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가벼워진 체급은 듣는 이의 부담을 줄이고 보컬의 세련미를 강화한다. 수많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이루어진 '고음찬미'는 높은 음에 대한 아우라를 격하하였고, 그의 최대 무기인 화려한 기교와 터질 듯한 하이톤의 영향력 또한 약화되었다. 그러한 경향에 발맞추어 목의 힘을 빼고 애드립을 간소화한 전략은 또 다른 장점인 음색 본연의 매력과 탁월한 박자감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기에 효과적으로 작용하였다.
작곡을 공부한 전력이 있는 아티스트의 프로듀싱 참여는 곡에 진솔함을 더한다. 그의 목소리가 지닌 감동을 온전히 보존하는 악기는 단연 피아노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건반 반주와 노랫말만으로 채운 세 번째 트랙 '혼잣말'은 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웅장한 스트링 편곡과 쉬이 끌리는 멜로디의 '지구와 달'은 흥미로운 소재와 결합하여 성공적인 하모니를 이루는 듯하지만 예상 가능한 가사 전개는 곡의 역량을 반감시킨다. 오히려 인스트루멘탈 곡에 더 손이 가는 것은 그러한 탓이다.
'빌려줄게'를 필두로 전작의 통상적인 발라드를 탈피한 신용재식 알앤비는 반갑다. 특히 '위로'를 중심으로 한 텍스트는 기존의 연가(戀歌)와는 다른 색채로 만족감을 준다. 류재현 제작 수록곡 '맥박'의 쌈마이한 선율만이 전체적인 맥락을 흐리며 아쉬움을 남긴다. 흑인음악의 성향을 기조로 하여 뽐내는 유연한 그루브, 탁월한 감성의 표현은 그가 또래 보컬리스트 중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음을 다시금 증명한다.
-수록곡-
1. 빌려줄게

2. 맥박
3. 혼잣말

4. 지구와 달
5. 벽시계
6. 빌려줄게 (Inst.)
7. 지구와 달 (Inst.)

8. 벽시계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