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극(寸劇)으로 끝난 최후의 작품상을 포함, 남우 주연, 각본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그쳤지만, 뮤지컬 영화인 점을 고려하면 음악상 2개 부문 수상은 위업, 최우수 오리지널 스코어(Best Original Score)와 최우수 주제가(Best Original Song) 수상작으로 거명된 순간은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의 오스카 수상은 더욱이 “골든 글로브”(Golden Globe)와 “영국아카데미”(BAFTA)에 이은 것이었다. < 라라랜드 >는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렇게 후대에 길이 남을 명화로 우리에게 각인되었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이 연출하고,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과 엠마 스톤(Emma Stone)이 세바스찬과 미아로 출연했다. 극 중 그와 그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성공을 꿈꾸며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예술가다. 재즈 피아노 연주자인 그는 자기가 애호하고 추구하는 음악에 관심과 애정이 퇴색한 현실에 좌절하고, 여배우 지망생인 그녀는 오디션에 연거푸 떨어지며 꿈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던 터. 두 사람의 일련의 우연한 만남은 서서히 낭만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천사들의 도시'(L.A.)에서 두 청춘남녀의 창작적인 생활은 다른 한편으로 위험과 고난에 부딪히며 돌파구를 찾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전개된다.
예술적 이상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남과 여의 음악극은 관객이 자신들과 동일시할 수 있게 하면서, 재능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빛나게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동참하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일상의 요소요소에서 일하며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잠재적 배우, 작곡가, 작가들에게 영화는 포용과 축하, 재치와 긍정의 제스처로 환대한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관습적 틀을 벗어나 새로운 생명의 원천으로 도시 LA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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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특유의 풍광과 모습들이 버라이어티 쇼로 펼쳐지지만, 언급했다시피 종극의 중요한 전언은 꿈이 무엇이고, 성패를 초월해서 자신이 믿고 지향하는 이상, 최선의 노력 끝에 맺는 결실을 쫓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 과정 중에 시각적인 것은 물론, 청각적 유쾌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 감독은 LA를 상징하는 여러 랜드마크를 활용해 마치 뉴욕, 런던, 파리, 로마를 아우르는 여행을 하는 것처럼 낭만적 풍광을 전시하고, 더불어 대담한 의상 디자인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관객의 시선이 매력적인 도시를 관통하는 배우들의 의상과 춤에 고정되는 한편,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시각적 만족을 완성하는 음악은 저스틴 허위츠가 제 몫을 다했다. 클래식 재즈와 브로드웨이 쇼 음악을 결합한 노래들은 춤추는 뮤지컬의 필수요건. 허위츠가 작, 편곡하고, 파섹(Benj Pasek)과 폴(Justin Paul) 콤비가 작사를 맡았다. 주인공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은 따로, 또 같이 그렇게 완성된 노래들을 직접 부르고 때론 반주도 소화해 최후의 방점을 찍었다.
엠마 스톤과 세 친구가 흥겨운 리듬에 맞춰 부른 'Someone in the crowd'(군중 속 누군가), 고슬링과 스톤의 구애가(求愛歌) 'A lovely night'(아름다운 밤), 스톤의 감성 어린 발라드 'Audition(The fools who dream)'(오디션, 꿈꾸는 바보들), 그리고 두 주인공의 피아노 반주와 합창이 아름다운 'City of stars'(별들의 도시)가 그 핵심.
고슬링이 키보드 반주자로 동참한 존 레전드의 'Start a fire'(불을 피워)와 영화의 서막을 장식한 합창 'Another day of sun'(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을 포함한 가창 곡을 제외하고, 극에 쓰인 나머지 스코어는 저스틴 호위츠가 작곡한 연주곡들이다. 호위츠의 스코어는 다섯 개의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하나는 미아, 하나는 세바스찬, 하나는 미아와 세바스찬을 위한 것, 하나는 할리우드의 전반적인 개념을,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젊고 이상주의적인 사람들의 주목받는 야망에 대한 것이다.
