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롤링 스톤즈, 좀비스, 애니멀스, 킹크스와 같은 영국의 록 밴드들이 1960년대 중반 소위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라 일컫는 문화현상으로 미국을 침공한 그때, 다른 한편에서 영국 배우 겸 가수 줄리 앤드루스(Julie Andrews)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를 거쳐 두 번의 보모 역으로 미국 영화계의 정상을 정복했다.
월트 디즈니의 < 메리 포핀스 >(Mary Poppins)로 장편극영화에 데뷔하자마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손에 쥔 그녀는 이듬해인 1965년 <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으로 연거푸 오스카의 주목을 받으며, 후대에 전설의 프리마돈나(Prima donna)로 남을 것을 예약했다. 두 작품 모두 오스카 음악상을 받은 것은 물론, '메리 포핀스'와 '마리아' 역으로 그녀가 부른 노래들을 담아낸 앨범은 모두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연전연승의 원투펀치.
비틀스의 < Beatles '65 >와 < 007 골드 핑거 >(Goldfinger)의 동명 주제가와의 경쟁 속에서 무려 14주간 탑을 고수한 < 메리 포핀스 >에 이어 < 사운드 오브 뮤직 >은 1965년 11월 13일 빌보드 앨범 순위 최고봉에 올랐다. 이듬해 5월까지 상위 5위권을 유지했고, 7월까지 상위 10위권에서 이탈하지 않은 앨범은 이후 1969년 3월까지 233주간 순위 밖으로 밀려나기를 거부했다. 사운드트랙 앨범은 1965년뿐 아니라, 1966년과 1968년에도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LP였으며, 비틀스의 아성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놀라운 사운드트랙 음반의 위업은 로저스(Richard Rodgers)와 해머스타인 2세(Oscar Hammerstein II) 콤비의 작곡과 줄리 앤드루스의 스프라노 보컬이 시대의 정서를 관통한 개가(凱歌)였다.
비틀스와 비치보이스, 몽키스와 슈프림스 등, 시대를 빛낸 팝과 록 스타들이 대중음악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가운데, 그 틈바구니에서 뮤지컬 사운드트랙으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1965년 중반 불안한 시대에 분열보다는 함께 위기를 극복해낸 가족 중심의 뮤지컬에 대중들의 마음이 머물렀다는 방증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2천 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 사운드 오브 뮤직 >의 OST 앨범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운드트랙 앨범 중 하나로 기록되었으며, 미국 문화의 시금석이라는 칭호가 붙을 만큼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후대 위대한 고전으로 남게 된 데는 마리아 폰 트랩(Maria Von Trapp)의 실화에 영감을 받고, 린제이(Howard Lindsay), 크라우스(Russel Crouse)의 원작과 리만(Ernest Lehman)의 각색으로 재탄생한 이야기가 중요했다. 거기에 여주인공 마리아 역의 줄리 앤드루스와 폰 트랩 대령 역의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 그리고 그의 일곱 자녀로 출연한 아역 배우들의 고무적인 연기와 노래가 스토리텔링의 완성에 방점을 찍었다.
< 사운드 오브 뮤직 >의 핵심은 다시 말해 로저스와 해머스타인 2세 듀오가 마지막으로 의기투합해낸 음악에 있다. 타이틀곡 'The sound of music'을 필두로, 'My favorite things', 'Do-re-mi', 1960년 작고한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의 마지막 가사가 담긴 'Edelweiss', 리차드 로저스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곡을 대신해 영화에 새로 쓴 'I have confidence'와 'Something' 등, 스토리텔링의 핵심으로 사운드트랙에 실린 가창 곡들이 어윈 코스탈(Irwin Kostal)의 편곡과 지휘하에 연주되었다. 어윈 코스탈은 < 메리 포핀스 >에 이어 줄리 앤드루스와 다시 손을 맞잡았으며,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1961) 이후 아카데미 음악상에 재선된 음악가.
< 사운드 오브 뮤직 >은 여러모로 플롯(plot)보다 노래와 음악을 더 강조하는 고전 뮤지컬 구조를 따르며, 관객들의 감정을 좌우하는 일종의 장치로써 그 역할을 다한다. 영화에 쓰인 노래 대부분은 유럽식 왈츠, 민요, 발라드로 구성되었다, 기억 속의 멜로디라 할 만큼 선율이 뛰어나고, 낭만과 감상적인 노래들이 지배적인 한편, 때론 약간 빠른 템포에 반복적인 리듬의 곡조가 훅(hook)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세기의 가장 사랑받고 대중적인 음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데는 극의 이야기와 음악의 절묘한 통합성을 들 수 있다.
우선 '에델바이스'(Edelweiss)는 1959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에서 가져온 것. 극에서 군 장교 출신 폰 트랩(Von Trapp)은 스위스의 공식 꽃이름인 이 노래를 불러 나치와 제 3제국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는 모국 오스트리아에 대한 애정과 헌사의 뜻을 전한다. 영화에는 이 노래가 두 번 등장한다.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기타를 들고 부른 노래의 설득력이 매우 깊어서 관객들이 오스트리아 전통음악으로 받아들였다는 후문. 실제 플러머가 직접 노래하진 않았다. 대신 가수 빌 리(Bill Lee)의 노래를 녹음해 사용했다.
