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커버의 가슴팍에 깊은 상흔처럼 자리한 여성 성기의 형상이 하나의 화려한 액세서리가 되어 얼굴에 자리한다. 외관부터 변화의 전초전을 알리고 양면을 구체화 시키는 도구는 플루트와 하프다. 이전부터 감정적 포인트에 현악기를 자주 덧대던 그가 그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주술적 소리색의 두 악기를 통해 이상향 주조에 힘을 실었다. 기묘한 분위기를 이끄는 리얼 악기의 병치와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손을 잡은 베네수엘라 출신 일렉트로닉 음악가 아르카의 요동치는 듯 강렬한 비트는 청자를 단숨에 잡아끄는 유토피아행 직통 기차다.
곳곳에 정복에 대한 의지와 북돋음이 가득하다. 이전 작품의 타이틀인 'Lionsong' 뮤직비디오 속 어둡고, 가시 난 옷이 전달하는 슬픔과 우울함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약간의 기괴함과 공포감은 있을지언정 수록곡 'Blissing me'는 밝고 행복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Body moves'도 마찬가지. 과거 10분에 달하는 마이너한 감정의 대곡 'Black lake'의 후속편인 곡은 총 6개에 달하는 절마다 운명, 사랑, 성과 같은 주제를 표현하며 많은 종류의 사랑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전한다.
자신이 설계한 유토피아에 청자를 초대하며 동시에 한 뼘 먼저 자신의 아픔을 치유한다. 여러 명의 목소리가 중첩되며 짙게 깔린 엠비언트 사운드로 이상세계의 문을 여는 'The gate'를 지나 'Utopia'는 영롱한 플루트와 새소리, 그리고 섬세한 그의 보컬이 뒤섞여 아름다운 이미지를 그려내고 'Losss', 'Sue me'는 양육권 분쟁, 손실을 고백하며 그럼에도 연고는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드디어 신시사이저만으로 신성하고 웅장한 마무리를 건네는 'Future forever'에 이르면 무장해제 되고 마는 것이다. 너무나도 진실 되고 견고한 찬란한 소리의 그물망 앞에서 말이다.
이로써 뷰욕 월드를 한 평 늘려냈다. 얼음요정의 잉태를 알린 < Debut >, < Post >. 사랑의 환희를 담은 < Vespertine >, 오직 목소리로만 창조한 혁신적인 < Medulla >. 그리고 가장 깊은 상흔을 담은 < Vulnicura >와 그 치유를 담은 이번 < Utopia >까지. 총 10개의 층위를 쌓는 동안 언제나 모든 정서를 끌어안아 벗어날 수 없는 소리샘을 만들었다. 음악을 사는 뮤지션 뷰욕이 자발적 망명으로 여기 또 하나의 굉장한 세상을 일궈냈다. 웰컴 투 뷰욕월드.
- 수록곡 -
1. Arisen my senses
2. Blissing me

3. The gate

4. Utopia
5. Body memory

6. Features creatures
7. Courtship
8. Losss
9. Sue me
10. Tabula rosa

11. Claimstaker
12. Paradisa
13. Saint
14. Future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