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코포니는 각각 2018년과 19년에 정규 앨범을 발표,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의 지지를 받는 성과를 냈고 도마의 경우도 2017년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둘의 콜라보는 덩치와 변화가 크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사운드 재질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이전 활동 때보다 일단 일그러짐과 흐느낌이 진해졌다. 두 사람은 프로그레시브 록처럼 변화무쌍한 곡조가 차분하고 개성적 포크 스타일을 껴안은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했다.
거누(김건우)와는 어떻게 문소문을 시작하게 됐나.
카코포니 : 다들 문소문을 내가 막 주도해서 만들었겠구나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전부터 거누가 카코포니 음반이나 공연에서 기타를 치기도 했다. 어느 날 거누가 자고 일어나더니 기타 연주를 꿈에서 들었다면서 막 치더라. 나도 너무 좋아서 거기에 멜로디를 붙였다. 거누가 기타 리프를 연주하고, 내가 노래를 불렀는데 마음에 들어서 바로 팀을 해보자고 말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어쿠스틱한 음악을 생각했다.
어떤 노래였나.
카코포니 : '붉은 눈'이랑 '내 유언은 썰렁한 농담'이고 앨범에서도 가장 중요한 곡들이다.
'붉은 눈'이 그나마 가장 대중적이고 멜로디가 잘 들리던데...
카코포니 :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이걸 제대로 해보자 해서 가사를 쓰고, 기타로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괜찮더라. 내가 곡을 쓰면 거누가 같이 편곡해주고, 그렇게 곡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문소문 음악의 핵심, 중심은?
카코포니 : 거창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완성본 자체는 스토리도 있고, 사운드적으로도 엄청 계획적이며 프로젝트성으로 느껴졌을 텐데, 우리는 되게 편한 분위기에서 재밌게 작업했다.
'쉿', 'Entropy', '시나브로', '엉엉' 같은 수록곡 제목만 보면 나름 새콤달콤한 음악 같았다. 그런데 들어보니 전혀 다르더라. 카코포니 때도 울부짖음은 있었지만 좌절이나 세상에 대한 혐오까진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문소문은 세상과 안 맞아 부딪치는 혼돈과 충돌이 느껴졌다.
카코포니 : 카코포니가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였다면, 문소문으로는 사회 속에서 불편하게 느꼈던 주제를 던지고 싶었다. 거누도 여기에 공감했다. 문소문의 노래들은 어떻게 보면 틈바구니의 신음이라 할까. 이 세상과 타협점을 찾지 못한 사람의 절규랄까. 특히 거론한 곡들 '옴', '쉿', '엉엉'이 그랬다.
거누는 카코포니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
거누 : 1960, 1970년대 록과 블루스, 브리티시와 프로그레시브 말하자면 레드 제플린과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살았다. 그런데 거기서 느꼈던 '근본'이 카코포니에게 있더라.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순도와 예술성이 뛰어났다.
로커가 카코포니 스타일 음악에 동의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거누 : 사실 전에 이쪽 스타일은 잘 듣지 않았다. 그런데 갈수록 음악적 팔레트가 마음에 들었다.
카코포니 : 1집을 부탁했을 때도 거누가 내 음악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로저 워터스와 지미 페이지가 조니 미첼에게 손든 거다. (웃음)
문소문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뭔가.
거누 : 꿈속에서 들은 음악에 카코포니가 붙인 멜로디와 음악이 너무 좋아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도 인디 포크 스타일의 팀인 도마를 하고 있었는데, 카코포니의 실험적인 포크가 마음에 들었다. 또 곡을 만드는 데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다. 도마는 만들어진 음악에 기타만 얹는 형식이었지만, 문소문에서는 음악적 주(主)가 돼서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문소문 앨범이 가리키는 소문은 시대적 삶의 불편함을 은유하는 건가.
카코포니 : SNS, 인터넷 시대에 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누군가를 몰아간다. 결국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온다. 모두가 가해자, 모두가 피해자가 아닐까.
故 설리, 구하라와 같은 사례들...?
카코포니 : 아이돌 팬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나도 힘들었다. 아이돌의 특성이나 사람들이 바라는 특성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쁜 사람인 것처럼 다수가 비난을 하지 않았나. 엄청난 폭력이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기본적인 검색도 없이 알지도 못하는 얘기를 듣고는 당사자에 대해 떠들곤 한다.
카코포니 :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었으면 카코포니 곡으로 냈을 거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게 아니고 사회 현상을 보고 만든 거라 문소문의 이름으로 만들었다.
카코포니가 생각하는 이 땅에서의 20대 여성 음악가의 삶은 어떠한가. 만나 보니 실제 모습은 사람들과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음악만 들어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카코포니 : 맞다. 관계 측면에서 잘 어울린다. 평소에도 불만을 막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고통받거나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다. 그런 부분은 카코포니나 문소문 음악을 통해 표출하는 편이다. 반대로 음악을 하기 전에는 힘들었다.
김민경에게 카코포니와 문소문은 일종의 셀프 테라피 의미인가.
카코포니 : 치료의 의미가 가장 크다. 1집 < 和(화) >를 시작한 것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의 표현이었다. 그전에는 외무고시(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를 준비하면서 정말 한국 사회현실이 요구한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 건강이 악화되셨다. 어머니는 이상한 가치를 좇으며 살다가 후회하면서 떠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게 뭔지, 공부를 계속해야 하나, 외교관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1집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서 거의 배출하듯이 나왔다.
2집 < 夢 (Dream) >은 팝적이지는 않은데 멜로딕하다. 행여 그렇게 잘 들리는 게 싫어서 문소문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카코포니 : 그런 건 아니었다. 카코포니도 들어보면 스펙트럼이 진짜 넓다. 팝적일 때는 팝적이고, 실험적일 때는 또 실험적이다. 내 감정이 잘 우러나와서 공감될 수도 있고.
