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제 음악적 욕심을 실현하면서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현재까지 무려 30년대를 관통하며 14년 동안 꾸준하게 음악인생을 펼쳐 온 가수가 있다. 때로는 발라드에 안주하고, 때로는 넘치는 에너지를 록으로 표현하는 이 카멜레온은 지난 해 <Serious Day>(2002)에서 보여주었던 야수의 면모를 버리고 차분한 발라드 왕자의 모습으로 분했다. 그는 바로 이승환이다.

<His Ballad 1>(1997)의 재발매와 함께 이루어진 <His Ballad 2>는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가을 흔적'과 같은 선곡에서 드러나듯 1편에 수록하지 못했던 주옥같은 히트곡과 함께 이규호와 황성제, 그리고 박용준이 지원사격에 나선 '꽃', '아무 말도', '환생연' 등 네 곡의 신곡을 포함하고 있다. 그의 주특기인 재탕 삼탕의 이벤트가 타성에 젖지 않게끔, 신곡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팬의 리퀘스트에 따라 수록한 열네 곡은 여유로운 호흡을 유지하는 한편 신곡과 타이틀 곡은 기존의 익숙한 이승환의 발라드 정서와는 동떨어진 진지한 곡으로, 그의 입을 빌리자면 '폼 나게' 빈틈을 메꾼다. '신-구'의 구성 아래에서 이승환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며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규모를 확장한 편곡 이면에 소박한 연주를 담은 곡들이 혼재하고 있다는 것도 유심히 관찰할 만 하다.

2001년의 7집 <Egg> 이후 두 장의 편집 음반을 내놓았다는 것은 비난의 소지가 있겠으나 이승환은 이런 공격을 방대한 수록곡, 밀도 있는 재편곡, 화려하고 도톰한 부클릿(세무 소재를 이용한 것은 퍽이나 이색적이다)으로 막아내고 있다. '승환왕자'가 살고 있는 성, '드림 팩토리'는 그래서 여전히 건재하다.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 기대지 않고도 음악 자체, 즉 성의 있게 구성한 음반과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전국 투어 공연으로 이뤄낸 진검승부이니까.

-수록곡-
1.꽃
2.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3.아무말도
4.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5.세가지 소원
6.크리스마스 위시즈
7.잘못
8.환생연
9.그대가 그대를
10.가을흔적
11.사랑하나요
12.승리
13.내게
14.당부
15.그대는 모릅니다
16.지금쯤 너에게