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는 뭐 하며 시간을 때울까. 자주 가는 카페는 사람들로 미어터질 테고, 영화관은 꿈도 못 꾸겠지. 그렇다면 결국 집이겠구나. 뭐 어차피 올해도 머라이어 캐리만 주야장천 트는 뻔한 크리스마스겠지. 더 가봐야 왬이나 마이클 부블레, 빙 크로스비? 식상해. 어디 나 혼자 즐길만한, 좀 신박한 크리스마스 노래 없을까.
라고 푸념하는 나와 여러분들을 위한 '이색 크리스마스 음반' 특집이다.
< A Very Special Christmas Vol.1 > (1987)
Pop/Rock
Pop/Rock
지적발달 장애인을 위한 축제인 '스페셜 올림픽'의 자선 행사를 목적으로 제작된 < A Very Special Christmas > 시리즈는 1987년을 시작으로 총 10장의 음반들이 발매되며 크리스마스의 대표 컴필레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당대를 대표하는 쟁쟁한 뮤지션들의 참여와 팝 아트 작가인 키스 해링(Keith Harring)이 디자인한 음반 커버로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시리즈의 첫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타이틀에 걸맞게 음반의 라인업도 스페셜하다. 휘트니 휴스턴, 브루스 스프링스틴, 런 디엠씨, U2, 마돈나, 본 조비 등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유명 가수들이 참여한 음반엔 휘트니 휴스턴의 뛰어난 가창이 더해진 'Do you hear what I hear', 스크래칭과 런 디엠씨의 래핑으로 이색적인 느낌을 내는 'Christmas In Hollis', 브루스 스프링스틴 & 이 스트리트 밴드가 연주한 'Merry Christmas baby' 등, 다양한 장르들을 아우르고 있다.
Run-D.M.C. 'Christmas in Hollis'
Bruce Springsteen and the E Street Band 'Merry Christmas Baby'
Madonna 'Santa baby'
Bruce Springsteen and the E Street Band 'Merry Christmas Baby'
Madonna 'Santa baby'
< A Motown Christmas >(1973)
R&B/Soul
R&B/Soul
모타운과 크리스마스.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던 조합이다. '젊은 미국의 사운드'란 슬로건과 함께 미국 음악 시장의 판도를 바꾼 모타운 레코즈의 크리스마스 컴필레이션 < A Motown Christmas >는 크리스마스 특유의 고요함과 아늑함을 유지하면서 소울풀한 음성으로 색다름을 시도한 음반이다. 잭슨 파이브, 스티비 원더, 템테이션스, 슈프림스, 스모키 로빈슨 앤 더 미라클스, 마빈 게이 등 모타운하면 떠오르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Stevie Wonder 'What Christmas means to me'
Michael Jackson 'Little Christmas tree'
The Temptations 'Slient Night'
Michael Jackson 'Little Christmas tree'
The Temptations 'Slient Night'
James Brown < James Brown's Funky Christmas > (1995)
Funk
Funk
넘버 원 싱글이 없어서인지, 한국인의 취향과 맞지 않아서인지, 제임스 브라운의 업적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의 대중음악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인 펑키(Funky)함, 즉 펑크(Funk)와 소울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이가 바로 제임스 브라운이다. 80년대 올드스쿨부터 작금의 힙합까지, 그가 축적해놓은 방대한 '펑키' 디스코그래피는 래퍼들과 프로듀서들에게 늘 좋은 재료를 제공하는 '샘플 창고'다. 제임스 브라운이 생전 발표한 세 장의 크리스마스 음반, 그중에서도 주옥같은 수록곡들을 갈무리한 컴필레이션 < James Brown's Funky Christmas >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소외된 게토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선물하자는 내용의 'Santa Claus go straight to the ghetto'는 현재까지도 시사하는 바가 큰 곡이다.
'Santa Claus go straight to the ghetto'
'Let's make christmas mean something this year'
'Let's make christmas mean something this year'
Vince Guaraldi Trio < A Charlie Brown Christmas > (1965)
Jazz
Jazz
'이 음반이 왜 이색 크리스마스 음반이야?'라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잘 알려진 크리스마스 재즈 음반이 아닐까 싶다. 12월만 되면 카페를 비롯한 이곳저곳에서 재생되는 빈스 괴랄디의 고전 < A Charlie Brown Christmas >는 1965년에 미국에서 방영된 < 찰리 브라운 > 크리스마스 특집의 사운드트랙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제대로 내고 싶다면 이 음반이 직방이다. 빈스 괴랄디 트리오의 따스한 연주로 재해석한 'This Christmas song', 'O Tannenbaum' 등 기존 크리스마스 곡들도 훌륭하지만, 만화를 위해 새로 작곡한 오리지널 'Christmas time is here', 'Linus and Lucy', 'Skating'이 음반의 정수다.
