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놀아보자 푼 고삐는 첫 번째 타이틀 '셋 셀테니'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역대 승리의 디스코그래피 중 이 정도로 시원하고 이렇게 제 옷처럼 맞아 들었던 트랙이 있었나 싶다. 훅 치고 들어오는 킬링 포인트의 '원, 투, 쓰리!' 추임새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에 경쾌한 팝 록은 한여름 시원한 사운드 베케이션을 선사한다.
하지만 반전의 짜릿함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이어지는 또 다른 타이틀 'Where r u from'은 보컬 샘플 피치를 올려 왜곡 효과를 준 사운드와 거친 작법에 따라 이뤄진 빌드 업이 모여 투박한 조합을 이루고, '몰라도'는 '뽕뿅'거리는 멜로디라인에 조금은 촌스러운 뽕 끼 선율로 일차원적인 사랑 이야기를 품는다. 이 같은 태세는 볼륨감 있는 강한 신시사이저와 저음의 전자음, 그리고 후반부 거친 리믹스로 진행되는 'Hotline'에서도 마찬가지다.
'셋 셀 테니 넌 딱 넘어와!'('셋 셀테니')라는 능청스러운 대담함과 처음 본 사람과 사랑일지도 모를 감정에 즐거워하는 '몰라도' 사이에 '이 세상은 모두 내꺼니까' 모든 이뤄낼 수 있음을 전달하고('Be friend') 진지하게 외로움('혼자 있는 법')을 고백하는 탓에 앨범의 질서는 어지럽다. 신나게 한바탕 놀기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하고 그 틈에 본인의 고민도 녹여야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차라리 진지함을 걷어내고 거칠지언정 완벽하게 뛰어놀 음반을 들고 나왔다면 훨씬 명확한 지향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이 같은 복합적 분위기에 휩쓸려 록킹한 기타반주에 퓨처 하우스가 더해진 '달콤한 거짓말'이나 미디엄 템포에 승리와 여성 보컬 블루 디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는 'Love is you'의 곡 단위 완성도가 무뎌진다. 음반 전체의 구심점을 확실히 잡았다면 충분히 빛날 수 있었을 테지만 현재로서는 각개전투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규앨범의 의미와 성취는 단일 측면에서 뚜렷하다. 뮤지션 승리가 음악적 야욕과 야망에서 물러선 채 만들고 싶은, 하고 싶은 곡들만을 들고나온 것. 그간 어중간한 이미지를 뒤로하고 본인이 즐길 사운드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일단의 성취를 맛본다. 늘 무거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음악적으로 아쉬운 배합이 곳곳에 눈에 띄지만 '내 것'을 향해 시선을 돌린 이 유쾌한 곁눈질이 한 번 더 다음 행보를 기다려보게 한다.
-수록곡-
1. 셋 셀테니(1, 2, 3!)

2. Where r u from (Feat. MINO)
3. Love is you(Feat. Blue.D)

4. 몰라도(Feat. B.I)
5. 달콤한 거짓말(Feat.DANNIC)
6. Be friend
7. Hotline
8. 혼자 있는 법

9. Good luck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