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키디비와 짝이 돼 팀 배틀을 벌일 때에도 흡족하게 느껴질 만한 래핑을 들려주지 못했다. 이들의 리허설을 본 박재범은 전지윤에게 많이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충고했다. 출연자들의 회식 자리에서 처음 래핑을 선보인 뒤에 흐른 인터뷰에서 전지윤은 "진짜 제대로 하면 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실력을 자부했지만 퍼포먼스는 그 말에 힘을 실어 줄 수준이 아니었다. 전지윤은 빠른 퇴장을 예약한 무능력한 아이돌로 여겨질 뿐이었다.
5회에 펼쳐진 캐스퍼와의 일대일 배틀에서 전지윤은 전에 비해 한층 탄탄해진 래핑을 보여 줬다. 속도와 세기도 괜찮았고 단어 사용과 압운의 설치, 악센트도 그럴싸했다. 대결에서는 비록 패했으나 노력을 적잖이 했음은 십분 나타낸 무대였다. 미숙함을 통감한 뒤 자신을 담금질한 결과는 제법 볼만했다.
전지윤은 < 언프리티 랩스타 >를 통해 기능의 성장 외에도 의외의 면모를 보여 흥미를 유발한다. 4회에서 그녀는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하면서도 "지금 바닥이니까 올라가면 된다"며 낙천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캐스퍼와 랩 배틀을 벌일 때 캐스퍼가 "오늘은 선글라스 안 쓰고 나오셨네요?"라고 도발하자 전지윤은 익살맞은 톤으로 "한 번도 쓴 적 없는데?"라며 응수했다. 상해를 입힐 목적으로 쏜 화살을 탁구공처럼 가볍게 튕겨 낸 센스 만점 '깨방정'은 딱딱한 분위기를 일시에 누그러뜨렸다. 이처럼 전지윤은 방송에서 밝은 성격과 유머러스한 면모를 내보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범상치 않았다. 배꼽의 이탈을 장려하는 불세출의 펀치라인 "내가, 내가 해"를 외치고 자리에 앉았을 때에도 "비트가 느려서 멘붕이 왔다"며 너스레를 떤 것도 엉뚱했다. 그녀가 천진난만 세포를 보유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8회 함께할 팀원을 모집하는 장면에서 빈약한 실력 때문에 아무도 자신에게 지원하지 않을 것을 예상한 전지윤은 팀이 되는 사람에게 회전초밥을 사겠다는 공약을 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오는 래퍼들은 대개 곧 죽어도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 반해 그녀는 비굴하게 굴어 웃음을 줬다. 유빈과 듀오로 공연을 치른 뒤 합격자 명단에 들고 싶다는 희망을 궁상맞게 밝힌 것이나 9회 키디비와의 배틀을 앞두고 자신은 프로그램에 나오자마자 해탈했다고 말한 것도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효린의 표현처럼 "뭘 해도 웃긴"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다.
우승을 이야기하던 전지윤의 호기로움은 등장 이후로 온데간데없다. 미천한 실력이 드러난 뒤 한 단계, 한 단계 생존만을 바라는 겸손한 인물이 됐다. 출연자들도 그녀를 인정해 주지 않아 측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의기소침하지 않고 긍정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또한 매 공연을 착실하게 준비해 기량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 줬다. 이로써 < 언프리티 랩스타 >는 전지윤을 재발견하는 무대가 됐다. 우승 타이틀을 가져가진 못했지만 존재감은 우승자 못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