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대비해야할, 어쩌면 정복해야할 파도처럼 여겨졌다. 관련 서적도 쏟아져 나왔고 각 분야에서 서둘러 미래를 관망했다. 음악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도 이에 합류해 < 음악으로 연결하고 성장하라―초연결시대 음악을 말한다 >는 주제로 지난 11일 홍대 앞 소재 KT&G 상상마당에서 포럼을 개최했다. '음악에 접속하라: 초연결시대의 음악콘텐츠산업 비즈니스 모델'과 '크리에이티브 퍼스트: 인공지능시대, 음악IP와 창작권'이라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Session1. 음악에 접속하라: 초연결시대의 음악콘텐츠산업 비즈니스 모델
발제를 맡은 이상협 지니뮤직 MI사업본부장은 먼저 인쇄(1차), 전기(2차), 지식정보화 및 시공간탈피(3차)라는 키워드로 각 산업의 특징과 발전과정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기술이 향상될 때마다 음악 유통 시스템이 변화함을 짚으며 4차 산업에서도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인공지능이 생산한 음악 콘텐츠는 인간에게 선택될 것인가?
발제 후 '생산(production)'부분에서 주요 논의가 이뤄졌다. 이 문제에 관해 (주)RBW 김진우 대표와 키위미디어그룹의 한정수 콘텐츠사업총괄이사는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인공지능이 생산한 창작물에 대해 회의적인 성향을 띠었다. 인공지능이 학습으로 양질의 작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안에 히스토리를 담아낼 수 없어 인간이 생산한 창작물과 분명한 차이가 있단 견해였다. 이들은 “소비자들은 일종의 '히스토리'를 소비하는 것”이라 말하며 음악이 단순한 소리의 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의 사상과 감정, 이야기가 종합된 콘텐츠임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창작 과정에서 AI 활용 전망
조영신 SK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먼저 인공지능이라는 용어의 스펙트럼이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가 많음을 지목했다. 이 개념에 대해 층위를 분리해서 생각해야하며, 창작에서도 역시 인간이 주체가 되어 인공지능을 보조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시대와 이것이 극단적인 발전을 이룩해 주체적으로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곡을 쓰는 시대를 나눠서 바라봐야한단 입장을 보였다. 이윽고 현재까지는 인공지능을 생산 주체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창작자를 돕는 보조적인 도구로 봐야함을 설파했다.
그 뒤 만약 인공지능이 새로운 창작도구로 자리 잡는다면 음악계 안 직업군 성질도 이전과 조금씩 달라지지 않겠냐는 물음이 던져졌다. 이 부분에 대해 몇몇 토론자들은 악기를 연주하지 못해도 인공지능을 잘 다룬다면 누구나 창작 가능하고, 프로듀서의 역할이 인공지능이 생산해낸 음악들 중 무엇이 더 좋은지 '잘 골라내는 것'으로 전이될 수 있단 감상을 내비췄다.
Session2. 크리에이티브 퍼스트: 인공지능시대, 음악IP와 창작권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진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초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초연결(Hyper-connedted)'을 제시하며 특히 저작권과 플랫폼 부분을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창작의 세계가 어떻게 변할까?
포럼 참석자들은 인공지능이 음악 관련 콘텐츠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이를 활용한 저작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대목에서 생각을 함께 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느낌'을 대체하기는 어려우나 기술적 측면에서는 높은 생산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작권, 즉 표절 시비 문제가 다시금 대두됐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1년 씨엔블루의 '외톨이야' 사건에서 유사성을 지닌 부분은 이미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누구에게도 권리를 줄 수 없다는 표절 인정 불가 판결을 내렸다. 이는 해당 가락이나 리듬이 소위 '공공재'라는 의미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의 위험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타난다. 인공지능의 무분별한 생산으로 다량의 공공재가 양산된다면, 창작자가 창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자를 어떻게 지정해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도 수면 위로 올랐다.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을 만든 기업이나 개인에게 저작권료를 주는 것인데, 인공지능이 지었다 해도 결국 수익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창작자의 위치가 저하될 수 있단 우려도 들려왔다.
창작자의 위치에 대한 견해에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플랫폼 자체가 성장하는 것과 창작자가 발맞춰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의 성장과 창작자의 수입 상승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요지였다. 그렇기에 플랫폼 창작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새로운 시장, 플랫폼
현재 웹은 플랫폼 시장에 주목한다. 여기엔 '초연결 사회'라는 대전제가 깔려있다. 이것은 사람과 모든 사물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상황을 뜻하며, 유통 과정과 비즈니스 모델(BM) 측면에서 혁명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부르는 주춧돌이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접속 코드가 제공되고, 콘텐츠 무료 이용 사이트의 수가 현재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때문에 링크로 공유되는 불법 사이트도 비즈니스 모델 경쟁상대가 될 수 있으며, 이미 유투브라는 거대한 온라인 플랫폼의 선두주자도 존재한다.
특히 온라인에서 플랫폼 장악은 오프라인과 굉장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인터넷의 생리상 어느 한 곳에서 접근이 용이해지면 차츰 해당 범위가 확대되고, 결국 시장을 독과점하게 된다. 정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 이익의 주체는 곧 플랫폼을 다루는 이들임을 재차 견지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플랫폼 시장을 강화할 것을 현시했다.
스트리밍이 곧 4차 산업혁명?
찾아올 4차 산업혁명에 의해 플랫폼 구조가 개편된다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해야 좋겠느냐는 플로어 질문에 이재현 카카오 뮤직 파트장은 “현재 이용하고 있는 스트리밍이 4차 산업혁명 단계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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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비자들은 음악을 즐기는 요소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소비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고객 편의 측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설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나오긴 어려울 것 같으며, 오히려 외국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대한민국이 이것을 조금 더 빨리 겪은 것 같단 생각을 부가했다.
3시간 반 남짓 이어진 본 포럼의 공기는 시종일관 뜨거웠다. 성심성의껏 준비된 발제와 유의미한 토론이 진행되었고, 보이즈 인 더 키친(오프닝)과 최고은(중간)의 공연도 이에 일조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건 플로어를 잔뜩 메운 사람들이었다. 모두 저마다의 외형은 달랐지만, 진정으로 음악을 위하는 마음만은 하나였다. 4차 산업혁명이 찾아와도 음악이 지닌 본래의 가치는 유효할 것이다.
사진 제공 : 한국콘텐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