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 async >
빗소리, 폐허의 소리, 조율 안 된 피아노 소리, 발걸음 소리... 주변의 소리를 모으고 알맞게 배치해 하나의 견고한 음악으로 탄생시켰다. 생사의 고비를 넘긴 거장이 전한 아름다운 실험작.
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 < 가물거리는 세상 >
일렉트로닉, 힙합, 록을 조화한 멋들어진 퓨전 재즈. 여기에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더함으로써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혔다. '가물거리는 세상', '무사고'는 올해의 '위로곡'으로 손색이 없다.
폭시젠(Foxygen) < Hang >
이정도 앨범이라면 전성기의 엘튼 존도 탐내지 않았을까.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군더더기 없는 악기 편성과 편곡이 이룬 결과물. 영리한 레퍼런스 활용에 듀오 특유의 아방가르드 연출까지 놓치지 않았으니 사랑할 수밖에.
* 로저 워터스(Roger Waters) < Is This The Life We Really Want? >
이것이 진정 우리가 원한 삶인가. 베테랑 로커가 날리는 준엄한 경고.
* 박재정 – '악역'
정석원의 송라이팅, 윤종신의 스토리텔링, 박재정의 표현력이 만났을 때. 올해 가장 과소평가된 발라드.
샤무캣츠(Siamese Cats) < Friends Again >
의미를 알 듯 말 듯 한 단어의 나열과 평범한 일상을 비일상(非日常)으로 만드는 일본 특유의 묘사법이 빈티지한 감성과 만나 하나의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여유를 되찾고 싶을 때, 이들의 봄바람 같은 긴 호흡에 의지하고는 한다.
페이저데이즈(Fazerdaze) < Morningside >
모든 것이 의외다. 드럼 비트는 의외로 육중하고, 멜로디는 의외로 선명하며, 가사는 의외로 현실적이다. 마냥 몽환적이고 꿈꾸는 듯한 드림 팝은 기대하지 마시라. 방구석에서 이루어지는 소심한 내적 반항이다.
케이틀린 아우렐리아 스미스(Kaitlyn Aurelia Smith) < The Kid >
우주를 연상케 하는 온갖 효과음과 은은하게 흐르는 동양풍 관악 사운드가 선사하는 숭고미 앞에서 숙연해진다. 감상의 대상이 아니다. 소리로 구현되는 이 세계의 신비(?)를 잠시나마 느끼는 것으로 족하다.
*페일 웨이브스(Pale Waves) – 'Television romance'
1975의 보컬이 여자라면… 음, 나쁘지 않은데요?
노 리플라이 - < Beautiful >
사랑에 슬퍼하고 자존감 낮아 움츠려들던 날에는 노 리플라이 음악을 들었다. 벅차오르는 구성과 선율이 또 한 번 마음을 흔든다. 그리웠던 만큼 반가운 음반이다.
핑크(Pink) - < Beautiful Trauma >
의외의 선전이었다. 돌진하던 보컬은 온화해지고 대중적 팝에 들어가기 위한 노래들도 적절했다. 핑크를 여전히 'So what'으로 기억하는 이들에게 알리고픈 변화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 < Reputation >
< 1989 >만큼 가수와 어울리진 않는다. 이전까지 지켜온 정체성을 부셔가며 앞으로 전진! 구설수를 집어삼킨 테일러 스위프트의 매서운 속도가 한동안 뜨거웠다.
*비원에이포(B1A4) – 'Rollin''
시원하게 미끄러지는 멜로디와 보컬, 그 에너지를 모아 터트리는 후렴도 좋다. 이 곡과 내적댄스를 함께 했다.
브록햄튼(Brockhampton) < Saturation II >
올해의 물건.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공동체, 브록햄튼의 < Saturation > 3부작은 실로 대단했다. 이곳저곳 씹고 뜯고 맛볼 스타일로 가득한 세 앨범 중 어느 것을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다 'QUEER'와 'SUMMER'가 수록된 두 번째 앨범을 선정했다.
블리처스(Bleachers) < Gone Now >
로드와 세인트 빈센트부터 핑크와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2017년은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에겐 최고의 한 해가 아니었을까.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그가 이끌고 있는 블리처스의 음반을 강력 추천한다. 독특한 사운드 메이킹에 80년대 팝 멜로디를 엮은, 나에겐 올해 가장 재밌었던 음반이다.
로꼬 < BLEACHED >
어떠한 거부감이나 긴장감 없이 편히 들을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특별하다. 자극과 발칙함으로 경도된 현재의 한국 힙합에 실망하고 '힙합은 나빠'라며 손사래 치는 이들에게 당당히 권할 수 있는 착한 음반이다.
*코트니 바넷 & 커트 바일(Courtney Barnett & Kurt Vile) 'Over Everything'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즐거움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듣는 이는 물론이거니와 하는 이도 즐거워야 한다. 그것이 좋은 음악이 아닌가.
< 라 라 랜드(La La Land) OST >
계절은 다시 돌아 겨울이 왔지만, 그들이 들려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소박한 노랫말을 기억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꿈으로 물든 세상은 온통 보랏빛이었다는 사실도.
두아 리파(Dua Lipa) - < Dua Lipa >
올해의 발견! 매혹적인 중저음에 트렌드를 놓치지 않은 명민한 뮤지션은 등장과 동시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서운 신인의 완성도 높은 데뷔작.
그루비룸(GroovyRoom) - < Everywhere >
시그니처 사운드인 '그루비 에브리웨어'가 정말 현실이 됐다. 넘치도록 다채로운 색감으로 곳곳을 물들였으니까. 게다가 '자기 작품'을 놓치지 않았다. '부지런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그 이름, 그루비룸!