할리우드 테마는 영화의 도입부에 연이어 나오는 'Another day of sun'과 'Someone in the crowd'에서 바탕을 이룬다. 드럼에 의한 반복 리듬과 춤추기 좋은 라틴 비트를 취하고, 재즈 오케스트라와 혼합해 낙관적인 곡조를 들려주는 한 쌍의 테마. 트럼펫과 피아노, 기타, 그리고 목관악기를 각기 강조한 두 곡의 노래는 내일에 대한 희망, 그리고 바리스타와 웨이터의 꿈에 관한 가사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이 바뀌고, 마침내 발견되고, 오디션에 합격하거나 적합한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모든 희망과 열망과 수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는 날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가사에서 배우 지망생 미아의 기대와 바람, 꿈을 공감할 수 있는 노래는 다른 연주곡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It pays'에서 혼(horn)과 즉흥적인 색소폰 독주가 두드러진 재즈 편곡으로, 'Chicken on stick'에서 풀 오케스트라를 마림바와 첼레스타로 대체해 재해석했다.
세바스찬의 테마는 반복 화음의 피아노 반주를 기반으로 첼레스타 종소리, 현악, 목관, 하이햇 심벌과 같은 악기의 협주로 이어지면서 스윙이 있는 재즈로 반주 되는 'City of stars'로 구현되어 나온다. 라이언 고슬링의 감성적인 목소리의 노래, 뒤이어 화답하듯 노래하는 엠마 스톤의 가창이 이중주를 이루며 매혹적인 듀엣을 완성한다. 재즈의 즉흥성과 전염성이 강한 멜로디에 바탕을 둔 곡의 가사는 명성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색과 묵상을 담고 있으며, 'Mia hates jazz'에서 기타 주도의 테마 연주와 'Boise'에서 매우 경쾌하고 빠른 재즈 편곡으로 재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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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의 테마는 극 중 사용된 음악에서 사실상 가장 압도적인 순간을 제공한다. 미아가 오디션을 보는 동안 직접적이고도 진심 어린 감정을 실어 노래하는 'Audition(The fools who dream)'이 그 주제를 담은 곡. '꿈꾸는 바보들'을 위한 헌정 가요로, 자기 이모의 기행을 읊조리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노래는 점진적으로 열정에 찬사를 보내고, 그 열정이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꿈과 열정에 대한 기성의 상투적 언어가 아닌, 그 가치의 본질로 들어가 위안과 감동을 주는 미아의 가창은 <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2)에서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를 연상하게 할 만큼 압권이며, 명성의 덧없는 속성과 영감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는 독백 장면은 쉬이 잊히지 않을 강한 인상을 남긴다. 호소력 짙은 스톤의 목소리는 살짝 균열이 생기는 순간 등골이 오싹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한편 호위츠의 피아노와 관현악 협주는 일품. 'Classic rope-a-dope', 'Bogart & Bergman', 'The House in Front of the Library'와 같은 곡에서 재즈 편곡 반주로 미아의 테마를 다시 접할 수 있다.
미아와 세바스찬을 위한 사랑의 테마는 7개의 화음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선율이 핵심, 감상적이고 시원섭섭한 감정을 불러내는 곡조로 다른 곡들에 비해 더 우수에 잠기게 한다. J. K. 시몬스의 레스토랑에서 세바스찬이 연주하는 이 곡은 미아를 처음 매혹하고, 이어서 벌어질 둘의 희비극적 관계를 암시한다. 왈츠풍의 클래식 'Planetarium'에서 이 멜로디는 완전한 오케스트라 반주를 받아 환희에 찬 음상을 그리게 한다. 영롱한 벨 소리, 나부끼는 플루트, 마법처럼 융기하는 현악의 앙상블은 경쾌한 축제의 분위기로 세바스찬과 미아의 사랑의 은하수에 관객이 빠져들게 한다.
