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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중가요 중 가장 긴 곡은 무엇일까? 길이로만 본다면 강병철과 삼태기가 2005년에 재발표한 '삼태기 메들리'다. 25분 동안 100여곡 넘게 이어 부른 메들리, 대단한 성취지만 기존 노래들 메들리니 고유한 창작으로 보긴 어렵다. 1973년 '신중현과 The Men'의 '거짓말이야'도 22분 56초의 긴 곡이지만 정교하게 구성된 곡이라기보다 스튜디오 라이브 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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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4가지 요소로 구성되었다. 노래와 연주, 내레이션과 대화를 적절히 활용해 한 편의 뮤지컬처럼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음악적으로 노래와 연주는 프로그레시브 록, 그 내용을 서사하기 위해 대화와 내레이션을 도입했다. 특히 곡이 전하는 이야기는 보들레르의 8편 연작시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다.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이라는 제목도 보들레르 作 '여행'의 세 번째 시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창작자인 양인자가 보들레르에서 받은 영감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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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긴 곡을 풀어내려면 아무래도 프로그레시브 록의 패턴과 구성이 적절하다. 놀랍고도 당연한 점은 이곡의 작곡자가 김희갑이라는 점이다. 트로트부터 프로그레시브 록까지, 김희갑은 사실 이 한곡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아야할 한국 대중음악사의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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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자의 글에 생명을 준 것은 조용필의 목소리, 결국 그 이상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일례로 14분 이후에 나오는 사내의 절규는 우리 나이로 당시 마흔이자 전성기를 맞은, 한의 맛을 아는 조용필이기에 가능했다. 글과 악보로 타인과 공유할 수 없고 오직 한 인간의 내면에서만 발현 가능한 호흡과 감정, 완급조절까지, 조용필의 해석으로 곡을 완결시켰다. 아쉬움이라면 녹음이다. 일부 구간, 노랫말과 내레이션이 반주 소리에 가려 잘 들리지 않는다. 뱃고동 소리 등 현실의 효과음도 삽입되었다면 구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한국음악 중 다시 녹음되길 희망하는 첫 번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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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러니다. 극소수만 알고 있을 Devil Doll의 'Mr. Doctor'까지도 라디오에서 수차례 나왔는데 우리 음악사의 기념비적 곡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 들어본 이는 더 드물다. 가왕 조용필의 노래도 그러한데... 아직도 다시 찾아야할 우리의 음악은 많다는 긍정이자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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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V 전주방송 프로듀서 송의성. TV로는 < 개그를 다큐로 받느냐? >의 그 다큐를, 라디오로는 < 테마뮤직 오디세이 >라는 1인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록스타를 꿈꾸던 청춘의 시간은 가고, 요즘은 크로매틱과 방구석 잼으로 여생(?)을 즐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