'Linus and Lucy'
'Christmas time is here (Vocal)'
'Skating'
'Christmas time is here (Vocal)'
'Skating'
< Christmas on Death Row > (1996)
Gangsta Rap
Gangsta Rap
1991년에 설립되어 지 펑크(G-Funk)와 갱스터 랩의 대중화에 기여한 데스 로우 레코즈는 설립자인 닥터 드레를 필두로 투팍, 스눕 독, 네이트 독 등 전설의 반열에 오른 래퍼들을 배출한 레이블이다. 1996년, 투팍이 사망하고 3개월 후인 12월에 발매된 < Christmas on Death Row >는 앞서 언급한 제임스 브라운의 곡을 샘플링한 'Santa Claus goes straight to the ghetto'를 제외하곤, 갱스터 랩 특유의 거친 요소들을 배제한 채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걸맞은 알앤비와 소울을 끌어들여 완성한 음반이다. 고인이 된 네이트 독이 '부르는' 'Be thankful'과 대니 보이의 'Peaceful Christmas' 등, 부드러운 기조의 알앤비 트랙들이 상당수다.
Snoop Dogg 'Santa Claus goes straight to the ghetto'
Nate Dogg & Butch Cassidy 'Be thankful'
6 Feet Deep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Nate Dogg & Butch Cassidy 'Be thankful'
6 Feet Deep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Sufjan Stevens < Songs For Christmas > (2006)
Indie Folk
Indie Folk
'그땐 최악의 크리스마스였어!'라는 수록곡에서 짐작할 수 있듯,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수프얀 스티븐스가 발표한 < Songs For Christmas >에서의 크리스마스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날이다. 소리를 지르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장작 난로에 던지는 아버지와 집을 나간 친누나 등 어린 날의 나쁜 기억들을 떠올리며 만든 상당수의 노래들이 슬픈 곡조를 들려준다. 애수가 느껴지는 목소리와 서글픈 반조 리듬으로 채운 음반은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이들에겐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We're goin' to the country!'
'That was the Worst Christmas ever!'
'Only at Christmas time'
'That was the Worst Christmas ever!'
'Only at Christmas time'
< We Wish You a Metal Xmas and a Headbanging New Year >
(2008)
Hard Rock / Metal
(2008)
Hard Rock / Metal
처음엔 저렴해 보이는 커버와 음반 타이틀을 보고 '록을 장난처럼 이용한 음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참여진을 확인한 후 모든 의구심을 거두었다. 레미 킬미스터, 데이브 그롤, 엘리스 쿠퍼, 로니 제임스 디오, 토니 아이오미와 지지 탑,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 도켄 등 굵직굵직한 역사를 지닌 밴드의 연주자 등 하드 록과 메탈의 산증인들이 참여한 < We Wish You a Metal Xmas and Headbanging Year >은 'Santa claus'를 'Santa Claws'로 표기하는 등 장난기도 느껴지지만, 음악만큼은 한없이 진지하고 진중하다. 시원한 기타 리프와 강렬한 보컬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음반과 함께 이번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보내는 건 어떨까.
'We wish you a merry Xmas'
'Santa Claws is coming to town'
'Little drummer boy'
'Santa Claws is coming to town'
'Little drummer boy'
Mad Decent < A Very Decent Christmas > (2017)
Electronica
Electronica
일렉트로니카와 크리스마스와의 조합이라니. 신박함은 반쯤 먹고 들어간다. 프로듀서 디플로가 설립한 레이블 매드 디센트(Mad Decent)의 < A Very Decent Christmas >는 크리스마스 고전들을 트랩과 뭄바톤 사운드로 재해석한 음반이다. 포근함과 따스함과는 거리가 매우 먼, 강렬한 사운드 메이킹에 익숙한 멜로디가 뒤섞여 독특한 멋을 낸다. 성탄절에 남들과 달리 신나는 클럽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이 음반이 최적의 답이 될 것이다.
Diplo 'Frosty Bounce'
DJ Snake 'Bird Machine'
DJ Snake 'Bird Machine'
Kaskade < Kaskade Christmas > (2017)
Electronica
Electronica
그나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일렉트로닉 음반을 찾는다면,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프로듀서인 케스케이드의 < Kaskade Christmas >를 추천한다. 부드러운 사운드로 채운 'Christmas is here', 몽환적인 하우스의 외피를 입은 'Silent night', 부서질 듯 연약한 사운드로 신비로운 느낌을 낸 'In the bleak midwinter' 등 음반엔 미니멀한 전자 편곡으로 재해석된 크리스마스 노래들이 수록되어있다. 오랫동안 사랑받을만한 훌륭한 완성도의 음반이다.
'Christmas is here' (Feat. Late Night Alumni)
'O Come Emmanuel' (Feat. Skylar Grey)
'In the bleak midwinter' (Feat. Kayrae)
'O Come Emmanuel' (Feat. Skylar Grey)
'In the bleak midwinter' (Feat. Kayr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