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semble >은 걸그룹의 산발적인 역사를 요즈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하나로 묶어낸다. 레드벨벳의 그루비한 사운드를 떠올리게 하는 'Beam', 트와이스의 상큼한 분위기가 스치는 'Colorful'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선배들의 음악적 시도를 트리플에스만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한다. 숏 폼 콘텐츠에 유리한 구성 등 요즈음의 감성을 살린 전략이 도드라진다. 아티스트의 개성이 해석의 중심에 있기에 이는 고민 없는 복제가 아니다.
트랙의 모든 구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알뜰하게 배치한 편곡이 근사하다. 날카로운 비트와 부드러운 화성을 교차하며 구조적인 안정감을 만드는 시도들이 앨범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전작 'Generation'의 중심 모티브와 비슷한 발음을 되뇌는 'Rising'에서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바로 전 트랙 'Before the rise'와 음악적 서사가 연결되는 섬세한 이음새는 이 곡의 앨범 내 역할이 세밀하게 조정되어 있다는 걸 방증한다.
좋은 음악의 중심엔 프로듀서의 노력이 있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이는 결국 가수다. 욕심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곡 'The baddest'와 복고적인 댄스 트랙 'New look'에서 속도감 높은 보컬 기술들이 교과서적으로 깔끔하게 전개된다. 이러한 연주법은 한국의 걸그룹들이 가장 많이 쓰지만 보통은 그래서 더 미숙함이 쉽게 드러나는 기술이다. 트리플에스는 이를 너끈하게 표현해내며 음량을 기계적으로 통일하지 않은 감각적인 믹싱에 힘입어 곡의 매력을 떠받친다.
크레딧을 확인하지 않은 채로 음악만 들어도 K팝 걸그룹의 역사를 밀도 있게 경험해온 이들이 제작한 음반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아직은 아티스트가 증명한 바가 별로 없기에 잘 만든 음악이란 평가 이상의 찬사를 이 앨범에 가져다 붙이는 건 이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사운드와 완성도라면 트리플에스의 다가올 미래를 지켜보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수록곡-
1. Beam
2. Before the rise

3. Rising

4. Colorful
5. The baddest
6. New look

7. 초월 (Chow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