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에 공개한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는 이원진의 데뷔곡이다. 류금덕이라는 여가수와 듀엣으로 호흡을 맞춘 이 노래는 애틋한 감정이 싹트려는 남녀 간의 네러티브를 구성해 감동을 배가시켰다. 류금덕이 낮은 톤으로 읊조리는 반면 이원진은 높은 키로 힘을 실어 노래한다. 새로운 사랑을 두려워하는 여성을 위해 이원진은 파워풀한 가창으로 용기와 믿음을 준다. 서로 상반된 창법을 구사하는 이 파워 발라드는 이렇듯 기존의 듀엣곡과는 궤적이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의 특이한 점은 또 있다. 노래 가사에 제목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주요 멜로디에 노래 제목이 등장해야 대중에게 빨리 각인될 수 있음에도 불굴하고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는 이 공식을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노래들처럼 보컬이 없이 연주가 서서히 작아지는 페이드아웃으로 노래가 끝나지 않고 연주와 노래 소리가 함께 페이드아웃하며 곡이 끝난다. 이처럼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는 기존의 작법을 거부하는 숨은 그림 찾기 같은 노래다. 같은 해에 홍콩 배우 겸 가수 장학우와 레진이라는 여가수가 부른 'In love with you'가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를 표절해 국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데뷔곡으로 촉망 받던 이원진은 1997년에 음악 공부를 하러 떠난 로스앤젤레스에서 갑자기 사망해 본의 아니게 하나의 히트곡을 남긴 원히트원더 가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