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이 닿은 곳은 바다(sea)다. 끝없는 수평선과 너른 품 앞에서 위악으로 가장해왔던 여린 속살을 드러낸다. 이는 막연한 불안을 껴안고 유년을 향수하는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의 서사다. 하지만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태엽장치 돌고래'에서는 매일같이 맴돌기만 하는 스스로를 자조하고, 어른이 되기 위해서 닫혀야 하는 '낡은 서랍'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전의 재치 역시 남아있다. 드럼비트와 전자음 섞인 베이스를 운용한 펑키(funky) 사운드 'Panicillin Shock'로 앨범의 시작을 알리고, '숨은 그림 찾기'와 '단도직입'의 거침없는 록 사운드는 패닉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확고히 한다. 비중이 적어지기는 했으나 '오기'라는 곡을 통해 사회의식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가사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소들을 소재로 차용하면서 공감의 폭을 넓혔고, 주조해내는 사운드는 편안해졌다. 정재일, 이상민 등 화려한 세션과의 작업으로 빈틈없는 음악성을 획득했다. 상당히 노련하고 영글었다. 그러나 반항아는 자라고, 이적과 김진표도 나이 들어간다.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느껴지는 앨범이다.
-수록곡-
1. Panicillin Shock
2. 숨은 그림 찾기
3.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4. 태엽장치 돌고래

5. 뿔
6. 희망의 마지막 조각
7. 단도직입
8. 오기
9. 여행

10. Red sea of red tea(Inst.)
11. 미안해
12.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