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번에도 그는 '자신'을 놓쳤다. 미니 2집 < 27 >에 이어 또다시 손을 잡은 김종완(넬, 보컬)의 세력이 첫 번째 정규 < 10 stories >에서는 더욱 넓고 구체적으로 자리한다. 'Sorry'의 가성은 넬의 'Good night'에서 김종완 목소리가 무리 없이 떠오른다. 음색이 비슷한 탓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곡 자체의 분위기와 일렉트로닉 기타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진행까지 같은 상황에서 연상이 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 같은 보컬 디렉팅의 아쉬움은 '천사의 도시', 'Sentimental'과 같은 후반부에서 잇따라 찾아온다. 계속해서 넬, 김종완의 그림자 아래 있다 보니 브라스로 멋진 마무리를 이끈 '머물러줘', 전형적인 피아노 반주의 발라드 '지워지는 날들'에서 아무리 멋진 호흡과 가창을 선보인들 다채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돌출되는 신시사이저 멜로디의 '끌림'을 들으며 넬의 흔적을 찾고, 기어이 '희망고문'을 그 숙주로 찾아내는 것이다.
10개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흔적은 목소리뿐이다. 오히려 록, 피아노 발라드, 어쿠스틱, 댄서블한 비트로 채워졌던 첫 솔로 음반 < Another me >에서 그가 더 잘 드러났다. 우상으로 여기던 뮤지션의 녹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건 물론 소중한 경험이겠지만 자신의 색을 잃은 상황에서 완성작은 위태로울 뿐이다. 김성규의 곡을 들으며 넬의 디스코그래피를 뒤적이게 됐다. 더 신중하게 수록곡을 선택했어야 했다.
- 수록곡 -
1. 뭐랬어(Feat. PUNCHNELLO)
2. 머물러줘

3. True love

4. 끌림
5. 지워지는 날들
6. Till sun rise(Feat. JW of NELL)
7. Sorry
8. 천사의 도시
9. Sentimental
10.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