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은 양은 예전부터 춤으로 알아줬다. 2013년 SBS < 놀라운 대회 스타킹 >을 통해 브라운관에 처음 모습을 내비쳤을 때 남다른 실력과 끼를 선보여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현아의 'Change', 'Bubble pop!'에 맞춰 춤을 춰 '베이비 현아'로 소개된 나하은 양에게는 곧 '댄스 신동'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때가 네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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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나하은 양은 그 뒤로 여러 방송과 CF에 초대되며 반(半) 연예인처럼 지냈다. 출연 요청에만 응한 것은 아니다. 본인도 이쪽에 뜻을 두고 있는지 2014년 Mnet의 < 댄싱9 > 두 번째 시즌과 SBS < K팝스타 > 네 번째 시즌에 출전하는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을 거듭 두드렸다. 또한 같은 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 가수들의 춤을 따라 한 영상을 꾸준히 게재했다. 연예인에 버금가는, 연예계를 선망하는 듯한 활동이 이어졌다.
몇 년간 들인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나하은 양은 지난 1월 말 정식 음원 'So special'을 출시했다. 노래는 1990년대에 다수의 히트곡을 낸 남성 트리오 구피 출신의 박성호(예명: 미친손가락)가 작사, 작곡, 프로듀스했다.
근래 유행하는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인 퓨처 베이스를 골격으로 삼아 'So special'은 말쑥함을 뽐낸다. 어린이가 대중음악 음반을 발표하면 엉성하거나 유치한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이 노래는 그런 전례를 깬다. 앙증맞은 목소리만 빼면 주류의 젊은 성인 가수가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다를 바 없다. 꼬마 같지 않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나 보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성숙해 보이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짙게 화장을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열 살 안팎의 어린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입기도 한다. 다소 껄끄럽게 다가오긴 하지만 어찌 됐든 가수 타이틀을 달게 된 공식적인 작품이니 이 정도의 치장은 이해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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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불편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장면은 확실히 지나치다. 바가 배경이 된 뮤직비디오 초반이 그렇다. 바나나 맛 우유 용기와 귀여운 캐릭터 모양의 병으로 공간을 장식해 놓긴 했어도 전경은 영락없는 서양식 술집이다. 이곳에 나하은 양이 들어선 뒤 자리에 앉자 옆에 있던 또래 남자아이가 음료수를 사며 추파를 던진다. 애들을 대상으로 성인들의 세계에서 있을 법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를 보는 아이들이 이성 관계에 대해 그릇된 고정관념을 갖게 될까 봐 우려스럽다.
겉옷을 벗고,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모습도 못마땅하다. 이는 대체로 성인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미모와 관능적인 분위기로 누군가를 꾈 때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어른의 성적 판타지를 투영한 셈이다.
안타깝다. 나하은 양은 네다섯 살일 때에도 교태와 성행위에 대한 은유로 점철된 걸 그룹의 춤을 아무렇지 않게 췄다. 열 살이 채 안 된 지금도 성적인 심상과 동행하고 있다. 재능 발휘와 이상 실현이라는 미명하에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부적절한 활동을 하도록 슬그머니 부추기는 형국이다. 주변 어른들의 성찰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