*윤종신 - '좋니'
시간에 가려 흐려진 그때 그 감성을 꺼내주는 마법의 노래.
방탄소년단 - < Love Yourself 承 'Her' >
뚜렷한 서사와 매력적인 곡조가 러닝타임을 잡아먹어 버린다. 귀로 듣는 1차 관문을 무사통과했다 해도 칼 같은 짜임새의 무대 영상까지 마주하면 마음을 뺏기는 건 순식간! 살짝 귀 기울였다가 덜미를 붙잡힐 마성의 음반이다.
디어클라우드 - < My Dear, My Lover >
잔잔한 물결이 더 깊은 심연을 지녔듯 천천히 파고들어 오래도록 남는 멜로디와 가사를 가졌다. 현악기 반주를 타고 서서히 문을 여는 도입의 3곡은 내 마음을 움켜쥔 올해의 싱글들이다. 앨범 전체가 커다란 소독약이자 하나의 연고인 따뜻한 음반.
슬로우다이브 - < Slowdive >
지나치게 뭉개지지도 흐릿하지도 않은 적당한 몽롱함과 나른함이 뾰족함에 지친 우리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드림 팝이니 슈게이징이니 하는 장르들을 멀찌감치 밀어둔 당신에게 교량목이 되어줄 음반. 적당한 소음 다발에 쌓여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고 잠깐의 일탈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 도재명- '토성의 영향 아래(Feat. 이자람)'
외로움의 딱지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듯, 그것을 풀어내는 목소리와 언어도 여러 개일 수밖에 없다. 다수의 화자가 전달하는 시린 감정의 노래이자 소설집.
강승원 < 강승원 일집 >
대중가요 속 '가사'의 의미를 재고하게 만드는, 시대가 무의미한 스탠다드의 향연.
위아더나잇 <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 >
현실엔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던 한마디가 갑작스레 큰 위로로 그 모습을 바꾸는, 그 찰나의 기록.
김심야와 손대현 < Moonshine >
2015년엔 < Anecdote >, 2017년엔 < Moonshine >
김목인 < 콜라보 씨의 일일 >
산책하는 '콜라보 씨' 김목인의 웰메이드 포크 앨범. 따뜻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한 편의 소설 같다. 반드시 앨범으로, 순서대로 들을 것!
청하 < Hands On Me >
확실히 색다른 출발선, 그리고 무시 못 할 가능성의 발견. 이대로 꾸준히만 가면 멋진 솔로 디바가 될 듯. 충분히 걸어봄직한 우량주.
어비스 < Recrowned >
드디어, 오랜 시간 응축된 내공의 대폭발! 한국 모던 헤비니스의 새 걸작. 주먹 불끈 쥐게 만드는 화끈한 익스트림 메탈의 질주, 항복이다.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 Havana (Feat. Young Thug)
2017 라틴 팝 열풍 속 압도적인 훅이었다. "하바나 오 나나", 머리에서 떠날 줄 모르는 중독성과 그 섹시한 음색이란!
맥 드마르코(Mac DeMarco) < This Old Dog >
분위기가 다소 차분해지자 맥 드마르코의 훌륭한 멜로디 메이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예의 쟁글 기타 리프와 들뜬 호흡을 제한 가운데서도 아티스트는 특유의 멜랑콜리한 선율을 통해 전작들 못지 않은 흡입력을 어렵지 않게 발휘했다. 좋은 멜로디를 담긴 < This Old Dog >의 소프트 록, 드림 팝과 함께 올여름을 만들었다.
프로토마터(Protomartyr) < Relatives In Descent >
약간의 변화를 꾀한 프로토마터의 < Relatives In Descent >도 올해의 수작으로 꼽고자 한다. 펑크 고유의 직선성과는 다소 멀어졌으나 전개 위에 투하한 여러 변칙이 호흡을 불균형하게 만들며 감상에 재미를 부여한다. 그러면서도 그렉 아히의 기타 리프는 여전히 독창적이고 조 케이시의 음산한 보컬은 계속 아름답다. 베테랑이 되어가는 포스트 펑크 밴드의 대단한 수작이다.
시어 맥(Sheer Mag) < Need To Feel Your Love >
신인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시어 맥은 능숙하고 능란했다. 필라델피아의 5인조가 1970년대의 하드 록과 파워 팝의 정수를 가져와 멋지게 복각해낸 < Need To Feel Your Love >는 2017년 최고의 데뷔 앨범으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다. 출중한 실력을 가진 레트로 매니아들의 승리라 하겠다.
제이린(Jlin) - < Black Origami >
원시적인 리듬의 상아질로 무장한 트랜스포머 코끼리. 역동적인 카오스와 팽팽한 긴장의 줄다리기 속 쾌감이 피어난다. 정교하고 유동적인 테크노 베이스 리듬을 주조한 제이린의 멋진 솜씨를 놓치지 말자!
한승석, 정재일 - < 끝내 바다에 >
< 바리 Abandoned >의 숭고한 서사시가 하늘로부터 지상으로 내려왔다. 보다 섬세하게 일상을 어루만지는 한승석 정재일의 아름다운 살풀이.
아르카(Arca) < Arca >
고뇌, 번민, 타락, 가늘게 내뱉는 한 가닥 숨. 그리고, 절정. 베네수엘라 태생의 알레한드로 게르지는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 Arca >를 통해 새 세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깊고 어두운 우울과 혼란 속 거대한 아름다움을 예민하게 숨기고 있다. 아름답다.
*시거래츠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 - 'K'
아름답고 섹시하고, 하염없이 슬픈 올해의 러브송.
*찰리 XCX(Charli XCX) – 'Boys'
뮤직비디오 속 남자들이 부럽다. 성 고정 관념에 대한 유쾌하고 근사한 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