또한 'A lovely night'에서 이 테마는 두 주인공이 별빛 아래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고전적인 할리우드 구애 장면을 보강하는 추가 테마와 함께 로맨스의 절정을 선사한다. 'Stroll up the hill'과 'There the whole time/twirl'에서 마림바와 하프, 피아노 협주로, 'Rialto at ten'과 'Summer montage/Madeline'에서 스윙이 있는 캄보밴드 재즈로, 그리고 'You love jazz now'에서 다시 마림바와 피아노, 목관, 약음기를 댄 트럼펫 반주로 재연되는 테마를 다시 들을 수 있다.
'Start a fire'는 존 레전드가 세바스찬의 반주와 함께 부른 노래로 극 중 무대에서 환호받은 곡. 훅이 있는 멜로디와 코러스가 기억에 남을 펑키(funky) 리듬 앤드 블루스(R&B) 송이다.
다른 한편에서 'Herman's habit'(미아와 세바스찬이 재즈에 대해 논하는 동안 클럽 무대에서 실연한 곡)와 'Cincinnati'는 전통 재즈 연주를 들려주고, 'Engagement party'는 재즈적이지만 미아와 세바스찬의 테마를 침울한 피아노로 반주해 이별의 고통과 주변 사람들의 행복이 교차하는 상황을 가슴 뭉클하게 전한다. 'Epilogue'에 이르러 개별적으로 또는 변주와 협주를 통해 나타났던 각 테마는 일제히 연이어 재등장하고, 'The end'와 'Credits'까지 극의 대미를 풍성하게 장식한다. 마법과도 같은 향수를 뿌리는 최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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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랜드 >는 2009년 뮤지컬 드라마 < 공원 벤치의 가이와 메들린 >(Guy and Madeline on a Park Bench)을 시작으로, 2014년 음악 드라마 < 위플래쉬 >(Whiplash)에 이어, 셔젤 감독과 단짝임을 입증한 허위츠의 음악영화 3부작 중 최고의 걸작이다. 2016년을 빛낸 최고의 작품에서 작곡가 허위츠는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의 황금기 영화들에 대한 애정 어린 경의의 표현으로 음악을 완성했다. 1952년 <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g in The Rain)을 일례로 동시대 관객의 음악적 취향에 반해 퇴행적 복고로 이야기에 호응한 음악 선택, 그 결정은 비 가식적이며 긍정과 낙관의 이미지로 점철된 영상미와 더불어 현실 속 관객들과 비평가들에게 강력한 반향을 일으켰다.
1939년 < 오즈의 마법사 >(Wizard of Oz)를 기점으로 직전 2008년 <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까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와 스코어 부문 오스카 트로피를 모두 거머쥔 작품은 단 19편뿐임을 고려할 때, < 라라랜드 >의 수상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영화음악 작사 작곡 팀은 물론, 주연배우들이 실제 연기에 녹여낸 가창과 연주력이 성취해낸 개가. < 위플래쉬 >에서 마일즈 테일러의 드럼 연주에 이어 극의 역할에 맞게 피아노 연주를 완벽 수행한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 투혼도 간과해선 안 된다. 타고난 잠재적 천재성을 이 작품에서 발현한 주연배우들의 놀라운 열정과 독창력, 그리고 음악 자체의 창작성에 대해 2018년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s)도 작품에 “비주얼 미디어 부문 최우수 편집 사운드트랙(Best Compilation Soundtrack for Visual Media)”을, “비주얼 미디어 부분 최우수 스코어 사운드트랙(Best Score Soundtrack for Visual Media)” 상을 작곡가 허위츠에게 수여했다.
참고로 극 중 내재적 음악으로 풀장 파티 장면에 사용된 세 곡의 애가(愛假), 'Tainted love(빛바랜 사랑)', 'I ran(so far away)(난 도망쳤어, 아주 멀리)', 'Take on me'(날 받아줘)는 1981년과 82년, 그리고 85년에 싱글로 발매돼 인기를 얻은 히트송이며, 당대 대중음악의 신 흐름 뉴웨이브(New wave) 신스-팝(Synth-pop)을 선곡에 반영했다.
