각국의 민속 음악을 연주하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셨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두번째 달의 음악을 '에스닉 퓨전'으로 규정해도 될까요.
김현보 : 에스닉 퓨전이라고 규정짓기보단 '두 번째 달의 음악' 정도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굉장히 장르적인 트랙도 많거든요. 퓨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지대한 목표가 아니고, 두 번째 달의 음악인 거죠.
최진경 : 결국은 뉴에이지 카테고리에 들어가던데.
김현보 : 사실 그게 썩 달갑게 다가오진 않아요. 흔히 말하는 뉴에이지의 감성과는 많이 다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두번째 달의 음악을 그리워했습니다. 다음 앨범은 조금 더 빨리 만나볼 수 있을까요.
김현보 : 곡은 준비되어있죠. 마음만 먹으면 빨리 낼 수 있어요.
최진경 : 2년 안에 내는 걸 목표로!
마지막으로 <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를 듣고 있을 수많은 음악 팬 여러분께 이렇게 앨범을 들어달라, 인사 부탁합니다.
조윤정 : 앨범을 사서 들어주세요(웃음). CD로 들으면 더 좋아요!
김현보 : 어딘가에서 계속 들려지는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어디서든 이런 음악은 계속 흘러나와야 하고, 그를 연주하는 밴드도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 밴드가 두 번째 달이었으면 합니다.
인터뷰 : 김도헌
정리 : 박지현, 김도헌
사진 : 이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