카코포니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머니의 죽음 같아 보인다.
카코포니 : 그렇다. 그게 아니었으면 내 감정과 욕망을 내보낼 정도로 사회의 벽을 깨기는 쉽지 않았을 거다.
2집은 뭔가.
카코포니 : 2집은 내가 원래 음악으로 하고 싶었던 어머니 죽음 이전의 이야기다. 해야 했던 이야기를 누르고 누르다가 2018년 1집 이후 1년 만에 2집으로 시원하게 분출했다.
2집의 핵심 키워드는?
카코포니 : '사랑'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별의 극복'이다. 나는 항상 슬픔에서 희망으로 가는 구조로 앨범을 만들면서 마지막 트랙에 하고 싶은 말들을 담는다. 2집에서는 'Parallel world', 1집에서는 '봄'이 마지막 곡이다.
거누는 카코포니의 음악에서 실험, 도전, 도발을 느낄 법한데 동시에 혹시 여성스러움도 느끼지 않나? 적절하게 그러한 정서 비(比)가 어우러져야 할 것 같은데...
거누 : 어떤 부분은 남성적이고, 어떤 부분은 가녀리기도 하다. (이 얘길 듣더니 카코포니는 “성격이 그런 거 같다. 완전 들쑥날쑥하다.”고 했다)
지금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거지만, 이 분야에서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경제적 기반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카코포니 : 나는 “지금 해야 될 거를 열심히 해야 된다”라는 주의다. 그리고 열심히 하다 보니 금전적 기회가 생겼다. 공연요청이 꽤 들어오고, 문소문도 지원사업이 꽤 되고 있다. 나름 상황이 잘 풀리고 있는 편이다. 영화음악도 하고, 힙합 비트도 찍고, 다양하게 움직이고 있다. (웃음)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카코포니 :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건 대학교 OT 때 다들 돌아가면서 노래를 시켰을 때였다. 늦은 편이다. 그때 노래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다들 뚫어져라 보더라.
어릴 때부터 아티스트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카코포니 : 근데도 정말 어렸을 때부터 '나는 가수가 될 거야'라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남들 앞에서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만 하면서 잊고 지내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좀 전에 말한 OT 이후로 학교 밴드부에 바로 들어가면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그때 부른 노래가 송창식의 '고래사냥'이다. 그렇게 음악도 만들고 홍대에서 공연도 꿈꾸었지만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다시 공부하는 삶으로 돌아왔다. 그런 와중에 2015년 즈음 홍대에서 거누를 처음 만났다. 이전에 교류를 하지는 않았고 존재만 아는 정도였다. 2018년 결국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음악으로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하면서 기타 연주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냥 무작정 연락했다.
음악적 우상은 누구인가.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말고.
거누 : 블랙 사바스, 지미 헨드릭스, 비틀스! 1960~1970년대 뮤지션을 좋아한다.
카코포니 : 라디오헤드와 이소라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레드 제플린은 몇 집을 좋아하나. 그리고 가장 잘 만들었다고 여기는 곡은?
거누 : 1집에서 5집까지 다 좋다. 단일 곡으로는 1집 < Led Zeppelin > 4번 트랙 'Dazed and confused'다.
라디오헤드는 바로 알겠는데, 이소라는 어떤 점이 좋은가.
카코포니 :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다 내비치는 사람의 목소리로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노래할 때 듣는 사람을 의식하기보다 정말 그 감정에 충실하다는 느낌에서 위로가 된다. 내가 노래를 한다면 무의식적으로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소라는 어느 앨범이 맘에 드나.
카코포니 : 하, 어렵다. (웃음) 다 다른 매력이 있는 거 같아서. 사실 내가 결정 장애라서 내 음악 빼고는 잘 못 고른다.
문소문 데뷔 앨범 < 붉은 눈 >을 만들 때 혹시 집중적으로 들은 음악이 있는지.
거누 :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르네상스(Renaissance)를 많이 들었다. 둘이 같이.
카코포니 : 시인과 촌장, 킹 크림슨, 핑크 플로이드, 그냥 평소에 좋아하는 거는 다 들었다. 그 앨범들에서 했던 실험을 많이 참고하기도 했고.
문소문의 2집을 낸다면 그려보고 싶은 그림들이 있는지.
카코포니 : 곡들은 몇 개 있다. 문소문으로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싶은데 일단 차기작은 환경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문소문이 구축하고자 하는 사운드 스타일은?
카코포니 :거누의 청취이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레시브 록과 내가 갖고 있는 얼터너티브 포크가 엮인 하이브리드인데, 뭐라고 규정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프로그레시브 포크란 말은 쓰지 않으려고 한다.
카코포니, 문소문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카코포니 : 카코포니는 해외 팬들이 훨씬 많다. 한글을 모름에도 '음악을 듣고 울었다, 고맙다' 등등 하루에도 한 번 이상 길게 DM이 온다. 세계 곳곳에 작게, 작게 팬들이 퍼져 있다. 외국에서 공연을 보러 직접 오기도 한다. 이들을 한 데 묶어야 하는데...
문소문의 음악은 어떻게 들어야 하나.
카코포니 : 문소문 음악을 들으면 다른 세계 같고 되게 동화처럼 느껴질 텐데, 이걸 듣고 현실로 연결해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허구의 노래 같지만 나는 굉장히 현실 속에서 쓴 노래다. 문소문의 지향은 '메시지 송'이다.
인터뷰: 임진모 임동엽
사진: 임동엽
글: 임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