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보자면 올해의 그래미는 아델과 비욘세의 대결이다. 아델과 비욘세가 신인상을 제외한 본상 3개 부문에 모두 이름을 올렸으니까. 독보적 판매고, 감성 터치의 아델이냐, 탄탄한 음악적 얼개와 사회적 파급력의 비욘세냐. 물론 이 둘을 제외한 후보군 역시 만만치 않다. 뛰어난 음악적 만듦새로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획득한 리아나와 저스틴 비버, 팝계에 도전장을 내민 신예 트웬티 원 파일럿츠와 루카스 그레이엄, 대세의 지위를 이어가려는 드레이크 등이 각 부문에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80개가 넘는 그래미 부문 중 본상 4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가수와 작품을 소개한다.
Best New Artist
'나라스 주관주의'에 따라 5년 차의 체인스모커스도 신인 후보에 올랐다. 2014년 '#Selfie'로 유쾌한 화젯거리 정도에 머물렀던 '줄담배 듀오'는 지난 한 해 'Closer'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의 자리를 최장시간 점령하는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보였다. 인지도, 대중의 선호도, 일렉트로닉 유행의 팝 신, 아티스트 개인의 성과, 어떤 기준을 들이대도 올해 가장 유력한 후보임이 분명하다.
물리적인 판을 내지 않고도 노미니에 성공한 첫 사례가 등장했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믹스테이프
장르 우대라고는 하나, 컨트리 가수들의 기세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Peter Pan'으로 US 컨트리 차트 정상을 차지한 켈시 발레리니, 50년 역사의 컨트리 뮤직 어워드(비욘세의 출연으로 시끄러웠던)에서 이미 신인상을 거머쥔 마렌 모리스까지. 유난으로 치부하기엔 후보의 면면이 썩 나쁘지 않다. 특히 내슈빌 출신인 모리스가 눈에 띄는데, CMA 수상 결과가 과연 보수적인 나라스 '으른'들의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이제 카드를 뒤집을 때가 왔다. (홍은솔)
Song of the Year
모두가 점찍듯 이번 그래미는 아델과 비욘세, 두 여전사의 각축이다. 그만큼 두 사람은 팝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각각의 노래에서도 인상적인 활약과 장기를 보여줬으니까. 'Hello'는 전 세계에 울려 퍼지며 수많은 커버 영상을 낳았고, 비욘세는 흑인을 대변하는 움직임을 'Formation'(형성)했다. 변화를 이끈 잔 다르크 비욘세와 보컬로 정면 돌파한 아델! 온화하지만 조용한 신경전이 트로피 주위에 감돈다.
두 후보를 벗어나면 루카스 그레이엄과 저스틴 비버도 눈에 들어온다. 올해는 유독 성찰적인 곡들이 깊은 사랑을 받았다. 7살부터 삶의 마감까지 숫자 회고록을 탄생시킨 덴마크 4인조 밴드를 넘어, 음악에서만큼은 대폭 성장한 저스틴 비버는 작년 노래 부문 수상자 에드 시런과 만든 'Love yourself'로 행운을 이어받고자 한다.
한쪽에 자리한 마이크 포스너의 등장도 흥미롭다. 반짝이는 전성기를 떠나보낸 가수의 초라한 심정은 'I took a pill in Ibiza'를 진실한 노래로 기억하게 했다. 2010년 'Cooler than me' 이후 오랜만의 히트곡으로 노미네이트까지 포함됐다. 최근 그래미가 대중성과 성과를 중요시 하고 있는 만큼 유력 휴보 외에도 기회가 열려있어, 알듯 말듯한 상의 주인이 더욱 궁금한 < 올해의 노래 >부문이다. (정유나)
Record of the Year
수상자가 한정된 '송 오브 더 이어'와는 다르게, 곡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에게 영예를 수여하는 부문.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의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기점으로 지역 곳곳에 고여 있던 흑인 사회의 분노를 어루만지어준 'Formation', 스트리밍 시대에 2000만 장이 넘는 이례적인 판매고를 기록한 < 25 >의 시발점인 'Hello'.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막대한 파급력을 지닌 이 두 곡 중 하나가 수상할 확률이, 아무래도 높다.
이 강력한 두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빌보드 싱글 차트 9주 연속 정상에 빛나는 리아나와 드레이크의 'Work', 작년 한해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인 트웬티 원 파일럿츠의 'Stressed out', 소울과 랩이 결합된 악곡에 감동적인 서사를 섞어낸 루카스 그라함의 '7 years' 또한 두 거목 뒤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다. 안 봐도 비디오지만, 조금은 독특하고 엉뚱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보자. (작년에 켄드릭 말고 테일러 줬듯이^^) (이택용)
Album of the Year
일단 대중의 관심사는 그래미는 '창과 방패 중에 누구를 택할까'에 쏠려 있다. 역대 최고의 앨범을 발표한 '비욘세'가 창이라면, 세대를 아우르며 보편성이라는 '방패'를 가진 아델이 서로를 겨누고 있다. < Lemonade >의 경우 알앤비와 힙합, 컨트리와 록까지 전방위적으로 넓힌 여성과 인종을 이야기하는 굵직한 대작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그래미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며 '그래미의 큰딸'로 불리는 아델(Adele)의 < 25 >가 갱신한 기록도 결코 가볍지 않다.
다른 수상자들도 간과하지는 말자. 후보는 모두 다섯 작품이다. 2011년 에미넴과 레이디 가가를 물리치고 앨범상을 수상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그리고 2015년 비욘세와 샘 스미스를 제치고 앨범상을 받았던 벡(Beck)의 < Morning Phase >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오히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건 스터길 심슨(Sturgill Simpson)이다. 게다가 그의 앨범 < A Sailor`s Guide To Earth >는 그래미가 사랑해 마지않는 컨트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17식에 맞게 다양한 스타일로 세련되게 만든 작품은 그래미 입장에서는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맏아들임에 틀림없다.
비욘세와 아델이라는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져 있지만 올해 가장 큰 성공과 영광을 누린 두 남자를 잊어선 안된다. 트로피컬 하우스로 첨단의 길을 내달렸던 저스틴 비버의 < Purpose >와 랩과 노래의 경계를 넘나들며 힙합의 스타일리쉬를 선도한 드레이크 < View >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들은 이 앨범들을 통해 팝의 '힙'과 '최신의 기준'을 세웠다. 과연 그래미의 최고의 영예인 < 올해의 앨범상 >은 두 디바의 스펙터클한 활극이 될까? 파격을 가장한 그래미의 완고한 고집이 발동될까? 아니면 올해 가장 스웩이 넘쳤던 두 남자의 손을 들어줄까? (김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