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이 하얀색 커버의 음반에서 눈에 띄는 색깔 변화나 독창적인 실험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꼽아보자면 엉뚱한 감이 있는 'Thank god for the girls' 정도.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아냈던 전작 < Everyth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 >에 비해 한껏 가볍게 들리기도 하다. 대부분의 트랙이 '버스-후렴-버스-후렴-브릿지-후렴'로 이루어진 일차원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어 단조로운 감상을 주기도 한다.
허나 매 트랙이 머금고 있는 흡입력은 근래 위저의 음반 중 가장 뛰어나다. 아기자기한 멜로디를 쓰는 데 도가 튼 리버스 쿼모의 감각과 베테랑 멤버들의 완벽한 합은 초창기 부럽지 않다. 'King of the world'나 'Summer Elaine and drunk Dori'는 여전히 멋진 기타 리프와 뇌리에 박히는 쉬운 보컬 멜로디를 뽑아내고 있다는 증거이며, 'L.A Girlz'와 'Jacked up'의 너드(Nerd)적 발상의 가사와 멜로디는 밴드가 독자적인 스타일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음을 보이는 트랙이다. 게다가 어쿠스틱 사운드로 시작하여 화려한 기타 솔로로 끝을 맺는 'Endless bummer'의 환상적인 마무리까지. 35분 동안 딱히 이렇다 할 아쉬움이 떠오르지 않는다.
위저를 말할 때 < Weezer (Blue Album) >이나 < Weezer (Green Album) > 혹은 < Pinkerton >을 언급하는 것이 이제는 식상해졌다.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밴드는 '죽기 전에 들어야 할..'과 '90년대 명반 100선'과 같은 고리타분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밴드보단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끝내주는 음반을 만드는 밴드로 취급받아 마땅하다. 지금까지도 위저의 파란색과 초록색, 그 사이에 끼어있는 검은색을 추억하고 밴드에게 그 당시로의 회귀를 바라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아 보인다.
-수록곡-
1. California kids
2. Wind in our sail

3. Thank god for girls
4. (Girl we got a) Good thing
5. Do you wanna get high?
6. King of the world

7. Summer Elaine and drunk Dori

8. L.A. girlz

9. Jacked up
10. Endless bumm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