- 사운드트랙 수록곡 -
01. Another Day of Sun(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 저스틴 호위츠, 벤제이 파섹, 저스틴 폴 작사 작곡/라라랜드 출연진 실연
*장면: 영화의 도입부, 꽉 막힌 도로에서 차를 세운 다수의 출연 배우들이 춤과 함께 합창.
02. Someone in the Crowd(군중 중 누군가) - 저스틴 호위츠, 벤제이 파섹, 저스틴 폴 작사 작곡/엠마 스톤, 캘리 허난데즈, 소노야 미즈노, 제시카 로스 실연
*장면: 할리우드 힐스 파티에 가는 미아와 친구들의 합창.
03. Mia & Sebastian's Theme(미아와 세바스찬의 테마) - 저스틴 호위츠
*장면: 길을 걷던 미아가 피아노 반주 소리를 듣고 멈춰서 립톤 클럽으로 들어가 연주하는 세바스찬을 바라보는 장면.
04. A Lovely Night(아름다운 밤) - 저스틴 허위츠, 벤제이 파섹, 저스틴 폴 작사 작곡/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 실연
*장면: 그리피스 공원을 지나 차로 가는 미아와 세바스찬의 낭만적인 춤 장면을 지시하고 반주하는 곡.
05. Herman's Habit(허먼의 습관)
*장면: 재즈를 싫어한다는 미아를 설득하는 세바스찬을 앞에 두고 재즈 밴드가 공연하는 장면
06. City of Stars(별들의 도시)- 저스틴 호위츠, 벤제이 파섹, 저스틴 폴 작사 작곡/라이언 고슬링 실연
*장면: < 이유 없는 반항 >(Rebel Without a Cause)를 함께 보자는 세바스찬의 제안을 미아가 수락한 후 라이트하우스 카페를 나온 세바스찬이 보랏빛 하늘 아래 부둣가에서 휘파람을 불며 독창.
07. Planetarium(천문대)/*장면: 영화가 끝난 후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하는 세바스찬과 미아를 위한 장면 지시 곡, 둘이서 별 총총 은하수를 배경으로 춤추는 로맨틱한 장면을 반주.
08. Summer Montage/Madeline(여름 몽타주/마들린)
*장면: 세바스찬이 실수로 일방통행로로 운전해 갈 때부터 시작해 미아와 세바스찬의 낭만적인 데이트 장면을 반주.
09. City of Stars(별들의 도시) -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 실연
*장면: 존 레전드의 키스가 혁명적인 재즈를 할 것으로 확신한 세바스찬이 직후 집으로 돌아와 미아와 함께 노래하는 장면.
10. Start a Fire(불을 지펴요.) - 존 레전드, 저스틴 허위츠, 마리우스 드 브리스, 안젤리크 시넬루/존 레전드 실연
*장면: 엠마 스톤의 미아가 관람 중인 무대, 존 레전드의 키스가 노래하고, 라이언 고슬링의 세바스찬이 반주하는 그룹 메신저스(The Messengers)의 공연 장면.
11. Engagement Party(약혼 파티)
*장면: 미아가 볼더 시티 집으로 향하는 동안, 약혼 파티에서 세바스찬이 연주하는 곡.
12. Audition(The Fools Who Dream)(오디션, 꿈꾸는 바보들) - 저스틴 허위츠, 벤제이 파섹, 저스틴 폴 작사 작곡, 엠마 스톤 실연
*장면: 캐스팅 감독의 요청에 따라 미아가 부른 노래.
13. Epilogue(에필로그, 후기) - *장면: 자신의 클럽에서 청중 속 미아를 발견하고 이 곡 '에필로그'를 연주하며 둘이 함께하는 꿈 같은 몽타주를 시작하는 장면.
14. The End(종결) - *장면: 세바스찬의 클럽 '셉스'를 떠나기 전에 미아가 돌아서서 세바스찬을 바라보고 두 사람이 애틋한 표정을 나누는 사이 이 곡이 재생됨.
15. City of Stars(Humming)(별들의 도시, 허밍) - *장면: 종영 인물자막 배후 미아의 콧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