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일 올림픽공원 SK 핸드볼 경기장 앞은 이른 시간부터 북적북적했다. 일본 록 씬의 거대한 이름이자 미국 워너 뮤직과의 계약으로 국제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원 오크 록(One OK Rock)의 < Ambitions > 월드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보려는 수많은 인파였다. 손수 준비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마니아들과 부푼 기대를 안고 설렌 표정을 짓는 팬들은 손에 굿즈 타월을 들고, 티셔츠를 갈아입으며 한참 남은 입장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4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을 때의 열기가 이 정도였다.
20시 정각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공연장의 모든 불이 꺼지며 원 오크 록의 네 번째 한국 공연이 막을 올렸다. 지난해 워너 뮤직 산하 레이블 풀드 바이 라멘(Fueled By Ramen)에서 발매한 < Ambitions > 앨범 인트로와 이어지는 'Bombs away'의 폭발적인 인트로를 거쳐 익숙한 'Deeper deeper'의 베이스 리듬이 모두를 열광시켰다. 손쉽게 어마어마한 합창을 이끌어 낸 뒤 유연한 'Taking off'를 이어 선보인 후 깊은 환영 속에 팬들과의 인사를 나누는 밴드였다. 여기서 멤버들의 한국 유행어를 듣게 될 줄 누가 생각했을까. '기분 오진다'를 외친 료타와 '가즈아!'의 토모야, 토루의 '내 마음속에 저장'과 타카의 '라면 먹고 갈래~?'에 모두가 뒤집어졌다.
이후 원 오크 록은 신보 수록곡과 기존 팬들에게 익숙한 과거 곡들을 교차 배치하며 자연스럽고도 활기찬 공연을 이어나갔다. 신곡까지 모두 합창하며 120% 호응을 보여준 관중들의 위력은 'Clock strikes'와 'Wherever you are' 같은 본격 '떼창 곡'에선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특히 'Wherever you are'을 부르는 내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환한 감동의 빛을 만드는 장면은 밴드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뭉클한 즐거움을 안겨줬다.
< Ambitions > 발매를 통해 밴드는 '完全感覚ドリーマー(완전 감각 드리머)'로 상징되는 과거의 거침없는 질주 대신 유려한 완급 조절과 해외 이모 코어 /팝 록 밴드들의 매끈한 프로듀싱을 선보인 바 있다. 'One way ticket'과 'Bon voyage', 'I was king', 'Take what you want'의 후반 3부에서 그 변화를 깊이 체감할 수 있었는데, 유려한 멜로디 감각과 보다 부피를 늘린 구성이 도드라지는 무대는 기존 원 오크 록의 사운드 대신 2000년대 초중반을 호령했던 린킨 파크, 마이 케미컬 로맨스 등의 밴드들이 겹쳐 보였다. 특히 지난 7월 타카가 큰 충격을 표한 바 있는 체스터 베닝턴의 < Minutes To Midnight > 이후 린킨 파크가 선명했다.
밴드는 메가 히트 'The beginning'과 'Mighty long fall', 거대한 합창의 'We are'로 후반을 불태우고 무대를 떠났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거대한 앵콜 요청에 자연스레 무대로 다시 올라온 이들은 쾌활한 'American girls'를 즐기며 대망의 ' 完全感覚ドリーマー(완전 감각 드리머)'를 끝으로 진짜 마무리를 지었다. 언제나 지켰던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빼놓지 않은 것은 덤.
폭발적인 에너지와 탄탄한 연주력으로 언제나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팀 다웠다. 전체적으로 울리는 듯한 음향이 유일하게 아쉬웠지만, 투어의 마지막임에도 대충은 없었던 퍼포먼스 앞에선 그리 큰 단점은 아니었다. 해외 유명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한 환상적인 카메라 워킹과 다채로운 볼거리로 무장한 그들은 이제 제이록(J-Rock)의 강자를 넘어 완연한 메이저 밴드의 지위를 증명했다.
사진 제공 = 라이브네이션코리아(Live Natio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