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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감독 작품 특유의 기술적 우위를 넘어 영화는 단언키 어려운 집단적 과잉 반응을 끌어냈다. 불운한 초대형 여객선에서 피어난 희비극적 로맨스는 개봉 당시 영화의 제작 규모에 따른 화제성과 대중성으로 다세대 관객층의 마음을 움직였다.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흥행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Boxoffice) 신기록을 썼음은 물론, 14부문 후보에 지명돼 11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쓸어 담아 < 벤허 >(Ben-Hur, 1959) 이후 최다 수상 기록을 경신했다. 명실공히 최고의 반열에 오른 < 타이타닉 >은 사실상 영화의 주인공인 비운의 증기선과 같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영화 < 타이타닉 >은 세 시간여에 달하는 서사 대작으로 여느 동급 영화처럼 서로 맞지 않는 두 개 이상의 장르를 융합해서 다룬다.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시각적 특수효과가 대작의 위풍을 과시하는 한편, 내용은 개연성이 낮은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역사적 비극의 현장에 투영해낸다.
외견상 서로 이질적인 부분들로 짜인 영화의 서사적 구성요소들은 사운드트랙에 새길 음악 또한 기존과 다른 것을 요구했다.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초호화 대형여객선의 처녀항해를 위해 쓰일 음악은 우선 두 주요 등장인물의 로맨스와 완전히 분리된 것이어야 했다. 전설적인 지위를 갖는 영화의 독보적 위용에 따라 규모가 크고 웅장한 음악으로 영상미를 보강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
캐머런 감독은 끝까지 정확한 정황에 맞으면서도 독특한 양식의 음악을 영화에 설정하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유동적이면서 독자적이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일체화된 음악으로 사실과 허구를 접목한 이야기와 결합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캐머런은 철저히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전형적인 관현악 오케스트라의 중력을 덜어낸 독특한 방식의 음악으로 이 엄청난 규모의 시대적 드라마를 웅변해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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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으로 압도하는 현악을 수반한 거창한 금관악기 팡파르는 정확히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감독은 대신에 신분을 초월한 반항적 러브스토리, 그리고 잭 도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과 선박의 기원 모두를 함의하는 켈트 음악(Celtic Music)을 스코어의 핵심 요소로 삼고자 했다.
< 타이타닉 >의 각각의 장면들을 위한 임시 사운드트랙들로 감독은 아일랜드 출신 여성 싱어송라이터 엔야(Enya)의 음악을 사용하기를 원했다. 특별히 그녀의 노래 'Book of days'를 포함한 것이었다. 이 곡은 그녀의 두 번째 독집 앨범 < 셰퍼드 문 >(Shepherd Moon, 1991)의 수록곡으로 론 하워드(Ron Howard)의 1992년 영화 < 파 앤 어웨이 >(Far and Away)에 주제가처럼 사용돼 깊은 감명을 준 바 있다.
< 에이리언 2 >(Aliens, 1986) 이후 캐머런 감독과 재회한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의 음악들도 1990년대 전성기를 보낸 엔야의 음악성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음악의 분위기로 흠뻑 젖어있었다. 아이리시 민요에서 사용되는 풀무가 붙어있는 백파이프인 일리언 파이프(Uilleann pipes)와 전통 아일랜드 피리(Irish whistle)를 비롯해 다른 특색 있는 악기 편성은 그 진정성과 무관하게 문화와 관련된 분명한 강박관념의 발현이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캐머런 감독은 의도적인 켈트 민속음악 설정이 영화에 완벽하게 조응할 거라는 걸 확인해야만 했다. 켈트 음악과 뉴에이지 장르를 지향한 캐머런의 음악적 방향성에 부응해 호너도 각 장면의 사운드트랙에 쓰일 음악을 작곡했고, 이전의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더 효율적으로 과업을 완수해냈다. 호너에게 < 타이타닉 >은 스코어와 주제가 부문에서 모두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게 해준 일생일대의 천운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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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트랙으로 발매된 두 장의 앨범으로 3천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렸다. 첫 앨범은 1997년 후반 영화의 전미 개봉과 동반해 발매되었고, 1998년 8월 영화의 비디오발매와 더불어 속집 < 백 투 타이타닉 >(Back to Titanic)까지 나왔다. 미국 빌보드 앨범 순위 2위까지 오른 두 번째 음반은 미국서만 1백만 장 이상이 판매되며 플래티넘 기록을 따냈다.