대단원의 막을 여는 타이틀곡 'The sound of music'은 극 중 줄리 앤드루스의 독창으로, 이후 폰 트랩 대령과 그의 자녀들의 합창으로 다시 불린다. 'Do-re-mi'와 'My favorite thing', 'Maria'접속 연주곡에 수녀들의 합창으로 끝나는 'Overture and preludium', 아침을 맞는 수녀들의 성가 'Morning hymn and alleluia', 젊은 수녀 지망생 마리아를 향한 수녀들의 유쾌한 합창 'Maria', 대미에 재현되는 원장 수녀 페기 우드의 노래 'Climb ev'ry mountain'(높은 음조 때문에 실제 마저리 맥케이의 가창으로 대신함), 이상 세 곡은 마리아의 수도원 생활 노래로 사운드트랙에 실렸다.
퇴역 해군 대령의 저택에 일곱 아이를 돌볼 가정교사로 가는 마리아가 스스로 용기를 내기 위해 씩씩하게 부른 'I have confidence'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뮤지컬 쇼가 전개된다. 이어지는 'Sixteen going on seventeen'은 청년 롤프와 소녀 리즐이 한 살 터울로 서로 교감하는 춤곡. 장조와 단조 3화음으로 동일한 패턴의 멜로디를 교차하는 'My favorite things'는 천둥 번개 치는 침실 장면에서 마리아가 아이들과 나누는 즐거운 대화.
오스트리아 알프스 전통음악인 요들링 송으로 마리아와 일곱 자녀가 꼭두각시 인형극을 하며 부른 'Lonely goatherd', 폰 트랩 가의 아이들에게 음계를 가르치기 위해 마리아가 기타를 치며 부른 2/4박자 'Do-re-mi', 폰 트랩 대령과 마리아를 위한 로맨틱 발라드 'Something good', 마리아를 위한 수녀들의 노래를 행진곡풍으로 변주해 대령과 마리아의 결혼식 축가로 쓴 'Processional and maria', 'Do-re-mi'와 함께 일곱 자녀의 청순한 매력을 효과적으로 살린 노래로 2/4박자 장조에 반복되는 메인 코러스가 특징인 'So long, farewell'까지, 이야기는 극의 전개를 잠시 거들뿐, 음악회를 방불케 하는 노래와 연주곡들이 연달아 나온다.
배경 잘츠부르크를 무대로 장관을 펼쳐낸 영상미, 실화를 토대로 한 가족의 감동적인 이야기, '도레미' 송처럼 쉽게 연상되고 흥겹게 따라 하기 좋은 노래, 이 3박자가 어울린 하모니는 당시뿐만 아니라, 언제 다시 보아도 세련되고 생생한 감흥을 불러낸다. 남녀노소 불문, 세대를 관통한 성과물은 세월의 이끼를 허용하지 않는다. < 싱잉 인 더 레인 >(Singing In The Rain, 1952)이 할리우드 최고의 뮤지컬일 수는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이 < 사운드 오브 뮤직 >일 거라는 데 아마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화려한 안무나 과장된 키치(Kitsch)를 절제하고 단순하지만 진정한 뮤지컬 콘서트로 달성해낸 위업, 클래식의 가치는 영원하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01. Prelude and 'The sound of music'(전주곡과 '사운드 오브 뮤직') – 오케스트라와 마리아(줄리 앤드루스)
02. Overture and preludium(서곡과 전주곡) (Dixit Dominus) – 오케스트라와 수녀들의 합창
03. 'Morning hymn'(아침 찬송) and 'Alleluia'(알렐루야) – 수녀들 합창
04. 'Maria'(마리아) – 수녀들 합창
05. 'I have confidence'(난 자신 있어요) – 마리아(줄리 앤드루스)
06. 'Sixteen going on seventeen'(열일곱이 되는 열여섯) – 롤프(다니엘 트루히트)와 리즐(차미안 카)
07. 'My favorite things'(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 – 마리아(줄리 앤드루스)
08. 'Climb ev'ry mountain'(모든 산엘 올라가 봐) – 수녀원장(페기 우드)
09. 'The lonely goatherd'(외로운 염소 지기) – 마리아(줄리 앤드루스)와 폰 트랩 대령의 자녀들
10. 'The sound of music'(음악 소리) – 폰 트랩 대령의 자녀들과 폰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
11. 'Do-re-mi'(도레미) – 마리아(줄리 앤드루스)와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
12. 'Something good'(좋은 일) – 마리아(줄리 앤드루스)와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
13. 'Processional and Maria'(행진과 마리아)(reprise 재현) – 오르간, 오케스트라, 수녀들 합창
14. 'Edelweiss'(에델바이스) – 대령, 마리아, 폰 트랩 대령의 자녀들, 그리고 합창
15. 'So long, farewell'(안녕히, 잘 있어요/아주 긴 이별) – 폰 트랩 대령의 자녀들
16. 'Climb ev'ry mountain'(이산 저산 모두 올라 봐)(reprise 재현) – 합창, 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