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필자의 공통 Selection
게스노키와미오토메(ゲスの極み乙女) < 両成敗(쌍방처벌) > (2016.01.13)
프론트맨 카와타니 에논의 2016년은 한마디로 말해 극과극이었습니다. 사생활로는 최악을 찍었지만, 음악적으로는 정점을 찍은 해였으니 말이죠. 고로, 어떤 말로도 그가 했던 행동에 대한 변명은 될 수 없겠지만, 반대로 어떠한 말로도 이 작품에서 풍기는 압도적 면모를 깎아내릴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서정성을 고수준의 합주로 구현해 낸 소포모어 작. 모든 악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정돈해 내는 놀라운 사운드 운용의 '両成敗でいいじゃない(쌍방처벌하면 되잖아)'도 굉장하지만, 네 명의 멤버가 어우러져 그루브의 난장을 만들어 내는 'オトナチック(어른스러움)'의 짧은 전주만으로도 연말결산의 한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네요. 그야말로 데일 것 같은 열정과 상처받을 정도의 냉정함이 공존하는 자신들만의 중간지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뼈대 위에 갖가지 재료와 장식을 부가해 완성시킨 '게스노키와미식 팝'의 전모. (황선업)
불순한 사생활이 야속할 정도로 굉장한 앨범입니다. 여전히 건반의 비중이 높은 가운데,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평행선의 아우토반을 달리듯 텐션과 밸런스를 유지합니다. 전작에서도 그랬듯 피아노는 딱딱한 코드 워크를 악센트 일색으로 연주하곤 하는데요. 클래식도 모던 재즈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피아노 독주의 한 양식인 래그타임의 역동성을 빌려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펙트가 잔뜩 낀 악기를 다수 붙이고 코러스를 변칙으로 덧바르는 깜찍한 소동을 일으키죠.
수준 높은 편곡 실력을 과시하는 와중에도 훅을 정확히 짚어, 결국 대중의 머릿속에서 장르 분류를 '팝' 음악으로 설정할 수 있게 합니다. 음반의 타이틀이기도 한 “료세바이”를 강조하며 부르는 '両成敗でいいじゃない'(쌍방처벌하면 되잖아)와 '続けまの両成敗'(계속해서 쌍방처벌)의 콤보가 그러한데요. 다시 말해, 어려운 걸 어렵지 않게 들리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 덕분에 미적 가치와 열성팬 전부를 쟁취하게 됩니다. 테크닉의 절정에 치닫는 연주를 무표정으로 해내는 '私以外私じゃないの'(나 이외엔 내가 아니야)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얄미운 마음을 넘어 감탄할 수밖에 없네요. 2016년의 베스트, 나아가 몇 년 후에 2010년대 전체를 톺아보더라도 마지막 손가락에 남을 수 있을 명반입니다. (홍은솔)
우타다 히카루(宇多田 ヒカル) < Fantôme > (2016.09.28)
무려 8년. 어린 나이에 스타덤이라는 마취제를 맞은 그녀의 '일반인'으로서의 감각을 되찾기 까지 걸린 시간이죠.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바로 '어머니'.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그리고 자신이 어머니가 되며 받아들인 수만 가지 감정은 확신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인간과 아티스트의 교집합을, 자신의 내면에 선명히 새겨낼 수 있다는 신념을 말이죠. 그렇게 써내려간 '花束を君に(꽃다발을 그대에게)'라는 편지는, 세월이 겹쳐져야만 가능한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현악과 드럼, 베이스와 키보드로 이루어진 리얼세션과 함께 펼쳐지는 그의 가창. 그것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줄 온기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으로 타 뮤지션과의 듀엣에 도전하고, 음악적 조언들 또한 적극적으로 구해 만들어진 앨범. 경쟁이 아닌 조화를 통한 공존, 그 유토피아에 어렵사리 도착한 제이팝의 여제를 두 팔 벌려 환영하려 합니다. 다름 아닌, 누구보다 먼 길을 돌아온 그녀이기에. (황선업)
8년 만에 열린 음악상자는 역시나 평범하지 못한 운명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다만 노래 곳곳에 묻어나는 온갖 희로애락이 그가 겪었던 시간의 일부를 드러낼 뿐이지요. 뒷모습만을 남기고 일반으로 떠났던 우타다 히카루가 돌아왔습니다. 모두가 기다렸던 신작에는 행복과 불행의 연대기가 휴머니티의 옷을 입고 놓여 있습니다.