첫 원작 앨범은 1998년 1월 24일부터 1월31일까지 일주일간 “빌보드 200” 순위 정상을 차지했다. 또한 역대 가장 빨리 팔린 영화 스코어앨범이자 클래식 앨범으로 기록되었다. 당해 2월 7일을 낀 주간 정상을 지키기까지 무려 16주 연속 빌보드 앨범 순위에서 내려오길 거부했다. < 타이타닉 >의 OST 앨범은 방겔리스(Vangelis)의 < 불의 전차 >(Chariots of Fire)의 인기를 초월한 것이었다. 북미에서만 1천 1백만 장 이상 판매로 가장 많이 팔린 100대 앨범 중 하나가 되었으며, 주로 오케스트라에 의한 사운드트랙 앨범 중 최다 판매 기록도 세웠다.
앨범의 히트 고공행진과 더불어 호너가 쓴 주제가도 승승장구했다. 시대를 빛낸 여가수 셀린 디온(Celine Dion)이 부른 노래 'My heart will go on'은 다른 모든 장르를 통틀어 가장 많이 라디오 전파를 탄 인기곡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11개 부문 최다 후보에 오른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되기까지, 영화의 스코어앨범이 빌보드차트 정상을 유지하도록 이바지했다. 이와 같은 영화 스코어앨범의 폭발적 인기는 이후 < 글래디에이터 >(Gladiator)나 < 캐리비안의 해적 >(Pirates of the Caribbean)과 같은 앨범을 통해서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제임스 호너에게 < 타이타닉 >은 1995년의 < 브레이브하트 >(Braveheart)와 < 아폴로 13 >(Apollo 13)과 함께 그를 고수익 창출 작곡가로 각인시켰다. 이는 거장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를 깜짝 놀랍게 할만한 일이었다. 이듬해 < 마스크 오브 조로 >(The Mask of Zorro)의 스코어를 포함, 호너가 1990년대 중후반까지 할리우드에서 가장 우세한 작곡가로 자신을 차별화했음을 입증하는 개가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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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촬영과 스토리텔링에 음악을 절묘하게 조화해내기 위해 호너는 진실하게 작업했고, 클래식 작품과 소스 음악을 통합하면서 6개의 주요 테마(타이타닉 메인 테마, 비극의 테마, 로즈의 테마, 잭과 로즈의 러브 테마, 대양의 심장 목걸이 테마, 추억의 테마)와 4개의 모티프(죽음의 모티프, 빙산의 모티프, 위험의 모티프, 운명의 모티프)를 구성했다. 노르웨이 출신 가수 시셀 쉬르세뵈(Sissel Kyrkjebø)의 영혼을 울리는 성악과 신시사이저의 사용은 캐머런 감독이 자기 영화에서 추구한 초월적 시대성을 만들어 그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게 해주었고, 사랑의 테마는 상징적이며 영묘한 음상으로 영화의 전설적 가치를 드높였다.
러브 테마는 특히 잭과 로즈, 두 남녀주인공의 러브스토리에 내재한 통속적 친밀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호너의 작법이 돋보인 대목. 재난영화인 < 타이타닉 >의 비극적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배후의 음악 요소로 설정해 서로 다른 이야기적 구성요소를 절묘하게 배합했다. 핵심 주제에 가사를 써넣은 노래 'My heart will go on'이 오스카 주제가상 수상에 이어 추억의 영화 음악으로 영속성을 부여받은 사실은 그의 눈부신 업적과 기술의 숙달에 대한 확증. < 타이타닉 >은 명화로서의 가치와 더불어 거장으로서 영화 음악 작곡가 호너의 빛나는 여러 작품 중 최고이며 시대를 빛낸 명화 음악으로 우리의 기억을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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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수록곡-
1. Never an absolution 절대 용서할 수 없어
2. Distant memories 먼 기억
3. Southampton 사우샘프턴
4. Rose 로즈
5. Leaving port 출항
6. "Take her to sea, Mr. Murdoch" 그녀를 바다로 데려가, 머독 씨
7. "Hard to starboard" 우현하려 애쓰다
8. Unable to stay, unwilling to leave 남을 수 없어 싫어도 떠나는
9. The sinking 침몰
10. Death of Titanic 타이타닉의 죽음
11. A promise kept 약속이행
12. A life so changed 인생은 그렇게 변하고
13. An ocean of memories 추억의 바다
14. My heart will go on 내 마음은 영원히- 노래 셀린 디온(Celine Dion)
15. Hymn to the sea 해양을 위한 송가
[Back to Titanic]
1. Titanic suite
2. Gaelic storm - an irish party in third class
3. I salonisti - Alexander's Ragtime Band
4. The portrait
5. Jack Dawson's luck
6. A building panic
7. I salonisti - nearer my god to thee
8. Moya Brennan - come Josephine, in my flying machine
9. Lament
10. A shore never reached
11. Celine Dion - My heart will go on
12. Eileen Ivers - Nearer my god to thee
13. Epilogue - The deep and timeless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