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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10주 동안 빌보드 싱글차트를 지배한 아델의 'Hello'의 제목만 보고 많은 분들은 1984년에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라이오넬 리치의 'Hello'를 리메이크했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주로 40대 이상인 분들은요. 이처럼 제목이 같지만 전혀 다른 노래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경우는 드문 일이죠. 이렇게 제목은 같지만 전혀 다른 노래 중에서 1위를 차지한 곡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해 봤는데요. 그래서 이번 하나씩 하나씩에서는 동명이곡으로 전미 인기 차트 넘버원에 오른 곡들을 2회에 걸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아델~~(허구연 버전)
Venus - Frankie Avalon (1959) / Shocking Blue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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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Venus'하면 1970년에 빌보드 넘버원에 등극한 네덜란드 그룹 쇼킹 블루의 노래만 생각하지만(1986년엔 여성 트리오 바나나라마가 리메이크해서 다시 빌보드 정상) 그보다 11년 전인 1959년, 당시 아이돌 가수였던 프랭키 아발론이 부른 'Venus'가 있었습니다. 5주 동안 차트 1위를 지킨 프랭키 아발론의 'Venus'는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이 희석된, 채식남이 부르는 로큰롤이었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다는 전형적인 발라드 내용입니다. 그래서 범생이 틴에이저들과 학부모들로부터는 그 안정성을 환영 받았지만 로큰롤의 진골 진영으로부턴 격멸의 대상이 된 곡입니다.
One more night - Phil Collins (1985) / Maroon 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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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7주 동안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서 턱을 쳐들고 정상을 바라볼 때 바로 그 위에서 의기양양하게 싸이를 내려다보던 노래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마룬 5의 'One more night'이었습니다. 이 곡은 무려 9주 동안 차트 정상에 머무르면서 싸이의 정상 탈환을 저지했었죠. 하지만 옛날 팝 팬들은 마룬 5의 'One more night'보다는 통통 튀는 드럼 사운드와 후반부에 등장하는 색소폰 연주가 아름다웠던 필 콜린스의 'One more night'을 더 기억한답니다. 1985년에 발표한 필 콜린스의 두 번째 앨범
One more try - George Michael (1988) / Timmy T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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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다시 한 번' 시리즈로 가겠습니다. 몸에 털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여성들이 사랑했던 조지 마이클이 1987년에 발표한 첫 번째 솔로 앨범 < Faith >에서는 모두 6곡이 빌보드 탑 텐을 기록했는데요. 이중에서 네 번째 싱글이었던 진득한 알앤비 발라드 'One more try'는 차트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3년 후, 티미 티라는 남성 가수가 발표한 'One more try'란 발라드 곡이 1위에 올랐는데요. 전자음원으로 연주되고 집에서 싸구려 기계로 녹음했지만 멜로디가 좋은 곡은 그런 외적인 상황에 상관없이 사랑받는 다는 걸 증명한 노래입니다.
Best of my love - Eagles (1975) / Emotions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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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공교롭게도 2016년 초에 우리 곁을 떠난 이글스의 글렌 프라이와 어스 윈드 & 파이어의 리더 모리스 화이트가 작곡한 노래 두 곡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글스의 'Best of my love'는 이글스의 첫 번째 1위곡인데요. 2016년 1월 16일에 눈을 감은 글렌 프라이가 돈 헨리, 'You're only lonely'로 유명한 J.D. 사우더와 함께 작곡한 컨트리 발라드 노래입니다.
그리고 2016년 2월 3일에 영면한 모리스 화이트는 무명 시절부터 이모션스의 멤버들과 친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1977년에 'Best of my love'라는 디스코의 명곡을 작곡해 주었고 이 노래는 빌보드 싱글차트와 알앤비 차트를 석권했죠. 그리고 1979년에 어스 윈드 앤 파이어는 이모션스와 함께 'Boogie wonderland'를 취입하기도 했습니다.
