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또한 결성 초기부터 프로그레시브 록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받았다. 각 파트의 '끝판왕'으로 평가받는 멤버들이 모였으니 결과물 또한 굉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각의 경력이 화려한데 베이시스트 이자 보컬인 존 웨튼(John Wetton)은 '킹 크림슨'과 'U.K'를 거쳤고 '예스' 출신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하우(Steve Howe), '에머슨 레이크 앤 팔머'에서 드럼을 담당했던 칼 파머, 버글스(Buggles)와 잠시 예스를 스쳐 간 키보디스트 제프 다운스(Geoff Downes)가 있다.
1982년 발표한 데뷔 음반은 기대와는 달리 팬들의 예상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트랙은 대체로 당시 주된 미디어였던 라디오 송출에 맞춰 짧았고 멜로디와 구성은 대중 친화적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노선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9주 동안 1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적으로 천만 장 이상 팔렸다. 마니아들을 등지고 일반 대중을 포섭한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특유의 난해함 때문에 접근장벽이 높았던 장르적 한계를 완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듣기 편해졌다고 해서 연주력마저 가벼워지진 않았다. 연주력을 강조할 만한 파트는 짧지만 배분된 시간 동안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전부 쏟아낸다. 경력에서 나오는 톤의 설정이나 짜임새는 여전히 첨예하다. 첫 트랙 'Heat of the moment'는 후반부의 기타 솔로 부분은 간결하지만 다른 세션과의 구성에 있어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웅장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제프 다운스의 사운드 선택은 'Only time will tell'에서 탁월하다. 도입부의 키보드 리프는 곡의 기승전결을 확실히 나누고 톤의 변화를 통해 상승감을 끌어낸다.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은 드럼의 영향이 크다. 곡 중간마다 간간이 드럼 솔로가 등장하기는 해도 기타와 키보드에 비하면 아주 적다. 'Wildest dream'에서 기타 솔로가 시작하기 전 브릿지에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나오는 드럼 필인은 상당히 유려하다. 'Time again'의 첫 1분은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짜릿하다. 'Without you', 'Cutting it fine'은 다른 트랙 대비 다운템포지만 집중과 흡인력만큼은 절대 밀리지 않는다. 'Here comes the feeling'은 코러스가 돋보이는 훌륭한 클로징 트랙이다. 총 9곡으로 당시에 발매 추세에 비해 적지만 수록곡들의 서사는 한 권의 단편집과 같이 짧지만 강렬하다.
슈퍼밴드의 흥행은 갈락티코 정책과 같이 짧았다. 뒤이어 발매한 < Alpha >, < Astra >는 옛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고 결국 주축인 스티브 하우가 떠나게 된다. 이후 구성원의 변화가 계속됐지만 활동을 이어갔다. 비교적 최근인 2014년에도 < Gravitas >를 내며 여전히 건재함을 알렸다. 단출한 전성기 덕에 뇌리에서 빠르게 잊힌 듯 했지만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이는 소식 하나만으로 시장은 떠들썩했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접근성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최고의 연주자들을 수면위로 끌어올린 점은 위대한 업적이다. 존 웨튼이 세상을 떠나면서 오리지널 아시아를 만날 수는 없지만 팝 역사의 위대한 도원결의(桃園結義)는 여전히 회자 중이다.
-수록곡-
1. Heat of the moment

2. Only time will tell

3. Sole survivor

4. One step closer
5. Time again

6. Wildest dreams

7. Without you
8. Cutting it fire
9. Here comes the fee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