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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껄끄러운 상황은 더 나타난다. 한 멤버가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호소하며 쉬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지만 매니저는 데뷔가 코앞이라며 쉴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자신의 처지를 몰라주는 것이 답답했는지 그 멤버는 연습실에서 나간다. 그러자 다른 매니저가 "또 시작이네, 저거."라며 빈정대는 태도로 못마땅함을 드러낸다. 힘들게 훈련하는 나머지 멤버들에게 해가 될 행동이긴 해도 매니저의 반응은 인격적 존중이 부족해 불편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기가 어려움을 일러 줄 뿐만 아니라 한국 연예 기획사 사람들이 여전히 거칠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나인뮤지스의 영화에 담긴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난 10월 중순에는 훨씬 놀라운 일이 밝혀진다. 6인조 보이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의 멤버 이석철 군이 2015년부터 소속사 미디어라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김창환과 소속 프로듀서 문영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해 왔다고 기자회견을 열어 폭로한 것이다. 문영일은 지각, 연주 실력 부족, SNS 활동 불참 등 별별 이유로 수시로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야구방망이로 때렸으며, 김창환은 체벌을 묵인하거나 폭력을 교사했다고 한다.
더 이스트라이트의 멤버들이 10대이기에 대중이 받은 충격과 분노는 매우 컸다. 10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 프로듀서를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닷새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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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 기획사의 부끄럽고 참담한 민낯이다. 이 사건으로 권력을 앞세워 소속 연습생이나 아티스트에게 횡포를 일삼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무리 기량을 키우고 활동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목적이라고 해도 사납게 말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몰상식한 짓이며, 있어서는 안 될 비인간적 행위다. 미디어라인은 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음악을 추구한다고 회사를 소개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구성원들은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회사에서 이런 기가 막히는 일이 일어난 것을 감안하면 작은 무명 기획사들의 사정은 더 심할지도 모른다.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처럼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0대에 가수로 데뷔하는 아이들이 무척 많다. 이들은 가수를 준비한다고 매일 상당한 시간을 회사가 마련한 연습실이나 숙소에서 보낸다. 때문에 기획사는 어린 연습생, 가수들에게 제2의 믿을 만한 학교와 가정이 돼 줘야 한다. 지성을 기르고 도덕을 함양할 수 있도록 살뜰히 지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을 제공하는 기획사는 거의 없다. 이렇게 해 줘도 모자랄 판에 폭행이라니, 통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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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연예인 지망생이나 소속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기획사의 착취, 성추행 등 이런저런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방지하고자 2014년 7월부터 연예 기획사 등록제가 시행됐다. 이전까지는 국가에 신고만 하면 회사를 열 수 있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기획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관계자들은 소양이 부족하고 미덥지 못한 사람들의 업계 유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을 테다.
안타깝게도 더 이스트라이트의 피해 사례가 말해 주듯 까다로운 개업 절차가 완벽한 방어막이 되진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부분 법이 그렇듯 새로 만들어진 개업 조건에도 교묘하게 피해 들어갈 구멍이 있다. 결정적으로 악인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전담 인원을 꾸려 주기적이며 적극적으로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17조, 18조에 이 업무가 명시돼 있지만 실행은 빈약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