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이 성숙으로 나아간 흔적은 사랑, 이별을 주제로 쓴 시선의 변화 너머에도 자리한다. 거리낌 없는 장르의 들여옴, 레퍼런스를 두지 않는 작법의 자유로움은 첫 정규 < Play >의 푸릇함과 상, 하로 나눠 발매한 소포모어 < 사춘기 > 음반이 담은 자기 고백적 고민을 지렛대 삼아 한층 풍부하고 다채로운 음악적 항해를 이어간다. 7080 감성에도 무난히 받아들여질 첫 곡 '뱃노래'의 묵직함, 싱어롱 구간과 후크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진 '물 만난 물고기'는 다름 아닌 컨트리를 사운드 주체로 뽑아낸다. '더 사랑해줄걸'은 밴드 구성의 로커빌리 풍으로 시원하게 문을 열고,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와 휘파람, 클랩 비트를 절묘하게 뒤섞은 '고래'는 미니멀함과 중독성이 만난 좋은 예다.
그렇게 음반은 윗세대와 아랫세대 그리고 옆의 동년배까지 함께 아우르며 나아간다. 어쿠스틱 기타, 하모니카를 통해 복고 감성을 꺼내오는 '작별인사'가 '정든 찻잔도 색이 바랜 벽지도 흔적이 힘들어서 바꾸지 말아요'와 같은 따뜻한 언어로 장년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면 커팅된 기타로 긴장감을 쌓아 올려 찰랑찰랑한 악기의 부딪힘을 선사하는 'Freedom'은 콜드플레이의 7집 < A Head Full Of Dream >을 경유해 젊은 활력의 다채로움을 품었다. 일렉트릭 기타를 중심으로 외로움과 고독함을 설파는 인디 음악의 주요 동력 역시 곳곳에 움튼다. '자막 없이 밤하늘 보고, 번역 없는 바람 소릴 듣지'란 독창적 노랫말의 '달', 마찬가지로 '밤 끝없는 밤'은 이 앨범이 얼마나 거침없이 장르를 배영하고 이를 경계 없이 표현하는지 보여주는 트랙이다.
즉 이 작품에는 속된 말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히트 방정식이 없다. 뜨거운 눈물 한 방울 흘릴 사랑에 대한 절규도, 각 잡힌 군무와 번쩍이는 퍼포먼스가 건네는 빛나는 아우라도 부재한다. 이는 포크, 컨트리, 록을 지나, 복고, 인디, 팝을 거치며 만든 '악뮤만'의 '대중성'으로 대체된다. 자극적인 첫인상 대신 주체적인 발화로 영특하게 배합한 사운드의 뒤섞임은 악동뮤지션의 생기발랄함뿐만이 아닌 이제 뮤지션 '악뮤'로서의 그들을 주목하게 한다. 전곡 단독 작사, 작곡은 물론 과거에 비해 자신의 보이스를 전면에 내세운 찬혁의 성장과 삶의 많은 감정을 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수현의 발전은 음원 차트 올킬 이란 기록에 더 깊은 의미망을 녹여낸다. 반응을 끌어올 주류의 공식 말고 '내 것'으로 반응을 만들었다. 악뮤의 스펙트럼을 넓힐 한 꼭짓점이 될 음반.
-수록곡-
1. 뱃노래
2. 물 만난 물고기

3.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4. 달
5. Freedom

6. 더 사랑해줄걸
7. 고래

8. 밤 끝없는 밤
9. 작별 인사
10. 시간을 갖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