Power of love - Huey Lewis & The News (1985) / Celine Dion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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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적인 로큰롤 음악을 들려준 휴이 루이스 & 더 뉴스의 첫 번째 넘버원 'Power of love'는 마이클 제이 폭스를 세계적인 배우로 등극시킨 영화 < 백 투 더 퓨처 >의 주제곡인데요. 이들의 음악은 대단히 미국적이라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많은 사랑을 받진 못했지만 이 곡만큼은 국내에서도 꽤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뉴욕 출신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 제니퍼 러시가 1986년에 발표한 'Power of love'는 빌보드 싱글차트 57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는데요. 이후 에어 서플라이와 로라 브래니건 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했지만 역시 탑 텐 진입에 실패하고 맙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한창 주가를 올리던 셀린 디온이 다시 부르자 드디어 차트 정상을 차지하죠. 그래서 지금은 'Power of love'가 셀린 디온의 시그니처 송으로 안착했습니다.
Butterfly - Charlie Gracie (1957) / Crazy Town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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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그레이시라는 초기 로큰롤 가수가 1957년에 발표한 'Butterfly'는 대단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찰리 그레이시의 오리지널로 1957년에 차트 정상에 올랐고 같은 해에 앤디 윌리암스의 리메이크도 역시 넘버원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1957년 한 해에 'Butterfly'가 두 가수의 버전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거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원곡 대신 앤디 윌리암스의 따뜻하고 온화한 노래를 기억하고 있답니다.
크레이지타운은 2001년에 공개한 'Butterfly'로 혜성처럼 등장한 랩메탈 그룹인데요. 이들은 2001년에 2주 동안 차트 정상을 지킨 이 한 곡만 남겨 놓고 사라진, 정말 완벽한 원히트원더 가수입니다. 저도 이 노래가 좋아서 수입음반으로 크레이지 타운의 앨범을 사고 나서야 이들이 왜 원히트원더가 됐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I'm sorry - Brenda Lee (1960) / John Denver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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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체구지만 폭발적인 가창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미스 다이너마이트'라는 별명을 얻은 브렌다 리의 첫 번째 넘버원입니다. 미안하다는 제목처럼 브렌다 리는 수줍고 겸손하게 노래하죠.
존 덴버의 네 번째 1위곡인 'I'm sorry' 역시 나지막한 음성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노래인데요. 그의 마지막 넘버원으로 싱글차트와 컨트리 차트 그리고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를 석권했습니다. 이젠 이 두 노래 모두 자주 들을 수 없네요.
My love - Paul McCartney (1973) / Justin Timberlak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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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트니의 'My love'는 아내 린다 매카트니에게 바치는 곡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사랑'은 바로 그의 곁에 있죠. 하지만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My love'는 이제 막 사랑에 빠져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폴 매카트니의 'My love'는 현재진행,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My love'는 미래지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이런 내용에 맞게 폴 매카트니의 노래는 온화하고 부드럽지만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곡은 대단히 저돌적이고 직선적이죠.
Big girls don't cry - Four Seasons (1962) / Fergi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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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스 이전에 가성 창법으로 한 시대를 평정한 그룹이 바로 프랭키 밸리가 있었던 포 시즌스입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초연한 뮤지컬 < 저지 보이스 >의 실제 모델인 팀이죠. 포 시즌스의 두 번째 1·위곡인 'Big girls don't cry'는 멤버인 밥 가우디오가 영화 < 테네시의 파트너 >에 나오는 대사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합니다. 워낙에 유명한 곡이라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영광을 누리죠.
블랙 아이드 피스의 홍일점 멤버 퍼기가 2006년에 공개한 솔로 데뷔앨범 < Dutchess >에서 'London bridge'와 'Glamorous'에 이어 세 번째로 정상에 오른 노래가 바로 'Big girls don't cry'인데요. 멜로디가 자연스런, 아주 멋진 곡입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포 시즌스의 노래를 듣고 '뚱뚱한 여자는 울지 않는다'라고 해석했던 'Big girls don't cry'. 사실 퍼기의 노래와 비슷한 내용을 갖고 있는데요.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그러니까 당신과 헤어져도 울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9곡 외에도 10곡이 더 있는데요. 나머지 10곡은 < 같은 무늬, 다른 질감 > 2편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