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정치학에 열중하던 시대정신 설파가 레논의 모습보다는 고차원적 사랑을 세상 가장 고귀한 가치로 부여하고 이에 집중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양태를 띈다. 전체적으로 아내와 한 곡씩 주고받는 형식을 택해 흡사 서로 은밀한 귓속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포문을 알리는 히트곡 '(Just like) Starting over'(빌보드 5주 1위)에서 마지막 곡 'Hard times are over'까지 만남과 헤어짐, 상념과 그리움, 재회와 형용할 수 없는 기쁨 등 사랑의 원초적 감정들을 여실히 전달해낸다.
그 와중 더할 나위 없이 수려한 멜로디를 담은 아들을 위한 곡 'Beatiful boy (Darling boy)'나 고작 15분 만에 완성되었지만 변화무쌍한 화성진행에 계단을 오르내리는 듯 기타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아내에 봉헌하는 'Woman'으로 심란한 세상에서 마침내 가족에 정착한 그의 마음 가득 피어오른 평온함을 짐작할 수 있다. 사상가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 녹아났음을 천명하는 'Watching the wheels'는 그가 마련한 해답이자 일종의 'Let it be'인 것이다.
악을 쓰거나 살을 깎는 듯한 고음, 때로는 신음을 질러대 존 레논의 앨범을 망친다고 악명이 자자하던 오노 요코도 비교적 평안해 'Kiss kiss kiss'의 전위성 정도를 제외하면 앨범의 작위적 터치를 가하지 않는다. 단출한 피아노 연주에 귀엽게 노래하는 'Yes I'm your angel'과 힘을 쭉 빼고 블루지한 색소폰 솔로에 몸을 얹는 'Hard times are over'는 분명 그녀가 선사하는 보컬의 최고점에 자리해 1982년 발표하는 솔로작 < It's Alright >에 훌륭한 토대가 된다.
원인이 우상화의 폐해를 타고 돌격한 마크 채프먼이 쏜 다섯 발의 총탄이든, 아니라면 상상외의 거대권력이 자행한 짓누름이든 허망히 세상을 등진 '스마트 비틀'의 유고작. 세상을 사랑으로 물들이려했던 두 명의 꿈은 앨범 재킷 아름다운 키스가 흑백으로 담겨있듯 말 그대로 환상이 되어버렸으나 그들의 노래는 남아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울린다.
-수록곡–
1. (Just like) Starting over (John Lennon)

2. Kiss kiss kiss (Yoko Ono)
3. Cleanup time (Lennon)
4. Give me something (Ono)
5. I'm losing you (Lennon)

6. I'm moving on (Ono)
7. Beautiful boy (Darling boy) (Lennon)

8. Watching the wheels (Lennon)

9. Yes, I'm your angel (Ono)
10. Woman (Lennon)

11. Beautiful boys (Ono)
12. Dear Yoko (Lennon)
13. Every man has a woman who loves him (Ono)
14. Hard times are over (O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