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잇 월드(Jimmy Eat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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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부터 동네 친구였던 밴드의 멤버 짐 에드킨스와 탐 린튼은 어렸을 때 탐의 동생 에드 린튼를 자주 못살게 굴었다고 합니다. 허구한 날 괴롭힘을 당했던 에드 린튼은 화가 나서 짐이 지구를 입에 넣고 삼키는 그림을 그렸고 그 옆에 'Jimmy Eat World!'라는 제목을 붙였죠. 매우 소심한 복수였습니다. 1993년에 결성된 4인조 밴드 지미 잇 월드는 2001년에 'The middle'과 'Sweetness'로 인기를 얻은 록 밴드인데요. 이 밴드 이름에 어린 남자 아이의 아픔이 베어있다는 사실이 저를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멤버들은 에드 린튼에게 소정의 로열티를 지불했을까요?
도그 잇 도그(Dog Eat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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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밴드 도그 잇 도그는 정말 존경스런 팀입니다. 1990년 미국 뉴저지에서 결성됐지만 빌보드 앨범차트 200이나 싱글차트 100 안에 단 한 장의 앨범, 단 하나의 싱글을 올린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27년 동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 호연지기, 대단합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 알려진 노래는 아무것도 없지만 1994년에 공개한 앨범 < All Boro Kings >는 국내에 라이센스로 발매되었고, 덕분에 저도 들어봤는데요. 하드코어, 랩메탈 음악에 색소폰이 등장하는 음악은 이때 처음 들었고 그 이후에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존경합니다.
저니 헤이츠 재즈(Johnny Hates 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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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밴드는 그룹명과 달리 저니라는 이름의 멤버도 없었고, 재즈를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재즈를 기반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팝음악을 주조했죠. 저니 헤이츠 재즈는 1985년 영국에서 결성된 트리오인데요. 멤버 3명과 친구 사이인 저니라는 사람이 재즈를 싫어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은 런던의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에 성공했죠. 저니 헤이츠 재즈는 1987년에 발표한 'Shattered dreams'로 미국 인기차트 2위는 물론 국내에서도 꽤 높은 인기를 누렸는데요. 후속곡인 'I don't want to be a hero'와 우리나라에서 잔잔하게 사랑받은 'Turn back the clock'을 들어보세요. 고급진 퓨전 재즈의 향기가 있습니다.
보이 밋츠 걸(Boy Meets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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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 Meets Girl이란 제목은 영화에도 있고, 책에도, 텔레비전 시리즈에도, 앨범에도 그리고 심지어 벽에 낙서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보편적인 문구라는 뜻인데요. 그래서 당연히 요놈의 이름을 가진 그룹도 있습니다. 1985년에 데뷔한 혼성 듀엣 보이 밋츠 걸인데요. 1988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5위를 기록한 긍정적인 내용을 가진 멋진 노래 'Waiting for a star to fall', 이 한 곡으로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이들은 죽을 때까지 생활고에 시달리진 않은 겁니다. 왜냐하면 두 멤버 조지 메릴과 섀넌 루비캄은 휘트니 휴스턴의 넘버원 싱글 'How will I know'와 'I wanna dance with somebody'의 작곡가이기 때문이죠.
보이스 라이크 걸스(Boys Like Gir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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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소녀를 만났으니 그 다음 순서는 좋아해야겠죠. 2005년, 보스톤에서 결성된 보이스 라이크 걸스는 팝펑크를 기반으로 한 4인조 록 밴드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에 공개한 데뷔앨범 수록곡 'The great escape'가 광고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에 자주 사용되면서 알려졌고, 미국에선 2009년에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한 'Two is better than one'이 빌보드 18위에 오르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2012년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음반 이후엔 별다른 소식이 없네요. 그래서 저도 별로 쓸 말이 없습니다.
데드 캔 댄스(Dead Can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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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거시기한 팀입니다. 현재는 혼성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음악은 친절하지도, 편하지도, 흥겹지도, 살갑지도 않죠. 오히려 그 반대편에서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찾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야하는 대중음악의 기본 틀에서 데드 캔 댄스의 음악은 한참을 벗어나 있는데요. 난해하고, 어둡고, 습하고, 처절하고, 비장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우리의 머리와 마음을 서서히 잠식합니다. 이미지와 상상력에 특화된 곡들이라 심각한 영화나 다큐멘터리, 진지한 현대예술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죠. 이들의 음악만큼 데드 캔 댄스라는 이름 역시 범상치 않은데요. 오세아니아에 위치한 섬 뉴기니에서 삶과 죽음을 의미하는 토속 가면에서 그룹 이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마이클 런스 투 록(Michael Learns To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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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록을 더 배워야 되겠는데요”. 마이클 런스 투 록의 음악에 대한 고 신해철의 역사적인 코멘트입니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그룹 중 하나이지만 안타깝게도 신해철의 이 의견은 틀리지 않습니다. 마이클 런스 투 록의 음악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강력한 사운드도, 고리타분한 기존 체제에 대한 그 어떤 저항의식도 없기 때문이죠. 보컬리스트 야샤 리히터가 록 콘서트에 참여하는 마이클 잭슨을 상상하며 마이클 런스 투 록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요. 사실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이들보다 훨씬 더 록적이죠. 어쨌거나 마이클 런스 투 록은 'Sleeping child', '25 minutes', 'That's why' 같은 포근하고 아늑한 팝 사운드로 10대부터 40대까지 고른 연령층을 포섭하며 거대한 인기의 궤적을 일구었습니다.
프랭키 고스 투 헐리우드(Frankie Goes To Holl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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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했던 프랭크 시나트라는 가수로 연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0대이던 1920년대부터 노래를 부른 그는 1930년대에 전국구 스타로 올라섰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1940년대 초반에 영화계로 진출하죠. 음악과 영화의 경계선이 뚜렷했던 당시에 한 신문이 이런 타이틀로 대서특필합니다. '프랭키, 헐리우드로 가다(Frankie goes to Hollywood)'. 영국 리버풀에서 결성된, 비틀즈의 직계 후배인 프랭키 고스 투 헐리우드는 주요 멤버가 게이였기 때문에 화제를 모았고, 데뷔 싱글 'Relax'가 영국 차트 정상을 비롯해 미국에서도 탑 텐을 기록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금지곡으로 묶이는 바람에 절대 들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