수록곡 중에서도 느긋한 라틴의 향취를 풍기는 '二時間だけのバカンス(두 시간 뿐인 바캉스)'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시이나 링고와 함께했는데요. 발매 전에 피처링진이 전부 공개되고 가장 궁금증을 유발했던 곡이기도 하지요. 결과는 독특한 협업의 완성! 두 사람의 상반된 아우라가 번갈아 기력을 주고받는 과정이 매력적입니다. 또, '人魚'(인어)라는 제목에 하프를 마침맞게 사용한 센스도 좋고요. 이전 작품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곡은 '忘却'(망각)인데요. 코오(KOHH)의 선명한 래핑에 잔잔한 떨림이 특징인 히키의 보컬이 더해져 장엄한 앰비언트의 대지를 별빛으로 수놓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몇 년 후에 이런 앨범을 낼 것이라고 예감이라도 한 듯 '櫻流し(벚꽃 흘려보내기)'(2012)로 절절한 마무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은, 전방위 음악가의 수작! 인간 우타다 히카루의 일대기에는 물론이고, 뮤지션 우타다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도 의미 있게 남을 만합니다. 이런 작품을 내준다면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어요! (홍은솔)
래드윔프스(RADWIMPS) < 人間開花(인간개화) > (2016.11.23)
드래곤볼을 보면 말입니다. 안 그래도 강했던 손오반이 계왕신의 도움을 받아 잠재력을 개방하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한 해 동안 OST, 솔로, 정규 이렇게 세장을 발표한 래드윔프스의 프론트맨 노다 요지로를 보며 저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진짜 그가 가진 창작력의 끝은 어딘가 싶어서요. 더군다나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는데 말이죠!
애니메이션 < 너의 이름은 >의 주제가 '前前前世(전전전생)'의 대히트를 등에 업고, 밴드는 2016년을 인기로도 음악적으로도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더 많은 호응을 얻은 것은 물론 < 너의 이름은 >의 사운드트랙이었지만, 역시 팀의 정수는 바로 이 여덟번째 앨범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작법으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은 사실 이전과 별다를 것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 익숙함은 그대로인 대신 놀라움이 배가 되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모든 트랙이 가진 캐릭터 속 생동감, 그 안에는 밴드가 가진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자기철학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웃고, 울고, 공감하고, 깨닫고. 음악은 단순히 '듣는' 행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그야말로 믿고 듣는 베테랑 밴드의 역작입니다. (황선업)
록 밴드 정석으로서의 면모를 최고 기량으로 보여줍니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實況中繼'(실황중계) 식으로 충격파를 연사(蓮射)하지는 않지만, 장기인 라임을 기반으로 한 냉소적인 가사를 날카로운 음향으로 담아낸 'AADAAKOODAA'도 재밌고요. 포스트 록 부류의 몽환적인 사운드 프로그래밍과 빈티지한 8비트 가상악기, 여기서 점점 퍼커션의 리듬을 입고 발전해나가는 'アメノヒニキク(비 오는 날에 듣는)'의 믹스 테크닉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래드윔프스를 베스트로 꼽으면서 가사를 논하는 건 빤한 걸 알면서도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강점입니다. 이미 지난해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 너의 이름은 >의 삽입곡으로 사랑받은 '前前前世'(전전전생)을 자연스레 언급하게 되네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다가옵니다(...만, 해석을 먼저 찾아본다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언어의 천재라고 불리는 노다 요지로의 작사는 일본어, 영어를 가리지 않고 '빛'을 발하지요. 바로 이 빛을 소재로 한 제목이 다수 있는데요. Lights, '光'처럼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물론이고, spring(봄), constellation(별자리), sparkle(반짝이다), morning(아침)처럼 온도 높은 단어들을 채택했습니다. 이런 단어들이 한 음반을 관통하는 키포인트가 되어 마지막 트랙까지 감성의 끈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ロクバンドなんてもんを やっていてよかった(록 밴드를 해서 다행이다)”라는 가사는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모두 고마운 말입니다. (홍은솔)
▶ 2016 제이팝 결산 ~ 공통 Selection~
▶ 2016 제이팝 결산 ~ 황선업 필자의 Selection~
▶ 2016 제이팝 결산 ~ 홍은솔 필자의 Se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